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koni Jul 27.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다시 조심스럽게 책을 읽고 있다.  내 첫 에세이를 출간한 이후 나에게 찾아온 일종의 증상인데 바로 타인의 책을 읽기 못하는, 읽을 수가 없는 그런 명명할 수 없는 병이 생긴 거다. 책이 팔리지 않는 것도 알겠는데 굳이 출판사에서 책이 너무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게 되니 감정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엔 미안했고, 두번째는 나를 미안한 감정을 들게 하는 그 출판사 대표에게 화가 났고, 나중에는 나의 개인 연애담을 까발려서 굳이 책을 낸 스스로가 원망 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타인의 책을 읽기 버거워졌다. 끊임없는 비교, 다른 작가들의 재밌으면 재밌는대로 질투가 나서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기대 이하의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라는 것에 화가 났다. 


그렇게 반년 이상 책을 놓고 살다가 비교적 최근에야 다시 책을 수 있게 됐다. 나를 좀더 내려놓은 뒤에야 사다둔 책을 펼쳐보고 다시 서점을 기웃거리게 된 것이다. 

소설책도 보고, 경제관련 책도 보고, 만화책도 보고... 보면 볼수록 자격지심과 질투심이 묘하게 사그라들었다. 그러다가 만난 공지영 작가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에세이집. 

공지영 작가... 그동안 정치 성향이 너무 짙고, 굳이... 스러운 발언들도 있어서 한때, 오랜시간 좋아하는 작가였다가 이제는 꽤 관심밖에 있는 작가로 물러나 있었다. 신경숙, 공지영, 은희경이 이제는 뭐랄까... 장강명, 정세랑, 최은영 작가 등으로 세대 교체가 이루어 지고 있다고나 해야할까. 


 그런데 이번 에세이집은 달랐다. 경쾌하고 가볍에 읽는 요즘 트렌드와는 다르게 무게가 있는 내용이어서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너두 힘들구나. 앞으로 더한 힘든 일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찾아 가야 한다는 이 단순 명료한 메세지를 작가가 온힘으로 쓴 듯한 느낌이다. 


삶은 고해이다. 

늘 버겁고, 앞날은 두렵다. 

내가 감당못할 내리막이 있을까봐 두렵다. 


언젠가 혼자가 되어 이렇게 세상을 떠나게 될까봐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책... 원래 한 번 읽은 책 여간해선 다시 읽는 법이 없는데 두고두고 씹어두고 힘들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에세이집이다. 


작가의 이전글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