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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Jun 12. 2021
말 없는 덤벨
묵묵히 살아내라는 track 9
말 없는 덤벨이라고 하면 두 번 같은 뜻을 쓴 게 된다.
말 없는 = dumb?
소리내지 않는 운동 기구. 덤벨.
처음 근육 운동을 할 때
덤벨이 왜 덤벨인지
이름이 익숙지 않았다.
덤벨은 뭐고 바벨은 뭐지? 그럼 아령은? 역기는?
덤벨이 아령, 바벨이 역기. 외래어와 한자어 차이.
덤벨은 그럼 왜 덤벨이지?
덤앤더머 할 때 그 덤인가, 문득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그 dumb이 맞았고 bell을 붙인
합성어였다. 말 없는 종?
아령 한자어도, 벙어리 아(啞) 자에 방울 령(鈴)자를 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나처럼 덤벨과 바벨
차이점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했다.
아직 나는 바벨은 못 만져 봤고, 덤벨을
배웠으니 덤벨 용어와 친해지기로 했다.
실제로 운동하는 사람은 아령 한자어보다
덤벨 외래어가 더 익숙해 보였다.
기관이나 학교, 사설 교육 업체들도 모두
덤벨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양 끝에 동그란 무게가 실렸고,
킬로 수에 따라 차이는 나겠지만
제법 아담하게 생긴 덤벨. 한 팔로 잡을 수 있다.
덤벨의 단어 뜻을 보다보니
내가 지금 덤벨을 드는 것은 신분제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 까닭에 즐길 수 있는
,
주도
적인
여유
인
듯 다가왔다.
옛날에는 귀족들이 교회 바깥 천장에 울리던 종을,
운동할 때
썼다는 설이 있는데, 그때 가운데 추가
소리가 나니, 그걸 빼고 들었다놨다
힘을 키우는 데 썼다고 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공장이 가공품으로 만들 때는
민간에서 쓰던 말을 갖다 쓴 것 같다.
종소리에서 소리를 제거한 종.
제 역할을 버렸으나 오히려 다른 용도로 거듭났다.
그럼 일반 평민들은 무얼로 근육을 키웠지
궁금했는데 떠올려보니
농사나
노동 연장이나 전쟁 기구가
곧 생활 근육으로
연결됐을 듯 싶다.
아마도 집단 노동이나 전쟁사가 근력과
관계되지 않았을까 추측, 더 궁금해지면
나중에 글을 찾아 읽어보자 싶었다.
그러면서 왜 나는 이렇게 이름에 집착? 혹은 궁금해할까?
떠올려보게 되었다.
덤벨! 고요 속 '종'의 이름 변천사를 통해
생각난
곡이 있었다.
트랙 9, 이소라 작사, 토마스쿡 작곡. 2008년 노래.
나는 이 노래를 당시 띵곡으로 여기며
듣고 또
들었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라는
첫 대목부터 반했다.
전
가사가 모두 내 맘 같았다.
일 때문에 전남 해남을 가기 위해
광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그 곡을 처음 들었는데,
듣자마자 즉시 빠진 곡이다. 지금도 좋다.
비긴어게인에서 이소라가 불러주었을 때도.
https://youtu.be/MjQjaB-HedA
다른 용도가 되어 각종 기구로 섞인 '벨'처럼
사람도 애초 자기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모르다가 무심코 시간히 흐르며
어느 순간 자신의 세계 속
쓰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본인
의지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게 되고 혹은 그 의지로도 안 되는 것을
분간하게 되면서 자신을 더 알아가게 된다.
그때부턴 스스로 정체성을 더 파악하고
삶의 다른 단계로 접어들기도 한다.
시간의
모퉁이마다
어떤 것을 챙기고 버릴지도
받아들이
며,
애초의 용도, 애초의 이름과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
트랙 나인도 그래서 이름이 특정하게 붙지 않아
그저 트랙 넘버로 붙어 더 사랑했던 곡이다.
알 수 없이 흐르다 알고 싶은 어떤 분기점에서
반복해 듣기 좋은 노래. 트랙 9
그 곡을 좋아한 이후 십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이름을 바꾸었다.
사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변하고 싶었다.
과거와의 단절, 그리
고
더 멀리 미래로 가는 꿈
그런 마음이 컸다.
그렇게 내 안 결핍을 무언가 외적 수단으로 바꾸어 왔는데,
한편 생각해 보면 이름를 바꾸어도
내가 나인 어떤 이유와 변해가는 모습도
과거 축적치에서 기인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보니 그렇다.
변하지 않는 어떤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매일 달라지고 싶은 마음보다
먼저 와야 한다는 것을,
또 시간이 알려주었다.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서 내 도리를 하고 가끔은 무념무상으로 그렇게 살아내는 것.
덤벨 기구 이름에서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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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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