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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Feb 01. 2016

내 삶의 의미 - 로맹 가리 '영원한 가치들로의 복귀'

1980년 12월 2일 로맹 가리는 파리의 자택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몇 달전 캐나다 라디오 <말과 고백>이란 프로그램에 방영할 대담을 촬영(방송 공개는 1982년 2월 7일) 하였다. <내 삶의 의미>는 로맹 가리 육성의 기록을 다시 듣는 책이다.

로맹 가리는 삶의 확신도 소유도 선택도 없었음을 말한다. 역사의 흐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1914년 러시아에서 태어나 1917년 러시아 혁명을 목격하고 1921년 폴란드-소비에트 전쟁이 끝난 직후 7살 때 폴란드로 1928년 14살 때 프랑스 니스로 이주한다. 그에게 러시아어와 폴란드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언어 같은 것이라 한다.

단역을 맡은 어머니의 연극을 본 기억과 자신이 9살 때부터 러시아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과거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푸시킨의 <팔레스타인 분파> 러시아어를 폴란드어로 번역한다. 그는 아시다시피 프랑스 작가가 되었다. 레슬리와 결혼하면서 영작하고 프랑스어로 번역하기도 한다. 문화를 4번이나 갈아탄 덕을 본 것이다!

자네 경우엔 미치지 않고 프랑스 작가가 된 거로군
- 드골 장군 -

(로맹 가리에게 드골 장군은 어머니와 더불어, 자신이 글로써 표현하기 참으로 어려운 깊은 존경심과 애정을 품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로맹 가리는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소명이 되었다. 12살 때 출간된 것 같은 착각을 맛보려고 첫 습작을 노트에 인쇄체로 정서하곤 했다. 학생 신분이었을 때 첫 단편이 <그랭구아르> 주간 문예지에 실려 작가가 되리라는 막연한 희망이 생겼지만 알다시피 오이와 빵만 먹던 아주 고달픈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고 더욱 쉬지 않고 글을 썼다고 한다.

그가 열아홉에 쓴 처녀작 <죽은 자들의 포도주>는 온갖 콤플렉스를 앓았던 작품이라 회고한다. 두 번째 작품 <사랑의 몸짓> 또한 출판되지 못한다. 드골 정권하에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앙드레 말로는 그에게 작가로서 장래성을 유일하게 확언해 주었다 한다.

전쟁 동안 동료를 잃으면서도 추위에 싸우면서도 잠을 못 자면서도 그는 밤마다 글을 썼다. 그에겐 오직 싸우는 일과 글 쓰는 일 그리고 어머니의 희망뿐이었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삶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사건... 자신의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 남게 될 흔적이라고 말한다....

군대가 나의 성격과 동지애를 형성해 주었고 나치즘과 전체주의에 맞서 싸울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나는 군대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유엔을 비판하거나 단죄하려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로운 유엔기 아래 위장된 다양한 의사 표명과 분석들입니다. 그 죄인들의 범주에서 나를 빼놓지 않습니다.

- 로맹 가리 -


1945년 프랑스가 해방되고 1952년까지 베른 주재 프랑스 대사를 역임했고 그 뒤 1955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프랑스 대표를 맡았다. 그 기간에 <거대한 옷장>, <튤립>, <하늘의 뿌리>, <죄 지은 머리>, <낮의 빛깔들> 등 작품을 쓴다. 그중 <비둘기를 안은 남자>는 포스코 시니발디라는 가명으로 유엔을 풍자한 작품이었다.

그는 1960년대 말까지 할리우드에 머문다. 그가 훗날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서 할리우드에 돌아오게 될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자신은 장관 후보가 된 순간에, 프랑스 대사가 되는 어머니의 꿈을 이루게 된 순간에 돌연 휴직을 내고서 미국에 정착해 진 세버그와 9년간의 결혼생활을 한다.

그는 재정적인 문제에 완전히 해방되지 못해 문학작품 집필 외에도 특파원, 기자, 신문사 통신원으로 활동한다. 그때가 자신의 삶에서 아주 흥미로운 시기였다고 한다. 여행도 많이 다녔고, 청탁을 해오는 미국 출판사도 여럿이었다고 한다. 시나리오 수정자로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한듯하다.

