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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Apr 06. 2023

우리 집 강아지는 ENFP

보호소 사이트에 우리 집 강아지는 굉장히 수줍다고 써져 있었다. 쉬즈 어 샤이걸! 귀가 안 들린다는 말도 뱃속에 여섯 마리가 꼬물대고 있다는 말도 없었다. 이 정도면 사기였지 싶은데 당하고 보니 고맙다. 알았다면 쉽게 입양을 결정하지도 못했을 테고 매일의 수고로움과 맞바꾼 귀여움을 못 봤을 테다.



같이 살면서 지켜본 우리 집 강아지는 샤이걸이 아니다. 보러 간 첫날 하루 정도 수줍었다. 내 다리에 살포시 조그맣던 엉덩이를 기댈 때 정도 였는데 보호소와 한 통속이었음이 틀림없다. 산책을 가면 우리 강아지는 전형적인 E 다. 우리 집에 사는 사람들은 둘 다 I이다. 낯선 사람은 어려워 강아지 놀이터에서 누가 말이라도 걸까 하늘을 보는 척하거나 강아지만 따라다닌다. 우리 집 강아지는 놀이터에 가면 아무 강아지에게나 코를 들이민다.


킁킁 안녕 나랑 놀래?


안타까운 건 열 마리 중 두 마리 정도가 우리 집 강아지랑 뛰어논다. 방금의 거절은 까먹는다. 쉬지 않고 킁킁 강아지를 찾아다니는 걸 보면 한편으론 부럽다. 너의 외향성과 적극성이.


집에서 우리 집 강아지는 간식을 던지며 찾으러 다니는 놀이를 좋아하는데 꼭 간식은 두세 가지를 던진다. 이 간식 찾다가 저 간식 던지러 가고 그러다 새 간식을 나에게 던져달라고 물어 온다. 신나게 같이 던지고 달리다가 갑자기 혼자 이불이나 집에 간식을 숨기러 간다. 금방 질려서 저 많은 간식들을 물어 오는 가 했는데알고보니 소중한걸까? 알다가도 모를 강아지다.


일 년을 같이 살다 보니 이제 본인이 원하는 걸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아무래도 이 둘은 자기 옆에 살 것이 분명하다고 믿는 구석이 생긴 걸까. 배를 만져달라! 밥을 달라! 이 장난감을 던져라! 아니면 자기를 올려 달라! 등 말없이 (가끔은 왕왕 짖으며) 두 앞 발로 의사를 표현한다. 예전에 어쩌면 수줍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이 강아지가 도통 무엇을 원하는지 (밥 말고) 잘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 년 동안 강아지도 어떻게 하면 저 둘에게 원하는 걸 알릴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나 보다.


털을 정리하거나 발을 씻겨야 되거나 강아지가 싫어하는 일들을 해야 할 때 강아지는 운다. 너희가 뭔데 나를

괴롭히냐!!!라고 들릴 정도로 낑낑 소리를 질러대고도 나갔다 들어오면 이 세상에 나를 이렇게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 유치원에 가서 잠깐 친구들을 만나고와도 토실토실한 엉덩이와 짧은 뒷다리로 반!! 가!! 워!!!! 하며 달려온다. 동그랗고 까만 눈에서 반가움이 읽힌다.



일 년 동안 나는 더 강아지에게 푹 빠졌다. 누가 강아지 이야기를 하나 물어오면 백까지 이야기하고 싶어 꾹 참는다. 회사를 가도 우리 멍멍이는 뭐 하나 궁금하고 기분이 다운되면 강아지를 가서 꽉 안고 싶다. 사람보다 조금 더 따순 온기가 주는 위로가 크다. 강아지 간식가게에서 꼭 과소비를 하게 된다. 날 좋은 날에는 강아지가 오늘은 산책을 나가서 맘껏 뛰어놀 수 있겠다며 웃는다.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강아지랑 집 소파에 누워있거나 종종 거리며 같이 집에 있는 게 좋다.


그러다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아서 너는 언젠가 휙 떠나버릴 거라는 사실에 괜스레 마음 어딘가 벌써 시리다. 털이 꼬여 박박 밀어버린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백 년 만년 건강하게 살라고 진심을 다해 말한다. 좀 더 오래 붙어 지내면서 네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가르쳐주고 나는 기꺼이 더 많이 가져다주겠다고. 하지만 살은 더 찌면 안 되니 당분간은 간식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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