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원체 묻는 일이 잘 없길래 궁금한 것도 잘 참는 성격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다
묻지 말자 했는데 어찌 이제와 안부를 묻는 건지
한참이나 뒤늦은 안부인사라니 너도 주머니 어딘가에 미련 하나 남은걸 이제야 찾은 모양이구나
천만 다행히도 나는 잘 있단다
너는 씩씩한 친구였으니 잘 지내리라 믿는다
잘 지내지 못하다 손치더라도 잘 지내리라 그냥 그렇게 믿겠다
생각해보니 그때 우린 건강하지 못했고 행복이 충만한 상태로 만나 나누는 사랑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서로에게 맹렬히 갈구하는 또 어쩔 땐 폭력에 가깝기도 한 애처로운 집착에 더 닮아있었다
우리가 등 돌리던 날 너를 잡으러 따라간 일은 남은 감정이 아니라 구질구질한 미련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눈을 감도고 누를 수 있던 네 전화번호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말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던 그때 너의 말이 항상 사무친다 변한 듯한 것은 순간일 뿐이라며 부정하던 네 말을 곱씹어 본다 그래 나는 네 말대로 변하지 못하겠다
다시 나답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걸 보니 나는 변하지 않고 여전한 게 맞다 널 만나기 전처럼 여유도 되찾고 잠도 잘잔다 너를 잃은 대신 비로소 나를 되찾은 것 같아 영 괜찮은 기분이다 그러니 너도 나를 찾지 말고 너를 찾아라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인지 오늘 밤은 조금 뒤척일 것 같다
어째서인지 묻고 싶지만 애써 묻지 않겠다
그저 가을 탓 이겠거니 하고 묻어두련다
내게 물은 안부인사도 가을 탓 이겠거니
뒤척이는 오늘 밤도 가을 탓 이겠거니
그저 가을 탓 이겠거니
가을 탓 이겠거니
가을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