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교복 치마

by 김하예라

중1 딸, 다홍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녀는 식사시간, 화장실 가는 것 빼고 대부분의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낸다. 자신의 취향대로 꾸민 공간에서 그녀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영상통화를 하고, zoom을 켜고 만나고, 카톡을 하고, 인스타그램 DM을 주고 받는다. 그녀는 그녀의 사적인 공간에 내가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그녀의 방문 앞에 서면 노크를 해야 함은 물론이고, 방문이 잠겨있는것고 당연하다. 그런 그녀가 안방에 들어온다는 것은 참 드문일이다. 정작 그녀는 안방에 들어올 때, 노크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찾아와 준것에 감사할 뿐이다.

"엄마, 나 교복 치마를 수선집에서 좀 줄여야 할 것 같아."

"어?"

"어."

"................"

나는 학교 다닐 때, 태도와 예의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던 학교의 방침에 따라가는 것에 반항할 꿈도 못꿨다. 입고 싶은대로 입었다가 선생님들께 찍히는 것보다 법을 지키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학교의 엄격한 복장과 두발 규칙에 항상 순종했다. 오죽하면 담임선생님께서 아침 조회시간에 나를 일어나라고 하신 다음, '머리는 이렇게 하고, 교복은 이렇게 입으면 된다'라고 하실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창의성이라고는 조금도 발휘할 틈 없이 하라는 대로만 하고 학교를 다녔던 나는 딸이 낯설다. 화장을 하고 다닌다든지, 교복을 줄인다든지, 실내화를 바깥에서 신고 다닌다든지 하는 아이의 모습에 자주 놀란다.

올해 초, 아이의 키가 앞으로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여 좀 넉넉하게 맞추게 했던 나의 뜻을 6개월 정도는 따라 주던 딸은 이제는 치맛단을 조금만 줄이겠다고 말했다. 길면 키 클동안 좀 접어서 입고 다니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그러면 사진 찍을 때 접은 티가 나서 '핏'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에게 치마를 줄이기 전에 말이라도 해준 것이 어디냐며 속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지려 애써보았다. 그리고 애매하고 소심히 말했다.

"그..럼 조금만, 적절하게 줄이던지....."

며칠 뒤에 수선집에서 찾아온 그녀의 교복 치마는 내 예상 보다 훨씬 더 짧았다. 내가 보기에는 '똥꼬 치마'가 되어 있었다. 저절로 긴 한숨이 나왔다.

"그.. 그런데... 그렇게 짧..짧아도 정말 괜찮아? 교복 규정에 어긋나는 거 아니야?" 나는 당황스러워서 말까지 더듬었다.

"응. 치맛단 줄이는 거 괜찮다는 허가 받았어. 지난 학기에 나 학생회였잖아. 회장단 언니 오빠들이랑 친구들의 설문조사받아서 학교에 결과지 제출하고 통과되었어. 어차피.."라고 딸은 당당하게 말했다.

학교에서 허락을 받았다는 당찬 아이의 말에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그저 몇 마디 덧붙일 뿐이었다.

"그래. 밤에는 특히 조심히 다니고.. 혹시 키가 더 커서 교복이 너무 짧아지면 스커트 하나 더 사지 뭐... "

아이를 이해해 보자면 못할것도 없다. 그러고 보면, 중 2 이후로 말라보았던 적이 없는 나는, 저 아이만할 때 인생 중 제일 마르고 날씬했던 것 같다. 한창 예쁠 때, 예쁘게 옷을 입고 다니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보자면 못할 것도 없다. 아이돌 혹은 배우와 같은 연예인이 되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하는 그 마음을 가지는 것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도드라진 특징이라 한다. 요즘 아이돌들이 입는 교복 치마의 길이를 볼때, 우리아이의 교복 치마가 또 그렇게나 짧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싸'가 되어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나이니까 무릎 아래로 내온 긴 교복 치마는 인싸가 되기는 약간 아쉬운 면이 있겠지. 그래.. 예쁘게 교복 입고 친구들과 요즘 유행하는 스티커 사진, '인생 네 컷'도 찍고, 마라탕도 먹으러 다니고, 셀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감성 충만한 사진을 올리고 싶을 거다.

예전에 들었던 부모교육프로그램에서 강사 선생님께서 사춘기를 시작하는 자녀를 대하는 마음가짐 혹은 방법은 '바라봄'이라고 하셨다. 아이를 바라봐 준다는 것은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 또는 결정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아이의 내재되어있는 힘을 믿어주면서, 서너 걸음걸이를 두고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아 주는 것이다. 미니스커트가 되어버린 그녀의 짧은 교복치마도 '잘 어울리네...' 하며 조용하게 바라봐 주는 것이리라.

아니 그런데, 아이가 교복 치마 하나 줄인것 가지고 이렇게 오랜동안 생각하고 노력할 일인가..

아...사춘기를 제대로 겪어보지 않은 내가 정석대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딸을 키우는 것, 참 어렵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춘기의 시작, 앞머리 자르기(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