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에 막힌 것처럼

평등한 느낌

by 쓴쓴

심리 검사를 받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였다고 의사도 말했다. 지능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반응속도와 처리속도, 억눌린 감정이나 그것으로 촉발된 신체화 증상, 대부분 놀랍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직접 그 문장을 접하고 보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나의 우울감이 공감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결과는 우울증이 주는 다른 여파보다 꽤나 충격이었다. 표정이 없었던 것도 반응이 느려진 것도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이전보다, 그러니까 그 이전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세상을 세세히 관찰하지 못하고 경탄하지 못했다는 좀 더 객관적인 사실 앞에 나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쓰고 싶었고 오래도록 다채롭게 쓰기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내겐 인간만이 아니라 이 세계가 나의 오감을 통해 전해주는 육감이 필요하다. 하나 인정해야 한다. 친구의 말처럼 상대의 무언가를 알아차리거나 돌보기에 내가 아직은 너무 아프다는 현재의 상태를 말이다.


하지만 이 절망은 너무도 높게 느껴진다. 머리 속 어딘가를 틀어막아 글이 흘러나오지 못하게 하는 둑이 있는 것만 같다. 차가운 바람도, 따스한 햇빛도, 사람들의 표정도, 오래 걸은 발바닥의 아픔도 그냥 평등하다. 어떤 높낮이도 없이, 어떠한 색채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