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그리는 시간 29화
나를 사랑하는 그대를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게 어떤 일이 생겨도
내 편이 되어 줄거라 믿었습니다.
일상의 무관심
고질적인 아집
반복되는 실수
모두 다 이해해 줄 거라 굳게 믿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그대니까.
안심했던 것 같습니다.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대에게 마음의 병을 주었다는 것을
여전히 나를 사랑하지만
그대는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나를 눈앞에 두고
그대의 눈빛이 갈 곳을 잃은 채 흔들립니다.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대의 눈동자에 사랑과 증오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지만
그대는 나와 달리 나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강한 사람입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대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대를 눈앞에 두고도
조바심에 입안이 바짝 마릅니다.
이대로 나를 두고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