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 사이로
우리에겐 영웅이 필요하다. 나를 이 상황에서 구원해줄 구원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린 영웅을 만들고 구원자를 찾는다. 그뿐인가. 자신이 구원자가 되고 위대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단 한 번의 손짓으로 구하고 사정이 어려운 사람을 마음껏 도와도 넉넉할 재력을 가지길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린 너무 나약하고 의지박약이다. 조금만 덜 자면 피곤하고 노력한 만큼 성과는 나오질 않는다. 돈은 철천지 원수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만 괜찮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자존감은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떨어져 간다.
그럼에도 내가 타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구원까지도 선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내가 영웅이 되고 구원자가 되는 '메시아 신드롬'은 나의 이타적 행위를 참된 보람으로, 삶의 이유로 만든다.
거기에서 멈추면 좋겠지만 타인이 나를 깔보거나 사랑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왜 나를 인정하지 않는지 화가 난다. 나의 존재가 타인에게 유일하지 않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한다.
이러한 심리에 빠지면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마저 내주려 무리한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약함을 일방적으로 드러내 타인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스스로를 고양시키고 할 수 없는 것까지 할 수 있다고 믿는, 그래서 남을 구원함으로써 나를 구원하고자 하는 역설에 빠진다.
우리에게는 영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영웅은 모든 사람이 알 만한 이는 분명 아니다. 영웅은 만들어질 뿐이다. 그의 이야기는 윤색되고 각색된다. 진짜 구원자는 모두에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의 구원자는 당신 곁에 있다. 그리고 당신을 영웅으로 여길 누군가도 당신 곁에 산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시공간 축 어딘가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평범한 영웅이고 평범한 구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