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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o Lee Aug 18. 2024

자유형은 발차기

자유형(Freestyle)은 수영의 영법 중 가장 먼저 배우는 영법이고, 아마도 "수영"하면 생각나는 가장 평범한 모습일 거라 생각합니다. 약간 의아한 게, 자유형은 이름만 자유형이고 freestyle이지, 실은 모두가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수영을 한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모양으로 팔 동작을 하고, 숨을 쉬고, 발차기를 하고. 그럼에도 무언가 이름을 붙이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자유형이라고 부르는 게 재미있습니다. 배영(Backstroke)과 대비해서 "Frontstroke"로 했어도 되지 않을까 하다가도, 그러다 보면 접영도 같은 front로 볼 수 있어서 그건 또 좀 그렇고.. 이상 쓸데없는 고민이었습니다.


이렇듯 자유형은 가장 보편적인 영법이지만, 생각 외로 가장 힘이 드는 영법 중 하나입니다. 빠른 영법이다 보니 힘이 많이 들어서 부담스러운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편한 평영에 비해 조금 큰 마음을 먹고 자유형을 하게 됩니다. 결국 힘들어서 저질 체력인 제가 덜 자주 한다는 말이지요.


수영강습이 아닌 Lap swimming을 하다 보면 그냥 나 혼자이다 보니, 그 누구도 나의 수영 폼에 대해 말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자유형을 하는 폼은, 앞의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등학교 수영강습과 대학 때의 교양수업 때 배운 그대로입니다. 그나마도 시간이 좀 되어서 그때 배운 것들도 많이 까먹은 것 같고 아마 제 멋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1년 전에 다시 수영을 시작하면서 수영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많은 분야에서와 동일하게, 여기에 또 신세계가 있었습니다.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너무도 많은 수영 코치님들이 영상을 통해 손수 시범을 보이시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어떻게들 그렇게 물 속 영상을 잘 찍으시는지. 그 영상들을 보면서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폼을 고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을 위해 또 그 익숙함이 좋아서 수영을 하던 저에게, 폼을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는 또 하나의 재미가 생겼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발차기였습니다. 자유형 발차기는 가장 먼저 배우는 동작이자 가장 기본적인 동작이지만, 손동작과 합을 맞추다 보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수영을 하며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결국 생존 본능에 따라 숨을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고, 그 숨쉬기와 직결된 것이 팔 동작이다 보니, 아무래도 팔 동작에 온 신경이 쏠리는 까닥이지요. 그러다 보니, 킥판을 붙잡고 (손동작 없이) 통통통통 발차기를 하면서 나아가던 때와 다르게, 손동작을 함께 하다 보면, 발차기가 우리의 생각에서 잊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러했었는데, 선수들의 자유형 경기 영상을 보던 중 "역시 선수들은 발차기 속도가 정말 다르네" 하는 댓글을 보고, 다시 영상을 보니 정말 그러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발차기를 하며 물을 한껏 튀기며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더해준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 본 어느 코치님의 약간 과격한? 표현이었는데요, 발차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다리가 "그냥 질질 끌려가는" 분들이 많다는.


아마 그때부터 제가 자유형을 할 때 발차기를 신경 쓰고 공들여했던 것 같습니다. 발차기가 물속이 아닌 물 위에서 이루어져서 물보라를 만들 수 있도록, 그래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 되는 발차기가 될 수 있도록.

     



저는 아직 저질체력이어서 한 바뀌나 두 바뀌 돌고 출발점으로 다시 들어오면, 숨이 돌아오고 다시 나갈 수 있겠다 싶을 때까지 충분히 쉽니다. 늘 "Please go ahead, I am resting."을 말하며 뒤에 분들을 먼저 보내드리지요. 그 분들이 한 바뀌 돌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도 제가 그렇게 탱자탱자 놀고 있으면, 얘 아직도 쉬고 있네 하면서 빙그레 웃으며 다시 한 바퀴 출발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쉬지 않고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오히려 무리하지 않아서 더 오래 수영할 수 있도록, lap 과 lap 사이에 충분히 쉬는 것을 꿋꿋히 계속합니다.


그렇게 쉬는 동안에는 반자동적으로 다른 분들의 수영 폼을 지켜보게 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코치가 되어, 음 저분은 이 부분을 조금 고치시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자유형 발차기에 대해 새로 배우고, 그런 시각으로 함께 수영하는 분들을 보니 의외로 발차기가 힘 있게 되지 않고, 발이 물속에만 머물러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자유형을 하며 나아가는 동안 발 쪽에서는 물이 하나도 튀지 않는 거죠. 생각해 보면 자유형 발차기가 물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경우는 몸의 뒷 쪽이 충분히 뜨지 않은 상태에서 수영을 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영을 할 때 "뜨는"것은 정말 누가 가르치기 어려운 부분 같습니다. 지식이라기보다는 감각 같은 것이어서. 어찌 보면 수영을 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일 수도 있는데, 그게 방법을 안다고 쉽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이 부분을 지도하는 코치님들이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쉽지 않아서인지, 수영을 능숙하게 잘하시는 분들도 킥판을 잡고 하는 자유형 발차기 연습을 많이 하시는 것을 봅니다. 뜨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함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자유형을 할 때면 출발을 해서 한참을 발차기만 합니다. 충분히 힘 있게 (물 튀기며) 발을 차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부터 손동작을 하는데, 그러면 25미터 끝에 가 닿을 때까지 발차기가 잘 유지됩니다. 처음 출발할 때는 어느 정도 숨을 참을 수 있기 때문에 손동작과 이어지는 숨 쉬기를 급하게 할 필요가 없어서 이렇게 발차기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발차기에 보다 공을 들이면서 느껴지는 변화는 속도입니다. 보다 빠르게 25미터의 끝에 가 닿는 거죠. 애초에 속도는 제 수영의 목표가 아니었지만, 생각 외로, 보다 빠르게 수영을 한다는 것이 재미가 있었습니다. 또 그때부터는 수영을 스프린트와 같이 단시간에 강렬한 운동을 하는 형태와 마라톤 같이 긴 시간 꾸준히 하는 형태로 나누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데, 이 두 가지를 잘 조화하면 운동 효과가 더 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프린트로 자유형을 하고, 마라톤 같이 숨을 고르며 평영을 합니다. 자유형만 계속하면 못 버틸 것 같은데, 이때 휴식 같은 평영을 섞어서 하면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운동효과입니다. 접영 정도를 제외하면,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자유형 발차기가 가장 운동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발차기를 힘 있게 할수록 더 많은 운동을 하게 되는 거지요. 실제로, 자유형 발차기를 열심히 했더니, 허벅지 앞부분이 기분 좋게 당기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영을 하는 목적도, 폼도 다 각기 다양합니다. 꼭 하나의 모습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는 자유형을 스프린트와 같이 하는 게, 재미도 있도, 운동 효과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프린트로 달릴 때에는 아무래도 팔만으로 가는 것보다는 발차기로 힘을 많이 실어주는 게 도움이 되겠지요. 그래서 저에게 자유형은 발차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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