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생애 #2
안녕, 내 귀여운 조카들! :)
이번엔 사가랴와 천사가 만난 이야기를 해볼까? 사가랴는 세례 요한을 갖기 전에 천사를 통해 그 소식을 먼저 들었어. 사가랴와 엘리사벳이 세례 요한을 갖게 되는 과정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갖게 되는 과정과 같은 점이 있어.
1. 둘 다 인간적으로 볼 때 불가능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은총으로 임신했어.
- 엘리사벳은 나이가 많아 신체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였어.
- 마리아는 남자를 가까이해본 적이 없는 숫처녀(Virgin)였어.
2. 임신에 대해 천사가 와서 알려줬어.
- 세례 요한은 가브리엘이 사가랴에게 와서 알려줬지.
- 예수님은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와서 알려줬어.
3. 세례 요한과 예수님의 이름은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이름이야.
-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아들의 이름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게 일반적이었어. 하지만 요한과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해봤으니 이제 사가랴가 천사를 만난 모습을 먼저 살펴볼까?
누가복음 1:8-25
8 마침 사가랴가 그 반열의 차례대로 제사장의 직무를 하나님 앞에 행할쌔
9 제사장의 전례를 따라 제비를 뽑아 주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고
10 모든 백성은 그 분향하는 시간에 밖에서 기도하더니
11 주의 사자가 저에게 나타나 향단 우편에 선지라
12 사가랴가 보고 놀라며 무서워하니
13 천사가 일러 가로되 사가랴여 무서워 말라 너의 간구함이 들린지라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네게 아들을 낳아 주리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
(중략)
18 사가랴가 천사에게 이르되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 내가 늙고 아내도 나이 많으니이다
19 천사가 대답하여 가로되 나는 하나님 앞에 섰는 가브리엘이라 이 좋은 소식을 전하여 네게 말하라고 보내심을 입었노라
20 보라 이 일의 되는 날까지 네가 벙어리가 되어 능히 말을 못하리니 이는 내 말을 네가 믿지 아니함이어니와 때가 이르면 내 말이 이루리라 하더라
21 백성들이 사가랴를 기다리며 그의 성소 안에서 지체함을 기이히 여기더니
22 그가 나와서 저희에게 말을 못하니 백성들이 그 성소 안에서 이상을 본줄 알았더라 그가 형용으로 뜻을 표시하며 그냥 벙어리대로 있더니
23 그 직무의 날이 다 되매 집으로 돌아가니라
24 이 후에 그 아내 엘리사벳이 수태하고 다섯 달 동안 숨어 있으며 가로되
25 주께서 나를 돌아 보시는 날에 인간에 내 부끄러움을 없게 하시려고 이렇게 행하심이라 하더라
(대한성서공회, 개역한글판)
오늘 본문을 보면 사가랴는 제사장의 직무를 행하기 위해 성전에 들어가 주의 성소(제사장이 하나님을 섬기는 공간으로 등잔대, 분향단, 진설병*을 관리하는 장소)에 들어가 분향(향을 피운다는 뜻이야)을 하던 중이었어. 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간 순간은 오롯이 제사장 혼자 있는 순간이었어. 혼자 기도하던 순간 분향하는 단의 오른쪽에서 천사가 나타났는데 아무도 같이 있을 수 없는 공간에 갑자기 누군가 나타났으니 사가랴는 얼마나 놀랐겠어. 그때 천사는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며 엘리사벳을 통해 요한을 낳을 것임을 이야기하지.
이 순간을 상상해봐. 성소는 휘장에 가려져 어두운 곳에 하나님께서 꺼뜨리지 말라고 명하신 등잔대의 촛불만 일렁이고 있었을 거야. 제사장인 사가랴는 직무를 행할 때 입어야 할 의복과 장신구를 갖춰 입고 거기서 향을 피워 그 연기가 그 공간을 채우도록 들고 있으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을 거야. 오롯이 하나님과 독대하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하나님의 사자를 만나는 순간은 특별한 거룩함이 가득했을 것 같아. 어쩌면 판타지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을 모습을 잘 표현한 그림으로 두 장을 찾았어.
하나는 제임스 티소(James Tissot)가 그린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가 그린 그림이야. 두 그림 모두 사가랴가 성소에서 천사를 만나는 순간의 특별함을 잘 드러내면서 각자의 특징이 두드러지지?
