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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Apr 20. 2021

버드맨

마이 갓

'풀다운' 등운동을 처음 배우고 집으로 돌아 길,

나는 문득 월간 윤종신 노래 <버드맨>이 떠올랐다.

그 느낌이 사라버리거나 혹여

더 발효되기 전, 몇 자 남겨두 한다.


버드맨은 2015년  월간 윤종신 2월호 곡으로

타인의 이미지 속 창작자가 즈풍으로

자신 본래 모습을 찾아가며

번뇌하는 듯 심경을 비쳐주는 노래였다.

찬란한 순간을 지나 덤덤히 이후 시간의 다짐을,

솔직한 읖조림을 건네는, 스타가

그 노래 안에 있었다.

청년기를 지나 원숙미에 들어선

어느 사람이 그 안에서 독백을 했다.

처음 버드맨을 들었을 땐 팬의 마음으로,

저희 여기 있는데, 언제라도 멋져요, 

슬퍼하지 마세요,

라는 응원 모드였다.

가사를 듣다 보면 '그대'

자연스레 팬들의 집약느껴지는 까닭이고,

오래된 팬으로서

왠지 들을 향한 솔직한 헌사 다가와서였다.

그러나

이후로는 그저 평범한 나로서도 사회 생활이 투영

노래로 들려 가수가 아닌 나를 들여다보는 곡이 되었고

최고애정게 되었다.


마지막 구절에 완전히 반해 버렸는데,

체념도 원망도 욕망도 아닌,

삶을 그저 있는 그대로 관조해버리는

창작 고수의 태도가 그 구절 안에서 느껴졌던 때문이다.


"결국 난 사랑받기 위해 내려 앉을 거예요.

그땐 쇠잔한 날개를 쓰다듬어줘요.

그대."


한 사람의 내면이 이토록 담백히 드러 수 있을까.

이렇게 평범한 단어로 이런 아름다운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천천히 가볍게 흩날려 지상에 닿는

깃털이 떠오르는 구절이었다.

누군가 멜론 댓글에

버드맨을 듣고 있으면 그림이 그려져서

좋다고 호평을 달았는데,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조한다.


그토록 멋지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

앨범 재킷도 여러 사물과 존재가 섞인 인조 날개 그림였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윤종신이 명동예술극장부터

중앙 거리를 쓸쓸히 걸어가고 카메라가 원테이크로

쫓는데, 목 동선이 마음에 들어

보고 또 보 했다.

우연히 그날 촬영 현장에 잡힌

행인들을 부러워하기 했다.

누군가는 사인을 받고 누군가는 놀라며 지나 간다.

날개를 고이 떨구어 내렸으나

더욱 사랑스러운 이로 거듭난 작자,

힘을 빼는 게 주는 것보다 아름다운 .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명동의 다른 이들도 떠올랐는데,

그 중 한 명은 이상 <날개> 속 주인이기도 했다.

명동 우체국 초입 맞은 편 신세계 백화점,

30년대엔 미쓰코시 백화점인 그곳에서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하며

추락을 통해 비상을 꿈꾸던 사내.

그 시절 시간과 공간에

자의반 타의반 소외되고 유폐되어

사랑하는 이에게 합리적 의심을 품었으나

우리의 거동은 '로직'이 아니라며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비틀거리며 걷는 삶을 인정했던 그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겨드랑이가 불현듯

다며 오늘은 없는 날개에

'날개야 다시 돋아라' 외쳐보고 싶어한,

그 남자도 생각이 났다.

외치지 못하고 그저 외치고 싶어한,

자아를 찾아보려 외로이 분투했던 그가 겹쳐 떠올랐다.


그러다 후 일적으로 어떤 감정적 소요를 겪은 해,

이 곡의 영감이 된

영화 <버드맨>뒤늦게 보고 말았다.

그저 노래를 더 이해하기 위해

본 영화인데 오히려 인생 영화가 되어 버렸고

너무 격하게 동조하며

그 다음해 ost 주역 안토니오 산체스의

내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BGM 창작 뒷얘기를 듣는 토크 콘서트에도 갔다.

영화 속에 여러 욕망이 충돌하는데

극장 안에서 묵묵히 드럼을 치던 이가 있고,

관찰자이자 방관자이자 관조자로

나는 그의 시선에서 공연 속 나를 회고할 수 있었다.

관계 간 번뇌, 서로의 욕망이 급박하게 충돌하는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애정이나 인정 욕구

강한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

마이클 키튼이 뒤뚱거리며 연극 도중 극장 밖을

던 장면은 강렬히 뇌리에 남았고

애정 어린 슬픈 코미디로 남아 있다. 


명동, 경성, 브로드웨이를 걷는 세 남자들이

그렇게 내 기억에 한데 박히게 되었는데,

나는 오늘 랫 풀다운 운동을 최초 학습하며,

그 기억 소환 되었다.

운동 쌤은 내게 날개뼈 주변 근육이 전혀 없어서

팔로만 잡아당기기 때문에

일단 바른 자세로 등근육을 써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랫 풀다운(Lat. Pull down 광배근 넓은 등근육 당기기)은 긴 스트링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서

주욱 내리는 운동으로, 등쪽 근육을 사용한다.

팔은 아예 안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팔로 끄는 게 아니라고.

생긴 건 한자  갓머리처럼 생겨서

그냥 주욱 잡아당기면 내게 끌려오는 줄 알았더니

어림도 없다.

만만찮았다.

심지어 날갯죽지 근육이 없다는 내 상태는,

그리도 유연한 삶을 간절히 꿈꾸었으나

경직되어 발버둥치는 날 흔드는 은유 같았고,

나는 말소된 날개도, 날개의 흔적도 없지만

그 날개가 갖고 싶단 생각을 했다.

몸이 굳은 상태로 마음을 열고 산다는 말은

어부성설 아닌가.

만일 날개뼈 근육이 생긴다면

좀 더 여유로운 자아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집에 가는 길

집으로 가서 버드맨을 꼭 듣고 자야지 생각했다.

안토니오 산체스 재즈 연주도 덤으로.

차분히 내려앉아 비상하는 날을 꿈꾸며...


그리고 랫 풀다운은 생긴 그대로

冖 갓머리.

그래서 갓. gOd

내 맘대로 이름를 지어주었다.




랫 풀 다운 , 광배근 운동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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