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해보는 새해 다짐
어느 해였던가, 연말이 되니 이유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이유 모를 기분이 나를 감싸며 나를 밑으로 끌어당겼었다. 나를 이렇게 밑으로 끌어당긴 알 수 없는 형태가 나에게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 연말이라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요즘 나의 상황들도 털어놓았다.
가만히 듣던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올해 후회되는 일 있어?"
그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분명 뭔가 있었던 거 같은데... 아, 내가 그때 그러지 말걸, 왜 그렇게 했지 싶은 일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머릿속이 바빴지만 이상하게 딱 떠오르는 건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나를 보고 친구는 툭, 한마디를 던졌다.
"말 못하는거 보니까 잘 산 거네. 거창하진 않아도 그럼 된 거야."
별것 아닌 듯 던진 말이었지만, 그 순간 마음 한 켠이 슬며시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 그런 거구나 싶었다.
그때는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들도 지나고 보면 결국 ‘그럭저럭 잘 살아낸 날들’이었구나.
그리고 올해도 그렇다.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 잘 버텼고, 잘 살아냈다. 생각해 보면, 매년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지.
조금은 헤매고, 조금은 아쉬워도 한 해를 끝내고 돌아보면, 그래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니까. 누구든 매일이, 매달이, 매 순간이 100% 마음에 들 수는 없을 거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듣고 있는가 나 자신!) 좋은일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저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니까.
내년에도 나는 그렇게, 우리도 그렇게 조금씩 잘 살아갈 거야.
거창하지 않아도, 그냥 지금처럼.
서울에서 밴쿠버로
A에게
안녕? A야
벌써 캐나다 다녀온 지 이틀이나 지났다? 내가 일하는 시간이랑 월급 받는 시간만 빼고 좋은 시간들은 금세 다 빨리 흘러가는 기분이야. 흑흑 그래도 시간이 흘러서 이렇게 또 두 번째 캐나다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 한국에 도착 후 하루 만에 빠르게 회사도 다시 가고, 나의 잠과 나의 뱃골 또한 한국시간에 맞춰서 다시 흐르기 시작하더라고. 어때 나의 이 시차 적응 능력 후후후.
기대되고 좋았던 시간은 빨리 흐르는 만큼 나의 알찼던 2024년 연말은 정말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어. 좋았던 기억들을 안고 살아가며, 나중에 또 끄집어내서 미소 짓고 얘기하는 거처럼 이 좋은 기억들로 인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또 큰 힘이 될 거 같아.
벌써 이렇게 2024년이 다 가고 2025년이 오게 됐는데. 매년 가기 전에 나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이번 연도에 후회하는 일이 있었느냐는 거야’ 이렇게 생각해 보면 나는 올해에도 없더라고. 내가 아는 A도 없을 거 같아. 그 순간에는 그때 그럴걸. 그렇게 할걸 이라며 생각도 들었겠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 전체적으로 한해를 바라봤을 때는 바로 없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어때 우리 또 잘 산 거 같지?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이 필요해.
나는 올해도 잘 지내와 준 내가 너무 고마워. 시간을 잘 보내준 것도 고맙고, 아직은 내가 원하는 모습이나 방향이 아니어도 그저 그러려고 노력하고 애썼던 내가. 나에게 잘했다고 해주고 싶어. A도. 나는 A가 아닌 타인이지만. 내가 옆에서 가까이 바라봤던 A도 올 한 해도 너무 잘했고, 잘해왔고 고생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 우리 이렇게 지내보자 또. 우리는 럭키 멤버들이니까 결국은 나중에 이 모든 시간들이 우리에게 좋았던 것을 알게 될 거야.
한국은 내일이 이제 1월1일이야. 우리 그래도 함께 일출도 보러 몇 번 갔었는데 기억나지? 밝았던 태양! (이렇게 좋았던 기억 끄집어내기) 앞으로의 우리의 앞날이고 2025년 또한 그럴 거야.
A은 어땠어? 2024년 잘 보낸 거 같아?
누구나 그렇듯 또 새해의 목표? 다짐을 세워보려고 사소하게 할 게 많아 다이어리 잘 써보기. 거북목 조심하기, 영어단어 조금이라도 외우기, 영양제 잘 먹기, 내 몸에 건강하게 행동하기 등등... 히히 2025년에도 잘살지 않으면 어때 우리 그냥 하루하루 살아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잘 살았다’는 지점에 도착해 있을 거야.
내년에도 잘 부탁해 온냐.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