지상 최대의 작전(The Longest Day, 1962)


*로맹가리 시나리오 작업 작품 <지상 최대의 작전> : 1962년 코넬리어스 라이언의 작품을 각색해 존 웨인, 헨리 폰다, 리처드 버튼이 출연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도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
유머는 무기 없는 사람들의 순결한 무기다. 유머는 우리에게 닥친 고통스러운 현실을 누그러뜨릴 때 우리가 행하는 일종의 평화적이고 수동적인 혁명이다.

- 그루초 막스(희극배우) -



독자적인 작업에 길든 로맹 가리로선 분투하였지만 아메리카 대륙을 상당히 깊이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중앙아메리카에 관해 예측한 내용 <별을 먹는 사람들>, 베트남 전쟁의 시기 미국에 고하는 작별 <게리 쿠퍼여 안녕> 작품을 쓴다.

그는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영화적인 표현을 좋아했다. 그래서 연출가로서,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직접 영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 마약에 대한 혐오감 <KILL> 두 편을 촬영하기도 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작업 가운데 하나라 한다.... 그 후 나이도 들고, 모든 걸 다 하고 살 수 는 없다는 걸 깨닫고는 영화제작은 접고 문학작품 집필과 삶에만 몰두하였다 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조금도 각색하지 않은 자전적 작품 <새벽의 약속>, <흰 개>, <밤은 고요하리라>에 쓰여있다. 내가 다시 로맹 가리에 대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읽는 의미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참 빠짐없이 기억하고 말한다는 사실에 일단 놀라웠다. 그의 말처럼 꼭 삶이 이렇게 나를 참여하게 했다는 말처럼 들리게도 했고 자신을 작품의 주인공 하나쯤으로 여기는 것도 같았다.

지중해의 스페인령 발레아레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 - 마요르카 Mallorca



그는 마요르카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한다. <형제 대양> 3부작 에세이 <스가나렐을 위하여, 소설과 인물에 관한 연구>, <징기스 콘의 춤>,  <죄 지은 머리>를 쓴다. 스가나렐을 위하여는 사람들에게 거의 읽히지 않았지만 자신의 문학작품들의 원천을 소개한다. 중동의 비극 <스테파니의 머리들>, 작가라는 직업을 마법사로 정의한 <마법사들>, 공상과학소설 <영혼 충전>, 프랑스인들의 역사적 기억에 관한, 감정의 기억에 관한 <연> 작품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자신의 소설론을 담은 산문집 <스카나렐을 위하여> 1965 : 완전한 소설ROMAN TOTAL : 스스로 '인물이자 작가'가 되는 완전한 소설을 꿈을 이루고자 했다.
영혼 충전1978 (책 내용) : 인간이 에너지 위기에 봉착하자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순간 영혼을 붙잡아 기계 속에 가둬 에너지 원천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는다. 겉보기엔 환상적으로 보이지만 이 소설이 지극히 사실주의적이며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하다. P107- 로맹 가리 -



<마무리>
로맹 가리가 좀 전에 막 대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란 상상을 해보았다. 그렇게 그 순간을 살았을 한 노 작가를 떠올렸다. 현재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 그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단조로운 일상이었다. 거친 삶은 이미 저만치 흘러갔고 그에게 남은 시간은 그저 잔잔하게만 느껴졌다(최대한 느낌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세대들, 문학 영역에서의 새로운 발견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15년마다 새로운 세대가 카프카를 발견하고 카뮈와 생텍쥐페리를 재발견하는 것들, 앞선 세대를 필요로 하지 않고, 앞선 세대들을 믿지 않고, 그들의 가치를 믿지 않고, 자기들 스스로 그 세대를 다시 발견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것을 영원 회귀 현상 - 영원한 가치들로의 복귀를 - 의미한다고 로맹 가리는 말한다.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느꼈던 오직 한 가지를 알고 있다.. 나에게도 소중한 것 중에 하나다. 로맹 가리는 총 30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내 삶의 의미>는 국내 번역되지 않은 소설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기록해 두었다 다음에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숙제다....



만약 내 책들이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 거의 언제나 여성성을 향한 사랑을 얘기하는 책이라는 이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 로맹 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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