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운동에 닿아가는 시간 1
19화
실행
신고
라이킷
6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레아프레스
Apr 22. 2021
스트레칭마저 아름다운
몸 풀기
본 공연만큼이나
, 어쩌면
본 공연
보
다
더 멋있는 장면이 공연 메이킹 단계에서
일어날 때가
자
주 있다.
그 중 하나가 내겐
바로 스트레칭
이
다.
무용이나 연극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먼저 도착해 연습실에서
오랫동안 몸을 푼다.
공연 프로덕션에 참여했을 때
거울 있는 넓은 연습실에서
몸 푸는 모습들을
매우
절도 있고
경이롭다
느꼈다.
왜 그렇게 멋있었을까.
오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잘하기 위한 기본 스트레칭을 학습하다
공연자들의
'
준
공연
'
처럼 느껴지는
몸 푸는 장면이
연이어
떠올랐다.
어떤 의식에 들어가기 전 경건하게 몸과 마음을
다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관객을 만나기 전 오롯이 혼자 쓰는 시간처럼
보이기도 하고
결전이 시작되기 전
누군가들를 위해
고독한 불빛를 켜기 시작하는
성직자처럼 숭고해보이기조차 한다.
예
전
방송일을
첫경험
할 때 온에어 불 켜지기 전
긴장되고 설레는 기분 같은 게
,
퍼포머들 몸 푸는 걸 발견할 때 벅차게 올라
온다
.
심지어 공연 중간 중간
,
장면 교체될 때
그 사이 몸을 푸는 모습은
더
멋있
다.
이미 막이 올랐는데 그 사이
조
차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넉넉한
여유
룰 품고
있다
해야 할까.
보고 있으면
감
탄하게 되고
천생 작품과 그 자신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또다른 이로
거듭나
변신하는 장면들을 보는 듯도 하다.
그냥
허리
주욱 폈을 뿐이고 발과 손
털
어주는
단조로운 동작
들인데
어마어마하게
엄청난 감흥으로 다가
온
다.
이런 걸 관객과 공유 못한다면
너무 안타깝고,
다행히 과정이 드러나는 퍼포먼스에선
무용수들의 맨몸 스트레칭을 여과없이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런 장면은 내가 뽑는 베스트 컷이기도 하다.
그래서 운동을 배울 때
늘 스트레칭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그런데!
다리 스트레칭을
하
다
보니
좌우
짝다리
불균형이라
멋있어 보이기는커녕 뒤뚱거리는
내
몸은
그저 필연으로 운동 초보 모드로
절박하게 스트레칭을
필
요로 하고 있었다.
가령
오른쪽에 비해 왼쪽이 힘이 떨어지고
무릎 아래 근육도 굳어서
스쿼트 기본 자세
조차
절대 나오지 않는다
스쿼트를 해야 하는데
뒤로 상체가 넘어간다.
다리 근육이 경직되어서다.
물리적으로
굳기까지 했는데 근육 이름
도
모르니
다소 답답해서 운동 도중
,
집에 가면
당장
해부학 기초 책을 구입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언젠가 무용하는 친구에게
내 목에서 소리가 난다고 놀라 말했더니,
통화 도중 광배근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
했다.
나는 광대 운동을 하라는 줄 알고
사물놀이 상모 돌리듯 목을 돌려주라는 줄 알고,
친구가 광대운동을 하랬어,
가족에게 말했다가
광배운동이겠지, 라는 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내 목에선 계속 돌릴 때마다 뼈 부서지는 듯한
뿌드득 소리가 나는데 이젠 광배 운동이
뭔지 알아서 친구 말대로 운동을
시작할 참이다
.)
뼈와 근육의 이름을 알고 길이를 느끼며
어떻게 몸을 운용해야지 안다는 건,
모르는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몸 속 구조를 세심히 인지하며 사는 일
이고
그게 창작력하고도 자연스레 연결되는 듯하다.
몸 푸는 그들이 그토록 내 눈에 멋져 보였던 건,
단번에 알아챌 순 없지만
그들이 자신 몸을 주체적으로 책임지고
쓰기 때문이었던 것
같
았다.
그리고 문득 , '풀다'라는 동사
역시
동작처럼 근사하게
다가왔고
몸을 풀 때 이미 마음에 쌓아놓은 어떤
외부의 세계를 차단하고
공연으로 들어가는 경계의 열쇠를
푸는 게 아닐까 싶었다.
'풀다'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15세기에
'
플다
'
로
처음
생겼고 18세기에
입술을 동그랗게 발음하는 원순모음화에 의해
'
풀다
'
가 되었다.
조선시대 새로 생긴 단어
'
풀다
'
를
국어사전에서
동
음이의어
로 여러 뜻을 읽어 내려가다 보
니
송강 정철의
<
사미인곡
>
구절
도
불현듯
생각났
다
.
그 글
내용
중에 보면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주인공
이
그 사람에게 줄 옷을 만들어 놓고선
슈품은카니와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제도(격식)도 갖췄다고
탄복한다. 자기가 만든 옷을 스스로 칭찬하는
자아 충만한 상태인데,
그렇게 옷을 빚기 전,
원앙을 새긴 비단을 베어놓고
오색실을
'플텨
' 내어
놓는다고
읖조린다.
아, 이런 마음일 수 있겠구나.
무용수들이 공연 전 스트레칭을 할 때 아름다운 것은,
몸으로 관객에게 시적 그림을 그리기 전
사랑하는 이에게 비단으로 오색실로 빚은 옷을
선물하는 그런 문학적 마음과도 비슷한 거라고,
그냥 혼자 생각이 들었다.
솜씨
!
말할 것도 없고 격식도 갖췄다고!
다음에 춤추는 이들을 만나면
혹시 본 공연 전이나 연습 전 몸을 풀 때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내 안 운동
어린이
, 운린이
스러운 스트레칭은 비루한 몸뚱아리를
인지하지만 언젠가 나아지리
갈구
하는 단계라면,
이미 몸이 완성된 그들은 무슨 생각이 드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keyword
운동
공연
생각
Brunch Book
운동에 닿아가는 시간 1
17
잘 알지도 못하면서
18
다이소 케틀백
19
스트레칭마저 아름다운
20
버드맨
21
버티고 느리게
운동에 닿아가는 시간 1
레아프레스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3화)
레아프레스
소속
직업
크리에이터
움직임을 기록합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발자국
구독자
27
제안하기
구독
이전 18화
다이소 케틀백
버드맨
다음 20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