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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승이 Jun 20. 2023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다행이다

윤석열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앞뒤를 안 가리고 우선 말해버리는 타입이니까

정치가 아닌 부분에선 상황파악을 하기보다 그냥 저질러버리는 타입이니까


뜬금없이 야구에서 무승부를 없애라든가

교복을 다 폐지해라든가

이런 일도 그동안 논의가 있었든 없었든 관심 없고

이건 내가 보기에 아닌 거 같아, 하며 저질러 던지는 타입


이번 수능 관련도 철저히 계획된 발언은 아닐 거 같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요즘 수능이 그래? 그건 좀 아니지,라며 당장 바꿔!! 한 게 아닐까


그런데 난 대통령이 말해서 바뀌는 것은 별로 모양새가 좋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수능이 쉬워지는 것은 반갑다 특히 수학이라면 더더욱


대통령의 워딩을 보면 수학이야기는 별로 없긴 해서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사실 국어에 비해서 수학의 킬러문항 난이도는 더 문제가 많다.

지난 몇 년간 수학에선 킬러문항의 개수가 늘어나서 예전에 한두 개였던 것이 이젠 서너 개쯤 된다. 킬러문항이 한두 개이던 시절에도 수학은 표준점수를 높게 받는 난이도 높은 시험이었다. 그럼에도 킬러문항이 늘었던 것은 한두 개로는 줄을 의대희망하는 학생들의 줄 세우기가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그 학생들은 정말 미친 듯이 문제를 풀고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량이 어미어마하다 선행은 당연하고 대학수학도 배울 정도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은 일타강사에게 배우고 있고 일타강사는 자신의 팀의 연구를 통해 평가원의 문제를 바로 분석하고 예상 문제를 찾아낸다. 평가원에서도 방어를 위해 신유형을 내긴 하지만 30문제를 신유형 낼 수도 없으니 킬러문항 몇 개로만 신유형을 낸다 일타강사들의 문제집의 문항들을 피하고자 이리저리 고심하다 보면 결국은 보통의 학교학생들은 풀 수 없는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배치하게 된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다음 모의고사 전에 이미 현우진과 한석원의 팀은 분석을 끝내고 어떤 방식을 쓰면 쉽게 답을 구하는지 찾아내서 학생들에게 알려준다(돈 받고)

그런데 이 방법이라는 것이 문제다

평가원 풀이과정을 보면 고교교육과정 안에서 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가니 한 문제 풀기 위해 한 시간은 걸릴듯한 풀이를 제안한다 반면에 학원가에서는 삼분이내에 풀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증명은 슬쩍 넘어간다 증명과정에서 고교수학을 넘어설 때가 있으니 그럴 수밖에.

대학수학을 살짝 얹어서 보면 이렇게 쉽게 풀린다고? 하면 너도나도 풀이법만 감탄하며 본다

역시 일타강사라며 돈을 아끼지 않은 자신을 칭찬한다.

이게 정상인가?

이런 수능이 정상적인 수학능력테스트인가?

대통령의 발언 이후 언론에선 비난하기 바쁘다.

수능이 며칠 안 남았는데 학생을 흔든다고, 킬러문항 빠진 물수능으로 어떻게 변별력을 줄 수 있겠냐고


어차피 킬러문항 준비만 일 년 내내 하지도 않고

괜한 불안감 조성하는 것은 언론이 적당히 더 부추기만 해도 된다

9월 모의고사가 남아서 어차피 수능 전에 방향성을 보여줄 시간이 남아있다

얼마 안 남은 거 같지만 어차피 의대강 학생들 아닌 경우엔 킬러문항보다 다른 26문제를 더 준비한다

26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에겐 킬러문항 줄었다고 난리가 나는 것은 없다


결국 대통령의 발언에 공포를 가장 크게 느끼는 집단은 킬러문항 분석으로 돈 버는 집단과 킬러문항으로 변별력을 만들어서 최상위 자리를 안 뺏기려는 집단이 아닐까

그래서 바로 첫날 현우진과 이다지가 한마디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겉으로는 우리 학생들 피해본다면서

그 ‘우리 학생’이 내가 생각하는 우리 학생이랑은 다를 것 같은데


어쨌든 결과가 나온 건 아무것도 없지만 킬러문항은 줄어야 한다. 변별력은 신유형으로 커버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아름다운 문제는 쉬운 문제를 어렵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어려워 보이는 문제인 듯한데 잘 살펴보면 쉬운 접근을 할 수 있는 문제. 그런 문제를 만드는 노력을 평가원에서 해야 한다. 그냥 대학수학과 고교수학 경계의 내용을 섞어서 무작정 어렵게 내는 것은 일타강사와의 협업관계만 구축할 뿐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도 대안수학교과서를 내면서 지금의 수능은 교육과정을 넘어선다고 매년 발표하고 있다. 나 또한 수학교사로서 지난 몇 년간의 수능은 말도 안 되는 문항들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그런 말을 계속해오던 단체들의 노력의 결실로서 킬러문항의 난이도나 낮아지기를 계속 바라왔지만 이뤄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대통령이 한마디 해서 킬러문항이 사라진다면…. 씁쓸하지만

이게 뭔가 싶지만

대통령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최수일 선생으로부터 조언을 얻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이왕 내뱉은 말 주워 담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쭉 논의를 이어가시라 그래서 킬러문항을 줄이고 멋진 문제들 좀 늘리게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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