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고, 쓰다 (6) - 봄은 또 오고

by 숨CHIP

제목 : 봄은 또 오고

작가 : 아드리앵 파를랑주 / 이경혜 옮김

출판사 : 도서출판 봄볕





책 속에 기억의 공간이 숨어 있습니다. 때론 하나, 때론 여섯. 어떤 기억은 곧 잊히지만 어떤 기억은 일생을 함께합니다. 이 책은 책 속의 공간에 담긴 생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떠올리는 최초의 기억은 세 살 때입니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 엄마 손을 잡고 첫걸음마를 합니다.

제일 처음의 기억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네 살의 봄, 아빠는 도랑가에서 아주 작고 빨간 산딸기를 따서 맛 보여 주었습니다.

기억 둘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다섯 살의 봄,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목마를 타고 호두나무 가지에 장식을 매달았습니다.

기억 셋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여섯 살의 봄, 길가에서 꿈틀대는 발 없는 도마뱀을 보고 뱀으로 착각하고 줄행랑을 쳤습니다.

기억 넷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아홉 살의 봄,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귑니다.

기억 다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열 살 때 이사를 하고 열두 살 때는 말도 안 하고 친구도 없었습니다.

기억 다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열세 살의 봄, 넋이 나간 듯 한 여인을 바라봅니다.

기억 여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한 여인


열다섯의 봄, 한 여인의 진한 뽀뽀에 정신을 잃습니다.

기억 여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여인의 뽀뽀


열여섯의 봄, 사랑에 빠집니다.

기억 여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여인의 뽀뽀


열여덟의 봄, 그녀와의 관계가 멀어집니다.

기억 여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여인의 뽀뽀


스물하나의 봄, 직장을 다닙니다.

기억 여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여인의 뽀뽀


스물둘의 봄, 우연히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그 여인을 봅니다.

기억 여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여인의 뽀뽀


스물셋의 봄, 거리에서 아빠가 된, 어릴 적 마음 맞는 친구와 마주칩니다. 나와 친구는 서로 쑥스러워합니다.

기억 여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마음 맞는 친구의 얼굴, 여인의 뽀뽀


스물넷의 봄, 홀로 긴 여행을 떠납니다.

기억 다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여인의 뽀뽀


스물여섯의 봄, 여행 중에 평생의 반려자를 만납니다.

기억 다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그녀를 만난 여행지


서른의 봄, 나와 그녀의 아이가 태어납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기억 다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그녀를 만난 여행지


서른둘의 봄,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 딸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가르칩니다.

기억 다섯 :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그녀를 만난 여행지


서른넷의 봄, 딸에게 도랑가에서 자란 산딸기를 맛 보여 줍니다.

기억 넷 :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발 없는 도마뱀, 그녀를 만난 여행지


서른여섯의 봄, 딸은 길가에서 꿈틀대는 뱀을 보고 무서워하며 아빠의 손을 꽉 움켜쥡니다. 나는 저것이 뱀이 아니라 발 없는 도마뱀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기억 넷 :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그녀를 만난 여행지,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마흔의 봄, 어릴 적 놀던 시냇가에서 여러 가지 돌을 모아 딸아이와 둑을 쌓습니다. 마흔넷이 되자 이십 년 전 홀로 떠났던 여행지를 가족과 함께 다시 방문합니다.

기억 다섯 :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그녀를 만난 여행지,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딸과 함께 시냇가에 쌓은 둑


쉰의 봄, 딸아이가 독립하여 이사를 합니다.

기억 넷 :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딸과 함께 시냇가에 쌓은 둑


쉰둘의 봄, 아내와 같이 딸아이와 둑을 쌓던 시냇가에 갑니다. 시냇물이 바싹 말라 있습니다.

기억 다섯 :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딸과 함께 시냇가에 쌓은 둑, 독립한 딸아이


쉰여덟의 봄, 이제는 긴 여행보다 긴 산책을 자주 합니다.

기억 여섯 :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딸과 함께 시냇가에 쌓은 둑, 독립한 딸아이, 바싹 마른 시냇가


예순둘의 봄, 딸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기억 여섯 :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딸과 함께 시냇가에 쌓은 둑, 독립한 딸아이, 바싹 마른 시냇가


예순여덟의 봄, 손자를 데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정원에 갑니다. 어릴 적 장식을 매달았던 호두나무는 베어져 있습니다.

기억 여섯 : 도랑가의 산딸기, 호두나무 장식,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딸과 함께 시냇가에 쌓은 둑, 바싹 마른 시냇가, 아이를 낳은 딸


일흔둘의 봄, 모든 것이 느려지는 나이입니다.

기억 다섯 : 도랑가의 산딸기,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딸과 함께 시냇가에 쌓은 둑, 바싹 마른 시냇가, 아이를 낳은 딸


일흔여덟의 봄, 딸아이의 식구들과 시냇가에 다시 갑니다. 시냇물이 강처럼 넓고 깊어졌습니다.

기억 넷 : 도랑가의 산딸기,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딸과 함께 시냇가에 쌓은 둑, 바싹 마른 시냇가



여든둘의 봄, 딸이 하도 걱정을 해서 전등 하나도 갈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기억 둘 : 도랑가의 산딸기, 나의 손을 꽉 움켜쥔 딸



여든다섯의 봄 : 지금까지 맞이한 봄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봄입니다.

생의 마지막 기억 : 도랑가의 산딸기


※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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