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늘 서툴지만 설렌다
매년 새해가 오면 자연스럽게 뭔가를 다짐하게 된다.
이젠 그 다짐들이 모두 지켜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매년 다시 적는다. 올해는 다르게, 올해는 좀 더 잘해보자고.
어릴 땐 새해 계획표를 칠색펜으로 예쁘게 꾸며가며 그렸고, 지금은 그 대신 다이어리 첫 장에 깨끗한 글씨로 써 내려간다.
비슷한 다짐, 비슷한 각오, 비슷한 결심.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그런 다짐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아직 스스로를 돌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답하고 싶다.
작심삼일이라도, 그 삼일이 쌓이면 어딘가로 향하는 길이 될지도 모르니까. 한 해의 시작이라는 건 그런 것 같다. 결심이 아니라, 마음을 다잡는 연습.
그 연습을 매년 반복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다.
서울에서 밴쿠버로
A에게
안녕? A야
여기는 진짜 눈이 많이 와. 올해 다른 겨울과는 달리 따뜻했다는 말을 이번 연도 겨울이 듣고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진짜 많은 눈이 내리네. 이렇게 함박눈다운 눈도 오랜만인 거 같아. 어른들이 그러잖아 눈이 오는 게 좋으면 아직 어리다라는 증거고, 눈이 오는 게 싫으면 나이 들었다는 증거라는데.. 나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눈 오는 게 좋았다? 근데 한 달 만에 눈 오는 게 싫어졌어.. 나는 한달만에 년도가 바뀌면서 빠르게 늙은 건가..아니 눈자슥아 적당히 와야지 아침에 한번 쓸고, 점심에 한번 쓸고, 오후에 한번 쓸어도 눈을 안 쓸었던것 처럼 쌓이다니..!!
이렇게 눈 하나로 '찐겨울'이 시작된 느낌이야. (나는 진짜 겨울은 1월이라고 생각하거든.) 설까지 지나고 나니, 이제서야 2025년이라는 게 실감나는 것 같아.
항상 새해가 되면 새해의 계획을 먼저 세우고 시작하는 거 같아. 올해는 뭐해야지 뭐해야지 하면서 말이야. 어렸을 때는 새해가 됐을 때 학교에서 방학이었을 테니까 집에서 그럼 새해 목표와 함께 매일 종이에 방학 계획표를 짰다? 그 시계 모양 형태로 된 그거 알지? 매번 지켜지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항상 방학이 되면 그 계획표를 그리는 게 방학의 시작과 새해의 시작이었던 거 같아. 근데 이것도 새해의 다짐처럼 항상 지켜지지 않았어. 지켜졌던 건 쉬기. 놀기. 밥먹기 잠자기 였던거 같아. 부수적인 공부 하기, 책 읽기 이런것들은 지켜지지 않았던 거 같아. 결국에는 엄마가 이 계획표대로 지키면 용돈 500원을 준다고 해서 깽신히 몇 번 지켜졌을라나? 어른이 되어도 변함없는 내 모습이긴 한거같지만..하하
나는 저번에 말했듯이 다이어리 잘 써보기. 거북목 조심하기, 영어단어 조금이라도 외우기, 영양제 잘 먹기, 내 몸에 건강하게 행동하기 등등 사소한 것들을 세워봤는데 아니 뭘 했다고 내 다짐들을 실행하기 전에 이렇게 한 달이나 슝하고 간거지?.. 이렇듯 나의 또 새해 계획표는 어떤 걸 지킬까 하는 재미로 끝난 거 같아. 하지만 이게 엄청 무의미한 일인 것 같지는 않아. 누가 그러는데 작심 3일이 모여서 그 작심 3일을 행하고 나면 그 행해진 일수들이 모여 작심 몇 달이 된대. 조금 괜찮은 것 같지? 그리고 나는 그렇게 계획하고 생각하는 일 자체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 물론 정말 계획만 하고 시도조차 안 하고 포기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야. 계획하고 실행하는 그 초반에는 일단 시작은 하고 있는 거니까. 이 소소한 시간들이 또 모여서 나를 좋게 할지 어떻게 알겠어?^^ 나이가 들면서 하루하루. 또는 일이 년들이 쌓여가고 지나가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고, 무뎌진 하루 일상이라 재미와 하루하루의 신선함보다는 무뎌짐의 일상이지만 아직 그래도 우리는 젊으니까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하며 2025년을 또 살아보려고.
2003년 B적사고처럼 생각해 보자고! 2025년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나는 그럼 다시 계획해 보고 실행해 보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