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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괜찮고, 가끔은 아닌 날들

흔들리면서도 지나온 날들

by 두달

2월은 참 오묘한 달이다.

2월은 원래 짧은 달이지만, 마음의 무게만큼은 어느 달보다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딘가 마음이 붕 뜨는 것도 같고, 괜히 별일 아닌 일에도 감정이 출렁이고. 그래서인지 2월을 지날 땐,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날씨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다음 날은 괜히 울컥하고.

심지어는 그 하루 안에서도 기분이 몇 번씩 고개를 들고 숨고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는 “이게 그냥 내 사이클인가 보다” 하고 조금씩 인정하는 연습을 해보는 중이다.

다 내려놓고 무기력하게 흘러가기보단, 그래도 매일 내 기분을 붙잡아보려는 하루하루였다.

사실 이런 날들을 겪으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가 자꾸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결국 “잘 지내자”는 말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우리도 괜찮아”라는 말을 서로에게 확인해주고 싶은 거겠지.

그래서 오늘도, 크게 웃지 못해도, 조금씩 나아가는 우리에게. 또 하루하루를 잘 보내려고 했던 여러분들에게도 작은 박수를 보낸다.





2월



밴쿠버에서 서울로


B에게


안녕? B야

이번 달에 주로 들었던 생각은 기분과 마음이 일관적이고 평안하기를 바라는데 왜 이렇게 그게 쉽지 않은 건지 모르겠어. 좀 괜찮아졌다 싶으면 또 다운되고, 나만의 안정적인 일상을 구축했다고 생각하면 또 뭔가 틀어져 버리는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특히나 이번 내 생일을 기점으로 마침 생리까지 겹치고, 카페에서 일하는 상황도 마침 힘들어서 기분이 진짜 너무너무 크게 널뛰기했던 것 같아. 그냥 막 다 때려 부수고 싶고 화가 나고 답답하고 짜증 나고 울 것 같고 그런데 조금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때 왜 그렇게까지 민감했던 거지? 싶을 정도로 그렇게 큰일은 아니었거든? 근데 뭐 이 또한 지나갔으니 지금은 괜찮아. 그냥 이 모든 건 호르몬 탓으로 돌려버리고 잊으려고 하하.

저번에 B가 스트레스 가득 받았던 상황들에 대해서 우리가 전화로 이야기하고 난 다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과거 경험들과 B에게 외롭고 불안을 느끼게 하는 B의 상황들만 놓고 보자면 좋은 건 아닌데,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생각. 그렇게 본다면 그것들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어.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게 현재 상황을 보고 결과적으로 맞춰서 생각한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어떤 상황에서라도 긍정적이고 만족스러운 부분을 하나라도 발견한다면 그 또한 감사하고 기쁜 거니까. 문득 스스로 느꼈던 건 요즘은 그래도 다행히 그런 훈련이 제법 잘 되어있어서 아무리 아무리 힘들어도 그 속에서 아주 작더라도, 단 하나뿐이라고 해도 좋은 점을 발견하는 능력이 꽤 함양된 것 같아.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힘든 상황이 거대하게 밀려와 나를 덮쳐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긴 하지만. 뭐, 이 모든 과정이 그냥 인생 살아가는 연습인 것 같아. 우리는 그저 주어진 삶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끌어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니까. 그런 일들이 더 많이 생기는 걸 거야. 주인공은 원래 항상 시련과 고난이 있는 법이니까!(찡긋)

여기는 점점 기온이 올라가고 봄이 다가오는 게 느껴져. 이렇게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우리 마음도 기분도 상황도 조금은 더 풀리고 따뜻해지길 바라. 근데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냥 무엇이 됐든 그 무언가를 꽉 붙잡으려 하지 말고 하루하루 흘려보내 버리자. 결국은 이 모든 편지에 쓰는 말이 B한테 하는 말이면서도 나 자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야. 조금 불안할 때면 마음속으로 늘 이 말을 되뇌어. 나는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될 거야. 아자아자 AB! 고마워 내 쏠메야







2월



서울에서 밴쿠버로


A에게


안녕? A야


2월이 짧아서 그런지 엄청 빨리 지나간 거 같아.


그래서인지 나도 편지 써야지 생각은 했는데 어느새 3월이 되어버린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연도가 바뀌고 새해가 되면 월초는 정말 빨리 지나가는 거 같아. 요새는 일 년의 12달이 아니라 앞의 달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10~11달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니까?


이 편지 쓰는 일이 나의 한 달 동안 모은 나의 조각들을 B에게 건네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요새는 나도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나의 일상들로 인해 기운이 많이 나지 않았던 거 같아.


우리의 편지 쓸 때의 최근 대두되는 내용이 참 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기분을 어떻게 또 잘 다스리는가인 것 같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느냐. 그만큼 우리가 지금 많이 흔들리고 고민이 많은 시기라는 거겠지?

정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인생이 그냥 순탄하고 좋게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A가 옛날에 편지 쓰면서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라는 노래를 얘기한 적이 있는데 노잼이고 복잡하니까 급 이 노래가 막 떠오르면서 갑자기 알지? 내 속이 있는 방망이 든 친구가 나와서 ‘쉽게만 살아가고 싶다 자슥들아!! 재미없긴 뭘 재미없어 그냥 하루하루 잔잔하게 쉽게만 살아가고 싶다’ 이런다.

가끔 인간은 이렇게 삶이 힘든걸까라는 생각도 해. 이국종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지구 생물 중에서 인간만이 우울을 느낄 수 있대. 사색할 수 없다면 우울할 수도 없고, 우울한 시간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일 수도 있대. 그렇기에 삶 자체가 우울한 것은 당연한것이고,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함께 가아 한대. 이 우중충한 생각들도 결국은 내 자신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서 그렇겠지? 이 시간 또한 미래를 잘 살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좀 위로가 되더라.

인간인 이상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 거 같아. 더 중요한 건 무너진 멘탈을 회복하는 일이겠지? 사실 이렇게 얘기하지만 아직도 뭐 명확한 방법이나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더 나아지는지는 나도 찾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 이렇게 멀리 있더라도 언제나 든든히 힘도 주고, 받고 할 수 있어 감사한 거 같아.

나는 그래도 우리가 매번 똑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매번 이런 해나가려 하고 나아지려는 마음과 생각들이 쌓여서 계속해서 우리도 모르는 새에 조금씩 더 나아가 있을 거거든. 이런 노력들은 수치로 보이거나 눈으로 볼수 없음에 제자리 같지만 우리는 잘하고 있어.


우리 또 3월에는 어떻게 하루가 흘러갈까?

3월은 더 평온하고 좋은 일들이 많길 바라:)

미래가 불안할수록 지금의 우리를 더 응원해 주자!


Lov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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