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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gital wanderlust Aug 29. 2021

저녁 러닝

펜데믹과 노을

주로 걷다가 이따금씩 보폭을 좁게 해 러닝을 한다. 나는 마라토너가 되거나 기록 경신의 목표가 없으므로 소소하게 뛰는 중이다. 비가 멈춘 어느 날 저녁. 붉은 노을이 시야에 들어와 자꾸만 걸음까지 멈추고 저 멀리 풍경을 그저 바라보다 폰카메라까지 들게 된다.

주변에 사람이 없을  러닝하며 차오른 숨을 고르느라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2 정도 힘차게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순간  끝으로 진동해 오는 바람 냄새,  냄새, 나무 냄새, 공기 냄새,  냄새 그리고 나머지는 도시의 매연이겠지만 나는  찰라의 냄새에 황홀하리만치 흠뻑 빠져 순간 울컥했다가 다시금 마스크를 올리고 묵묵히 집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언젠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아무런 냄새도 느끼지 못 한채 이 길을 뛰게 될테지만 펜데믹 시대 러닝에 대한 기억과 냄새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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