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라

혼자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면

by 쓴쓴

요즘은 혼자 있는 꿈을 자주 꾼다. 뿐만인가. 혼자 지내던 어린 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치료가 계속될수록 조용하게 유지되던 삶의 현장이 흔들린다. 이만큼 아팠던가 이만큼 외로웠던가 하던 기억들이 현재를 덮친다.


어느 하루는 종일 내내 초등학생 시절이 떠올라 괴로웠다. 왕따를 당하던 기억, 혼자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던 기억이다. 내가 탄 버스는 시내의 큰 재래시장을 통과하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짐을 가득 드시거나 매신 채로 버스에 오르시는 걸 자주 보곤 했다.


그러자면 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날들의 잔상이 있다. 사는 건 짐이구나. 무거운 것이구나, 하고. 버스를 가득 메운 그 노년의 그림자가 나에겐 너무 무거운 것이었다.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던 반복된 경험이다.


지금은 다르냐 물어도 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미래를 기대다는 것이 사실 잘 뭔지 모르겠다. 나의 세계관은 너무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다. 삶에 기대할 것이 많지 않다는 것, 괴롭고 힘에 부치는 일은 언제나 있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자주 경험한 탓이다.


언제쯤 내가 치료될 수 있을까 자문한다.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말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의 속삭임은 그리 잘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던 것처럼 남은 삶 전체를 그 질문에 바치며 살지 모른다. 과연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최근에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말로만이 아니라 수채화처럼 스며드는 깨달음이었다. 혼자가 편한 나에게는 이러한 삶의 기본도 큰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