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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Apr 14. 2021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대체로 흐림 오후 늦게 비

2022년 2월 8일 화요일

대체로 흐림. 오후 늦게 비.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2022년 2월 8일 화요일


비 오는 날에 대해 사람들 대부분은 호불호가 명확한 편이다. 아주 좋아하거나 정말 싫어하거나.

나는 싫어한다.

예민한 성격 때문인지,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 때문인지, 나는 날씨 변화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춥고 바람 불고 흐리고 비 오는 날을 매우 싫어한다. 그런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속에서 책 보고 영화 보고 자고 싶다. 결코 그렇게 할 수 없겠지만.

날씨에 대한 표현이 ‘춥고 덥고 습하고 건조하고 흐리고 맑고’ 정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늘하고 선선하고 후덥지근하고 무덥고 쌀쌀하고 쾌청하고 푹푹 찌고 꽁꽁 얼고 살을 애고’ 등 아주 세세한 표현이 많은 것을 보면 나처럼 날씨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니 많다.

날씨는 중요하니까. 그날 하루 기분에도 활동에도 영업에도 말이다.


한여름의 소나기 말고 비가 반가울 수 있을까?

특히 겨울비는 너무 차갑고 스산해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비 오는 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 빗속에서 머물지 않아도 되는 사람.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비를 구경할 수 있는 사람. 쇼윈도 밖으로 비 오는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사람. 비 오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있는 사람.


어쩌면 내가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것은 내가 그럴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젖은 우산을 접으며 버스를 타야 하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우산의 물기가 다른 사람의 가방적시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젖은 우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지를 적시는 것을 못본  해야하고, 바지 밑단과 양말 끝이 축축해진 상태로 저녁까지 일해야 한다.

또, 우산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좋다고 날뛰는 아이를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가며 등원시켜야 하고, 바깥놀이 대신 무얼할까 고민해야 하고, 젖은 현관 바닥을 닦아야 하고, 마르지 않는 빨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를 살다 보면 지쳐서 비 오는 창밖을 구경하기 위해 카페를 찾을 시간도, 체력도 없고 음악이니 빗소리니 들을 여유도 없다.


비 오고 바람 불고 추운 날엔 마음도 냉랭해져서 그저 뜨거운 커피 한잔만 찾고 바람 들까 싶어 문을 꼭 닫게 된다.



대체로 흐림. 오후 늦게 비.


사실은 2021 2 오늘 나의 기분이 대체로 흐리고 오후 늦게 비다. 그래서  그림을 그렸는데 2022 2 미래의 오늘은, 기분 대신 날씨가 그랬으면 좋겠다.

  미리 쓰는 미래 일력이라서 오늘의 진짜 날씨가 어떨지  모른다. 혹시 2022 2 8일에, 비가 오고 늦겨울의 찬바람이 분다 뜨거운 커피나 코코아를 마시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아야지. 그렇게 하루를 달래야지.

기분이 흐린  보다야 백배 낫지.’하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날씨는 한여름 푹푹 찌는 듯한 더위에 등목이 하고 싶어지고,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볕에 살갗이 빨갛게 익는, 아주 아주 덥고  맑은 날씨다. 어서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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