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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빛나 Apr 11. 2023

교차로

사랑하는 반려견을 잃은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이야기

여자 : 사랑하는 존재의 상실보다 더 괴로운 건, 곁에 있어도 결코 닿지 않을 마음의 절벽이야. 나는 한 발만 더 내딛으면 추락해 버릴 것만 같은 절벽 위에 서 있고, 너는 그 아래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어. 마치 왜 그곳에 올라가 있느냐는 듯이. 그래봤자 용기 내어 앞으로 한 발짝 뗄 수 없다는 걸 이미 아는 듯이. 나도 알아. 메리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매일 함께 뛰던 거리를 아무리 달려보아도 속도를 맞춰 함께할 메리는 이제 없다는 걸. 슬픔은 아무리 털어내어 보아도 익숙해지지가 않아. 그리고 여전히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너도 그렇고. 매일 뛰고 뛰던 그 길을 따라 오늘도 여기 바닷가까지 왔어. 메리에게도 너에게도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아.


남자 : 나는 너의 마음이 두려워. 네 마음은 항상 예측범위를 벗어나거든. 내가 가진 모든 감정보다, 훨씬 다채롭고 복잡한 마음을 나는 항상 따라잡을 수 없어. 너는 미로야. 그 많은 길을 모두 거쳐 꼬불꼬불 돌아가야 하는. 네가 겪는 슬픔도 그만하면 됐지 싶어. 그곳을 헤맨 지 벌써 두 달째잖아. 너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는 방법은 알고 있어. 그래 오늘도 뛰어. 그렇게 다시 집에 돌아온 너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샤워도 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TV도 볼 기운이 생길 거야. 네가 편하게 소파에서 쉴 수 있도록 난 청소도 빨래도 정원손질도 다 해두고 말이야. 너는 메리와 함께 오래 산책하고 싶어서 동네를 굽이굽이 오래도 돌았지. 그렇지만 바다는 지름길로 가면 훨씬 더 빠른걸. 오늘은 TV말고 바다 보면서 맥주 마실래?




이미지 트레이닝 연습이었다.

<우리도 사랑일까>라는 영화 중간 부분을 2분 남짓 보고 지어낸 스토리. 

사랑하는 강아지 메리를 잃은 여자와, 그의 곁을 지키는 남자의 입장으로 글을 써 보았다.

내가 지어낸 스토리는 실제 영화와는 하등 상관이 없으니, 실제 영화는 보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내 이야기로만 남겨두고 싶어서. 

아니, 내 이야기를 파생시킨 본래의 이야기를 보는 것까지가 이미지 트레이닝의 완성일까? 

넷플릭스에 있는 걸 확인했었는데, 넷플릭스 구독 기간이 끝나버렸다.

일단은 '언젠가 시간 나면 리스트'에 올려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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