티소가 그린 그림을 보면 오른쪽 사람에게 날개가 있고 발이 땅에서 떨어진 것을 보아 천사이고, 왼쪽 사람이 사가랴인 걸 짐작할 수 있지. 사가랴의 발은 땅에 붙어 있어 하늘의 존재와 땅의 존재의 구별됨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리고 사가랴가 분향한 연기에서 홀연히 나타난 듯한 천사의 모습이 신비함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 천사는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사가랴의 입을 가리키고 있는데, 하늘에서 전하는 말씀을 이야기하면서 믿지 못한 사가랴에게 때가 이를 때까지 말을 못 할 것이라 말하는 것 같아. 제대로 천사를 바라보지 못하는 사가랴의 모습은 두려움과 경건을 드러내는 것 같고 말이야. 주변 공간에 색이 있는 것과 다르게 천사와 사가랴는 흰색과 밝은 회색을 중심으로 색칠해 두 인물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아.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은 티소의 그림과 다르게 평면적으로 표현했는데 색은 훨씬 풍부하게 사용했지. 금색을 주색으로 사용해서 좀 더 화려한 느낌을 나타낸 것 같아. 두 인물 중 날개가 있는 인물이 천사임을 알 수 있고, 맞은편의 인물이 사가랴임을 알 수 있어. 천사와 다르게 사가랴와 분향단에 파란색과 붉은색 계열을 사용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 것 같고 말이야. 그림 왼쪽의 촛대는 하나님께서 한시도 꺼뜨리지 말라고 명하신 일곱 가지 등잔대로 보여. 가운데에는 사가랴가 분향하고 있는 분향단, 오른쪽에는 진설병을 두는 상처럼 보이는데 이 세 가지 기물로 사가랴가 천사를 만나는 장소가 성소임을 알 수 있어. 그림 윗부분의 밝은 빛은 세상의 빛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혀 있고 등잔대의 촛불만 켜져 있어서 어두운 성소에 하나님의 말씀이 내려온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성경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장면을 표현한 그림들에서 하나님이나 그 말씀은 빛이나 빛줄기로 표현되곤 했어.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알지 못할뿐더러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그릴 경우 우상처럼 만들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을 걸로 생각해.) 하늘을 가리키는 천사의 손가락도 윗부분의 빛이 하나님에게서 내려오는 것임을 함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ㅎㅎ
두 그림은 같은 주제인데 화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게 재미있지? 여기에 더해 그림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성경 이야기나 신화 이야기는 같은 주제를 많은 화가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서 다 달라 보이지만 각 주제별로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상징들이 있어. 그림에 등장하는 상징들을 알면 제목을 보지 않고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해 볼 수 있지. 어느 정도 그림들의 상징에 대해 알게 된 뒤부터 고모는 미술관 가면 혼자 그림만 보고 제목 맞추기 놀이를 해. 내가 제대로 맞췄을 때의 재미는 꽤나 쏠쏠하거든. ㅋㅋㅋ 그리고 하나둘 상징들을 알면서 그림을 보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되니 꾸준히 그림을 보게 되었어.
서로 다른 화가들이 같은 상징을 사용해 그림 속 이야기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그렸던 그림들의 좋은 예시는 14-16세기경에 그려진 그림들이야. 이때는 기독교가 유럽 문화의 중심이던 시기였는데 당시 일반 시민들은 글자를 몰랐기 때문에 성경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하려고 그림으로 많이 표현했다고 해. 그래서 그리는 화가가 달라도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릴 경우 사용된 상징들이 비슷했지.
앞으로 고모랑 같이 보고 이야기할 그림들은 14-16세기경에 그려진 그림들이 많을 거야. (고모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많은 작품을 만들었던 시대거든. ㅋㅋㅋ) 다음엔 이번과 같은 주제지만 15세기경에 그려진 그림을 같이 볼까 해. 고모가 아주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을 소개할게! 자, 다음 그림으로 고고! ;)
*등잔대, 분향단, 진설병
- 등잔대: The Lampstand, 한 줄기에서 여섯 가지가 연결되게 만들어 일곱 개의 촛불이 항상 꺼지지 않도록 관리한 촛대, 출애굽기 25:31-40, 37:17-24
- 분향단: The Altar of Incense, 아침저녁으로 제사장이 향을 피우는 단, 출애굽기 30:1-10, 37:25-28
- 진설병: The Bread of the Presence, 일주일에 한 번 새것을 만들어 성소의 상 위에 차려놓은 떡, 출애굽기 25:23-30, 37:10-16
✻ 참고문헌: LAB 주석 적용을 도와주는 누가복음, 성서유니온선교회
✻ 이미지 출처
1) https://www.brooklynmuseum.org/opencollection/objects/4419
2)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5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