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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Feb 10. 2024

다시 읽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이 새들은 모두 어디서 오는 건가요?



조금은 시적이고 

조금은 몽상적인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

(1962)



책 읽는 동안 리마의 해변 모래 언덕에 

앉은 내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그의 예상대로 떠밀려간 영혼 하나가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

심장이 여기에 와 곤두박질쳤다.

이제 영원은 없다는 생각

여기가 끝이란 생각

당신이 몹시 그리워진다.


바람결대로 머릿결이 날렸다.

그 해변의 여인처럼

그 모래 언덕 위 새들의 무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분석 섬은 외롭게 떠다녔다.

힘찬 비상과 찬란한 태양

벼랑끝 앙상한 가지

고독을 모르는 가마우지가 울었다.


고독의 아홉 번째 파도가 부서졌다. 

영혼을 반환하러 가는 길

당신이라는 책을 펼치고

나는 읽는다.


by 훌리아





꼭 여기가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라도 된 듯이...





페루 수도 리마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해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마흔일곱인 남자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스의 레지스탕에서 

쿠바에서 전투를 치른 다음 

모든 것이 종말을 고하는 

안데스 산맥 발치의 

페루 해변으로 몸을 피한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다른 이들이 하늘가에서 살듯 그는 바닷가에서 살고 있었다.




 

새들은 언제나 밤에 죽어갔다. 


너무나도 많은 새들이 

그 모래언덕으로 와서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새들은 진짜 비상을 위해 이곳으로 왔다.

죽은 새들로 뒤덮인 이 후미진 해변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그녀를 구했지만 

그녀는 죽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흐느꼈다. 


어떤 연약함

어떤 무구함이 

그녀에게 서려 있었다.


사육제
 

나라와 지방에 따라 

여러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가장무도회·익살극 등을  포함한 

온갖 환락을 동반한 행사가 치러지며 

때론 지나치게 과격한 나머지 

폭동으로 돌변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낳기도 한다.





페루 리마 해변




한번 더 마지막 남은 환상의 조각들을 빼앗기지 않는 법을 배우려 했다.





마지막 물결 


희생된 후 벗겨진 마지막 편린
한 조각의 비늘들이 이곳으로 모였다.

희망이라는 미끼를 물고 싶어 했다. 


황혼의 순간 문득 다가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혀줄 

그런 행복의 가능성을 은근히 믿고 있었다. 


먼 바다에서 다가오는 

강렬하기 짝이 없는 

고독의 아홉 번째 파도에...


그 누구도 극복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유혹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의 유혹일 것이다.


그들이 더욱 고통스럽게 

죽어갈 방법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들이 빼앗은 그 무엇을 

조금이라도 되찾기 위해서는 

그들을 죽여야 할지도 몰랐다. 


분명한 건 

그들은 당신의 보석을 빼앗지 않았다.




모두 알아버린 나이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나이


세상의 끝에

자신과 더불어 머물게 함으로써

작은 새 한 마리를 보호하려는 

자크 레니에는 누구인가? 


죽어 있는 저 수천 마리의 

새들의 무덤은 누구의 무덤인가? 

하늘가에 있는 다른 사람들 누구인가? 


차갑고 헐벗은 바위뿐인 

조분석 섬을 

떠나온 것은 누구인가? 


세상의 끝... 

부드럽고 따뜻한 모래가 있는 

이곳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새는 

당신이다.




어느 순간 

이젠 너무 늦었다는 자각


삶이 결코 우리의 빚을 갚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는 거야.

그래서 고뇌가 시작되는 거지.


망각 속에 매몰된 이들을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살다가 

아무 흔적 없이 죽어간 이들을 


과거에 누군가로 살다가 

이제는 무無와 먼지가 되어버린 존재들을 

견딜 수 없어했다는 사실을.....


시간은 아름다운 배설물

새끼 바다표범을 죽이듯이 

살아 있는 채로 

당신의 껍질을 벗긴다.



by 솔로몬 왕의 고뇌, 로맹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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