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하나만 하자

초조한 둔감이라니

by 쓴쓴

덥혀진 몸을 실어 나르다가, 자기 혼자 심심해진 마음을 둘러보고는 아무래도 나에게 강박이 생긴 듯했다. 무언가를 느껴야만 하고 누군가를 만나야만 하고 저것을 보고 이것을 만져야 한다고. 나의 오감을 충분히 채우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니 마음까지 충만한 상태로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니 자꾸만 심심하다, 외롭다, 쓸모없다, 그렇게 되뇌는 것이겠지.


뜨거운 햇볕도 입추가 지나면서 조금 수그러들었다 느꼈다면 정말 느낌 때문일까. 이만큼 날씨에 민감했던 해가 있었나. 왜 다른 일들에는 민감하지 못할까, 하며 또 자책한다. 최근에 알게 된 이가 언제 무슨 일과를 겪는지도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분명 말해줬을 텐데 무슨 연유로 건너뛰어 들었을까.


최근에 친구가 아웃팅을 당했다. 밝히기 싫었던 당사자의 병명을 다른 사람에게 마구 전하고 다녔다는 그 사람은 아직까지도 내 친구에게 사과 한 마디 없다. 나는 괜스레 두려워졌다. 나도 그 마음만큼 무뎌진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의사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너무 격하고 강한 감정을 품고 있다 보면, 다른 소소한 감정들의 맛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 그래서 억눌렀는지도 몰랐던 감정이 불쑥불쑥 올라오는 때가 올 거라고. 물론 그 시기를 한참을 지나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나는 두렵다. 나의 무감이 둔감해진 감각 일지, 제거된 민감 일지. 둘 다 썩 좋지 못할 것이다, 분명.


나는 나대로 살고 싶다. 그러나 날씨가 아직 덥다. 너무 더운 나머지, 나머지를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래서 소원이다. 나대로 살면서 너를 너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이고 싶다. 더운 입추가 찾아온 것처럼 나도 조금씩 변할 수 있을까. 아, 또 배 안쪽이 당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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