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겠습니다

아무것도 없음에 감사하며

by 쓴쓴

그러니까 하루를 마감하며 글을 쓴다.


하루가 복잡하게 흘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산적인 일이 단 하루라도 채워져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그렇다. 무언가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조용하면 피곤하다. 가만히 떠있는 구름을 쳐다보는 것만큼이나 너무 고요한 상태가 도리어 괴롭다.


꿈을 꿨다. 아무 약속도, 아무 알바도, 아무런 일과의 압박이 없는 날 꿈을 꿨다. 꿈속의 꿈, 또 꿈속의 꿈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계속 나열해서 꿨다. 겹치고 또 겹쳤다. 이게 현실인지 저것이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깨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일어나 보니 평소보다 한 시간이 늦었다. 그렇다고 내가 한 시간을 헤맸다는 말이 될 순 없다. 그것이 또 나의 마음을 짓누른다. 하루를 몇 시간의 허비로 시작하였는지 계산하지 못하여서다. 그러고 보니 웃기다. 한 시간의 헤맴은 불안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러함에 그러했다 했다. 나 하나 아파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는 것에 또 아팠다고. 정말 그런가. 나 하나 아파도 잘 돌아가는 세상에 감사할 수는 없는가. 같이 울어주지 않는 세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순 없는가. 나 하나 무너져도 든든히 서 있는 그 무언가가 있음에 잠깐 기댈 수는 없는가. 그런데 그 무엇은 정말 존재할까.


그러니까 그런 하루를 마감하며 글을 쓴다. 그만큼 나는 불안하다. 아무런 일이 없으면 두렵다. 오히려 적막한 무풍지대에서 도피하려 한다. 몸을 괴롭히고 마음을 어지럽히려 생(生)을 노략질한다. 있는 것마저 다 빼앗아서 해결해야 할 혼돈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려 한다. 당신이, 그러니까 하루를 마감하며 글을 쓰는 내 안의 혼란스러움이 나를 어지럽히려 할 때마다 다짐한다. 행복해지겠습니다,라고 되뇌어본다. 아무런 일이 없는 날이 조금 더 괜찮아질 때까지, 익숙해질 때까지 조용히 눈을 감고 졸아볼까 한다.


졸아도 괜찮다. 아파도 괜찮다. 나 혼자 울어도 좋다. 그럼에도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아서 좋다. 마음이 그러하듯 발 밑의 땅이 가라앉지 않아서 감사하다. 당신이 그대로 거기 있어서 행복하다. 구원의 손길은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뻗어서 쟁취해야 할 때도 있다.


아무 일도 없이 당신과 나눌 수 있는 대화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