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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Apr 27. 2021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언젠가 알게 되겠지


오늘은 풀업 (Pull-up. 턱걸이) 운동을 처음 해 봤다.

광배근을 쓰는 느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계속 그 근육을 쓰는 느낌을 찾기 위한

운동이었다.

기계에 두 무릎을 올리고

위쪽으로 손잡이를 잡은 뒤

속도 내어 올라갔다 천천히 내려오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기억 속 드라마에서 소지섭이

엄청 잘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사람인가. 머신인가.


그 눈으로만 멋있던 씬의 장면을 초보로 학습했다.

역시나, 눈과 몸은 너무 멀다.

광배근 쓰는 느낌도 없는 데다가

배에 힘을 주는 느낌도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아,

상체 앞뒤로 긴장하고 있음에도

이게 운동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지점에 이르렀다. 답답했다.

무슨 평생 펜대만 굴리다 승모만 키우고

어깨만 굽은 전형적 룸펜이다.

근대 소설 중 (이무영, 제1과 제1장 수택이)

농사도 못 지으면서

농촌에 내려가 남들 다 거뜬 드는

쌀 한 가마니 끙끙대 들다 코피 쏟버린

무능 지식인  한심하고 좀 애석하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그 역시 기대감을

품어야 가능한 감정.

광배근 팔을 돌리고 허리 쪽으로 잡아끌 때

저절로 쓰이는 근육이란다.

생각해보면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육체 노동을 하지 않는 이상,

팔을 곧게 뻗는 동작조차도 좀처럼 하지 않는 것 같다.

10년 전 참여한 ㅈㅇㄷ 안무가의 시민 춤 워크숍에선,

스트레칭, 발을 뻗는 정도에 따라서도

오바마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말에 되게 감흥이

몸을 과감하고 용기있게 쓰고 잘 운용하는 것이

사회를 보는 관점과도 연결되는, 그 사이에

대해서, 넓다면 넓지만 좁다면 좁은

고리를 생각하며 감탄했에도,

머리나 가슴으로만 깨달았지,

나는 단 한순간도 몸으로 내가 자유롭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릴 적 체육 시간은 성적표 한 구석을 차지하는

과목이었을 뿐이고 그마저도 고등학교 때는

이름만 체육인 실제는 공부 자습인 시간으로

무늬만 운동으로 탈바꿈되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를 나와

회사의 체육대회 같은 데를 참가하면.

중년 어르신들의 불꽃 튀는 승부욕을 보면서,

저 이글거림이 곧 맹수같은 일인자를 향한

사냥심리와 권력욕에 가닿는 듯 느껴졌다.

유일하게 재밌던, 체육의 기억은

대학생 친구들끼리 선후배 친해지려고

서로 승부를 떠나 여러 경기 종목을

하루 안에 속성으로 마치면서

깔깔거렸던 순간이었고, 나는 거기서

가장 발야구를 잘하는, 공을

운동장 너머로 날려버린 친구를 사랑하게 됐다.

그 역시 타인의 움직임에 감흥 받았던 것을,

돌아보면 정말 한 순간도 몸이 유연히 풀려 있던

적이 그다지 없는 것 같다.

몸이 편하게 늘어진 것과 정제되었으나 자유롭게

유연한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

늘어져만 있었지 당겨서 절제한 것은 없던가 보다.

운동이 아니라, 인생 반성에 접어든 기분에

오늘은 나에게 집에 가서

림킴의 '알지도 못하면서'를.

듣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메니에르 발병으로 인해 이어폰과 헤드폰을

나로부터 완전 분리시키면서,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시끄럽게 들었던 자유가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아니 귀를 향한

학대였던가,) 그립기도 하 그렇다.

그래서 치료로 여기자 주문 삼아 시작한 운동을 끝낼 때면

내게 보상으로 줄 음악을 떠올려 보고

그러면 엄청 거대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내가 알면서 할 수 있었던 게,

하는 게 뭐 그리 많았던가.

사실 모른 채로 덤빈 게 많았던 거 같고

모르는 것이 부끄럽고 몰라도 버티며

지내왔던 거 같다.

이젠 점점 알아가도록,

좋아하는 대상들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는

연습을, 운동의 한 시간, 한 시간을

통해 떠올려볼 참이다.


- 사이클을 타다가 든 생각 8:38 p.m.




광배근 근육 위치 그림. 출처 책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해부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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