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신뢰하라. 그러면 그들이 당신을 신뢰할 것이다. 그들을 위대한 사람처럼 대하라. 그리하면 그들이 자신들의 위대함을 보여 줄 것이다.”
랠프 월도 에머슨이 한 말이다.
내가 먼저 사람을 신뢰하면 그 사람도 나를 신뢰할 것이고, 그 사람을 위대한 사람처럼 대하면 그 사람은 자신의 위대함을 나에게 보여 주게 된다는 걸 휠체어 농구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농구단에 부임했을 당시 성적에 연연해 잘하는 선수 5명만 시합에 기용했다. 그밖에 선수는 4쿼터 3분이나 5분만 남았을 때 출전시켰다. 그만큼 나는 선수들을 믿지 않았다.
전국 휠체어농구대회가 대전에서 열려 아는 후배가 응원차 구경을 왔다. 응원을 한 후배는 시합이 끝나고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형님 벤치에 있는 선수도 게임을 뛰게 해 주면 어떻겠어요. 웅담(학교 농구동아리)에서 저는 형들에 비해 농구 실력이 부족해 벤치만 있었잖아요. 그러다 10분 이상 게임을 뛴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벤치에만 있어 농구에 대한 의욕도 없고, 제가 동아리에 남아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 참에 10분 이상 게임을 뛰면서 농구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거든요. 분명 게임을 뛰지 않은 선수들도 게임을 많이 뛰게 되면 저처럼 농구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본인이 이 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겁니다.”
그때는 후배가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다.
원주 DB 프로미 이상범 감독은『바스켓코리아』이재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넓은 선수 기용 범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매 경기 10명은 쓸 생각이다. 12명을 모두 쓰기는 힘들어도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 동기부여도 된다.”
DB는 동부산성의 핵심 멤버인 김주성 선수 은퇴투어, 로드 벤슨, 윤호영선수 세월에 따른 경기력 저하, 허웅 선수는 군 입대로 인해 2017-2018 시즌은 리빌딩(팀 전력 보강을 위해 기존 선수를 방출하거나 새 선수를 기용) 시즌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리빌딩 적임자로 이상범 감독을 선택했다. 이상범 감독은 한 경기 평균 11.3명을 출전시켰다. 그리고 1군 엔트리는 18명인데 그 선수들 모두 믿고 5분 이상 뛸 기회를 줬다. 그랬더니 그전까지 게임을 뛰지 못한 선수들이 코트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감독에 신뢰를 받고 게임을 뛴 선수들은 감독에게 다시 신뢰를 주기 위해 코트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였다. 아웃되는 볼을 살리려고 슬라이딩을 하고, 리바운드를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상대편 선수를 박스아웃(농구에서, 상대팀 선수들이 리바운드하기 어렵도록 여러 명이 미리 유리한 포지션을 잡는 것)하고, 그 날 슛 감이 좋지 않으면 수비를 공격적으로 해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다 보니 원주 DB 프로미는 2017-2018 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 결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상범 감독의 선수 기용을 보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내 농구철학도 ‘매 시합 모든 선수가 5분 이상 게임을 뛰어 승리하자’는 쪽으로 변하였다. 원래는 10분 이상 선수를 코트에 뛰게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일반 농구랑 휠체어 농구는 많이 달랐다. 휠체어 농구는 포인트 제도가 적용된다. 한 사람이 10분 이상 게임을 뛰고 싶어도 5명 합이 14점을 넘으면 게임을 뛸 수가 없다. 실력이 부족한 선수가 10분 이상 게임을 뛰려면 다른 선수가 1.5배 이상 실력이 월등해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커버를 해 주던가 아님 본인이 3가지 능력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첫째 휠체어 조작 능력과 스피드다. 휠체어 조작 능력과 스피드만 갖춰져 있다면 게임을 뛸 수 있는 시간은 5분 이상 보장된다.
둘째 페이크 패스다. 같은 편이 편하게 슛을 던질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줘도 게임을 뛸 수 있는 시간은 15분 이상 보장된다.
셋째 슛이다. 평균 15점 이상만 득점해주면 게임을 뛸 수 있는 시간은 25분 이상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 3가지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나는 모든 선수가 매 시합 게임을 뛸 수 있는 시간을 5분으로 정했다.
선수를 믿고 5분 이상 코트에서 뛸 수 있게 해 주었더니 선수들의 표정도 밝아지면서 동기부여가 되어 본인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심리학 교수이자 ‘사회적 감성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 교수는 그의 책《신뢰의 법칙》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교사와 부모에 대한 신뢰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학습 효과에 영향을 미치고, 배우자의 대한 신뢰는 행복에 대한 일상적인 느낌에 영향을 미친다. 기술에 대한 신뢰는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감독과 선수간의 신뢰가 생기면 시너지 효과는 태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팀의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그 예가 서울 SK 나이츠다.
2017-2018 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SK는 DB에게 연속 2연패를 당했다. 2연패를 당한 문경은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최부경 선수에게 전화를 해 최원혁 선수를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선수와 마주한 문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DB의 디온테 버튼을 막지 못해 답답하다고 속내를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최원혁 선수가 디온테 버튼을 막겠다고 3차전에 뛸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최원혁 선수는 정규리그 35경기 6분 26초를 뛰며 1득점, 1.1어시스트, 1.1리바운드를 기록한 식스맨이었다. 그런 식스맨을 문 감독은 3차전 때부터 믿고 기용했다. 믿고 기용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버튼의 득점력이 확 떨어졌다. 1차전 38점, 2차전 39점을 기록한 버튼을 3차전 25점, 4차전 20점, 5차전 28점, 6차전 14점에 그치게 하였다. 그 결과 SK는 DB 상대로 승부를 뒤집고 4승 2패로 18년 만에 통산 2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출처-중아일보 송지훈기자]
서울 SK 나이츠 예처럼 감독과 선수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상사와 직원이 서로 신뢰가 쌓이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엄청난 파급 효과를 보려면 신뢰가 꼭 필요하다. 신뢰는 믿음에서 생겨난다. 믿음은 상대방이 일을 잘한다고 해서 생겨나는 게 아니다. 그냥 상대방을 무작정 믿었을 때 믿음은 생겨나는 법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없을 무·믿을 신·아니 불·설 립 이란 뜻으로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말이다. 스포츠 팀이든 조직이든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신뢰가 없는 팀은 기둥이 없는 집과 같다. 언제든 무너지게 되어 있다. 신뢰가 가득한 팀은 무너진 집도 8,848m인 에베레스트산 보다 더 높이 쌓아 올릴 수 있다. 명심 하자. 내가 먼저 사람을 신뢰하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신뢰받지 못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