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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그리 Dec 10. 2018

여행 무능력자의 대만 출장기

나는 자타공인 여행 무능력자다. 무엇보다 나는 집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외출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라, 할 줄 아는 외국어도 없고 방향치에 길치다. 그런 내가 대만이라니, 해외 출장이라니, 3박 4일이라니..!! 게다가 내가 가장 막내여서, 모든 일정과 경로, 경비는 내가 챙겨야 했다.


사전 준비


매일매일 타로(..)를 보면서 사전준비에 임했다. 나는 꼼꼼하지 않아 무언가를 늘 빠뜨리곤 해서, 준비를 꼼꼼하게 해야하는 이런 일에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매일 타로를 보며 오늘 하루 내가 잘해낼 수 있을지 가늠했다. (헬로우봇 고맙습니다...)


나답지 않은 거 어떻게 알았지...? 소오오름


환경과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일단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종이로 인쇄했다. 선배가 '급할 때 종이 넘겨보는 것보다 효율적인 건 없더라'고 했는데 완전 공감. 아래는 인쇄한 자료 목록.


전체일정표

일정표는 시간대 별로 작성하고, 각각의 이동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도 기록해두었다.


지도

(도보해야 하는 경우) 날짜 별로 찾아가야 하는 곳의 도보 경로를 인쇄했다. 

- 1일차 :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에서 호텔에 찾아가는 도보 경로 

- 3일차 : 타이동 공항에서 푸강 항구까지 찾아가는 경로 

- 4일차 : 호텔에서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 공항 급행열차 타는 가장 빠른 경로 


주소와 연락처

선배가 그날그날 찾아가야 하는 목적지의 이름 (한국, 영어, 대만어) 과 주소 (영어어 주소, 대만어 주소), 만나야 하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별도의 한 장 페이지로 정리해주었다. 주소록을 접어서 가방에 넣어다니다가 택시 탈 때 보여주면 정말 간편하고 유용했다!!! (선배님께 스폐셜 땡큐..)


참여자 전원의 여권 사본

함께 출장가는 사람들의 여권을 복사하여, 여권사본을 철해놓는 것도 유용했다. 3일 차 여정에서 페리를 타고 뤼다오에 갔는데, 페리 탑승할 때 참여자 전원의 여권이 필요하다. 다시 여권을 취합하느라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여권사본 철해둔 것을 딱 내밀면 빠르게 수속이 진행된다. 단, 출장이 끝나면 잊지 않고 파쇄해야 한다.


지도/여권사본/항공권 있는 곳마다 포스트잇을 붙여서, 홀더에 딱 집어두면 아주 간편하다. 게다가 다 쓴 일정표는 뒤집어 꽂으면 이면지노트로도 활용 가능 :) 


5장의 편지 봉투, 그리고 지퍼백

이것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출발 당일, 공항에서 챙길 것


자동출입국 심사 

외국인들은 늘 출입국 심사에서 오랫동안 대기해야 한다. 나는 이걸 잊고가서 자동 출입국 심사 신청을 못했는데, 자동출입국 심사 등록을 인천공항에서 하고나면 대만에서 e-Gate 를 통해 빠르게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다고.  자동출입국 심사 등록방법은 아래 링크를 참조할 것.


현지 유심과 와이파이

길 찾는 것도 데이터고, 검색하는 데에도 데이터고, 우버를 부르는 것도 데이터다.. 와이파이 도시락을 미리 예약해서 당일 인천공항에서 수령하여 돌아오는 날 반납했다. 도시락 비용은 보조배터리와 보험까지 포함하여 3박 4일 27,720원 정도. 여행 내내 유용하게 썼다.


출장지에서 나는 현지인들과 통화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현지 전화번호가 필수였다. 현지 유심을 구입하여 5일권 + 모바일 데이터 무제한 + 현지 전화번호를 받았다. 중화통신 5일권에 약 12,000원 정도. 대만에 도착하여 입국심사대를 빠져나가기 전에 통신사 부스들이 늘어서 있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출장지에서 나의 할일


무브, 무브, 무브

이제 출장지로 왔다면, 남은 건 바로 이동 루트와 수단을 챙기는 일 뿐이다. 그런데 사실 이게 가장 신경쓰이고 어렵기도 하다. 공항에서 MRT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것은 괜찮았다. MRT로 가는 길목마다 표시가 잘 되어 있고, 심지어 MRT 탑승권을 구매하는 데에는 한국어까지 지원된다. 


그 외의 이동에서, 나는 무조건 우버 택시를 이용했다. 500m 이상 도보 시 우버! (더 큰 팁을 바랐다면 너무 미안하다..이건 그냥 여행무능력자의 출장기라구..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았기를..) 눈앞에 보이는 빈 택시보다 우버를 부르는게 나았다. 우버가 오기를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말 안 통해서 다른 목적지로 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카카오택시처럼 목적지를 미리 설정한 뒤 우버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목적지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곳까지 간다. 다만 우버를 부를 때 출발지(픽업장소)를 정말 섬세하게 찍어야 한다. 반대편 도로거나 다른 게이트라면 서로를 찾기 난망해지는 때가 있다.


뭐든지 쓰십시오, 기계처럼..

손바닥만한 수첩을 가져갔다. 돈 쓸 때마다 수첩에 기록하고, 면담 내용마다 깨알같이 받아적었다. 이건 기본이니까 더 설명하는 것을 패스한다.


출장 잇템: 편지봉투

나의 잇템은 바로바로 편지봉투였다.... 날마다 예산을 기록하고 정산해야 했기 때문에, 돈 쓸 때마다 꼭 영수증을 받아야 했다. 편지 봉투 겉봉에 날짜를 쓰고, 그날의 영수증을 넣었다. 그러면 나중에 어떤 영수증이 뭐였는지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페리 탑승권이나 기념관 입장료처럼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정액의 금액들은 여분의 편지봉투에 딱 넣어두고 꺼내 썼다. 매일 써야 하는 식비나 이동비와 섞여 있으면 매일매일 얼마를 써도 되는지 감이 잘 안 잡히기 때문이었다. 특히 돈이 든 봉투는 워낙 꺼냈다 넣었다 난리였기 때문에 나중엔 봉투의 수명을 다해 너덜너덜해져서, 봉투를 더 갖고 갈 걸하고 몹시 아쉬웠다.


출장지에서의 사진 촬영

아래 항목 사진들은 꼭 챙겨 와야 보고서 작성에 유용하다.

출장지마다, 단체 사진

출장지마다, 회의하고 있는 사진

출장지마다, 간판/전경 사진

음식 사진은 찍어봐야 인스타 외에는 1도 쓸데가 없었다..


업무에는 쓸모없지만, 사심 채워 즐거웠던 '대만에서 발견한' 사진 시리즈

대만에서 발견한 무지개 LGBT 현수막!
대만에서 발견한 덴마크(..)
대만에서 발견한 토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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