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무지개 빛과 행진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 코펜하겐 1일째
아침, 새로운 도시의 문턱
오전 6시 55분, 스웨덴 끝자락에 있는 말뫼라는 소도시에 도착했다. 나는 열차에서 내려 코펜하겐으로 가는 기차로 환승을 해야 했다. 그러나 환승할 기차가 오기까지 20분남짓 대기를 해야 했기에 역사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역사 앞 광장에는 작은 회전목마가 있었다. 나는 이 회전목마를 보고 공포 영화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를 제외하면 처음 방문하는 소도시였기에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환승 시간이 다가와 열차가 오는 승강장으로 이동했는데, 기차가 아닌 지하철 느낌이 물씬 풍겼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창밖엔 바다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영종도 다리를 건너는 느낌이랄까?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바다만 보다 풍경이 서서히 바뀌며 코펜하겐이 가까워졌다. 8시가 되어서 코펜하겐 센트럴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말뫼에서 코펜하겐까지 바다를 건넜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스톡홀름에서 말뫼까지 9시간 남짓 걸리거를 생각하며 조금 놀랍긴 하다. 코펜하겐은 스톡홀름과는 또 다른 느낌의 도시였다. 그래서인지 낯선 흥분이 아침부터 나를 채웠다. 예약한 숙소의 입실 시간까지는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구글맵으로 숙소까지의 경로를 검색하는데, 무지개색으로 이루어진 경로가 보였다. 처음 보는 장면이라 경로를 클릭하니 성소자들이 주최하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였다. 그리고 친절하게 예정 시간도 제공해 주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구글맵보다 카카오맵을 많이 사용하고 있던 상황이라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유럽은 구글맵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여행을 하며 구글맵의 편리한 점이 너무 많아서 놀라는 중이었다.
찾은 경로대로 걷다 보니 강이 보였고, 나무 테크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별생각 없이 걷다 보니 도서관이 나오기도 하고, 노를 저으며 보트를 타는 사람도 보게 되었다. 많이 흘려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더디게 움직였다. 일단 가방을 맡기기 위해 숙소를 찾았다. 숙소가 깔끔하긴 했지만, 가격도 비쌌다. 그리고 주방 없는 호스텔이라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2층에 있는 라운지에서 구매해서 먹거나 외부에서 식사를 해야 했다. 하물며 라운지에 음식들은 다양하지 않을뿐더러 가격이 너무 비쌌다. 높은 가격에 러시아에서 북유럽을 넘지 말고 발칸 3국으로 진행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말로 스쳐 지나갔다!!!
락커 사용료도 가격대가 조금 나갔지만, 무겁게 다니는 것보다는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가방을 보관함에 넣었다. 그리고 카메라만 챙겨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가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교회 안에서의 빛과 연주
목적지도 없이 걷다 발견한 교회로 들어섰다. 특이하게도 의자의 앉는 방향은 의자의 중심을 기점으로 나뉘어있었다. 그리고 교회 중앙에는 예수와 열두 제자의 조각상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그 앞에 앉아 기도문을 읽던 중,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가 인사를 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정확히 1시가 지나고 있었다.
교회 천장 유리로 들어오는 빛이 구름에 가려 어두워졌다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그 변화가 오르간의 깊은 울림과 어우러지며, 순간순간이 하나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나는 눈을 감고, 연주에 빠져들었다가 잠깐 졸기도 했다. 연주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3시가 되어 있었다.
프라이드! 프라이드! 레인보우!
숙소까지 경로를 찾던 중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3시부터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구글에 보이는 퍼레이드 장소로 이동했다. 거리 곳곳에 무지개 깃발을 달아놓은 가게들이 보였다. 그리고 편의점에는 칼스버그 맥주가 협업으로 무지개 옷을 입고 있었다. 퍼레이드 차량이 지나가는 경로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길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처럼 혼자 방문한 사람보다는 커플이나 가족 동반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졌다.
행진에서 벌어지는 순간들을 카메라로 담았다.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음악과 환호, 다채로운 깃발, 자유롭고 행복한 표정들로 거리를 가득 채웠다. 내가 기다리는 구간에서 퍼레이드가 지나가고 나는 최종 목적지 무대가 있는 코펜하겐 시청 앞 광장에 들렸다. 숙소로 돌아와 짐과 사진을 정리했다.
퍼레이드가 끝날 즈음, 숙소로 돌아와 잠시 사진을 정리했다.
낯섦! 밤의 열기!
배정받은 침대에서 사진을 정리하고 다시 나가기 위해 가운을 챙겨 입었다. 나와 함께 방을 쓰는 룸메이트는 두 명이었고, 대화 중 퀴어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외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들도 함께 가도 되겠냐고 물었기에 함께 준비해서 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걸어서 코펜하겐 시청에 도착 후 각자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기로 했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어 무지개로 물든 코펜하겐을 기록했다.
늦은 시간 시청에 준비된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고, 다소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하는 뮤지션도 있었고, 과격한 락을 하는 뮤지션도 무대 위로 올라왔다. 2시간 동안 열심히 놀았다. 그리고 알록달록 빛나는 순간들을 담은 후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기록
오늘, 퀴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탄했다. 뉴스에서 본 대한민국의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달랐던 것 같다. 코펜하겐은 온 가족이 즐기는 축제로 인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할 거리가 생겼다.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는 생명체이고, 함께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의 잣대로도 타인의 삶을 재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웠다
당신은 언제 ‘다름’을 마주했나요? 그 순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나요?
여행 팁 & 경비
• 에너지바 : 24 SEK (0.3 시티은행 카드)
• 물 : 26 SEK (0.3 시티은행 카드)
• 맥머핀(25)+커피(10) : 35 DKK (0.7 시티은행 카드)
• 짐 보관 (2시간) : 50 DKK (1 시티은행 카드)
• 핫도그 & 맥주 : 15유로 (2 현금)
• 맥주 : 20 DKK (0.3 시티은행 카드)
• 맥주 : 18 DKK (0.3 시티은행 카드)
총합: 약 3.2 시티은행 카드 + 2 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