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는 적이 아닌 동반자다

by 최용윤

뭉치면 서고, 갈라지면 넘어진다 - 이솝


얼마 전 에너스킨 코리아 전창연대표님 소개로 ‘팀 에너스킨’ 이승준 선수를 만났다. 이 날 이승준 선수는 학생들 앞에서 3X3 농구 시범경기를 보이고 사우나를 하고 나온 후였다. 이승준 선수는 나에게 샤우나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 이 한자가 무슨 뜻인 줄 알고 몸에 새겼냐고 따지듯 말했다. 이승준 선수는 웃으면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이승준 선수 왼쪽 옆구리에는 세로로 불입호혈 부득호자(不入虎穴焉得虎子)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는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라는 한자성어가 적혀 있다.

이승준 선수와 이동준 선수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농구를 하였다. 그러다 동생인 이동준 선수가 한국 대학교로 편입하면서 한국에서 먼저 농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형인 이승준 선수가 미국의 벨라뷰 블랙호크스팀에 데뷔해서 뛰다 2007년 울산 모비스 피버스팀에 대체 외국선수 조건으로 한국에서 농구를 시작했다.

미국과 한국의 농구 문화는 많이 달랐다. 훈련 중에 머리를 바닥에 박고 엎드려뻗쳐하라고 해서 1시간 동안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처음에는 이것도 하나의 훈련인 줄 알고 넘어지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이건 훈련이 아니라 얼차려인걸 알았다. 훈련 중에 맞기도 하였다. 맞으면서 이승준, 이동준 선수 둘은 서로 다짐했다. 한국 농구에서 꼭 살아남자고. 그런 의미로 이승준 선수는 몸에 불입호혈 부득호자(不入虎穴焉得虎子)라고 한자성어를 새겨 농구에만 몰입했다.


이승준 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선수 시절에 맞았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승준 선수처럼 1시간 이상 머리를 농구 바닥에 박아 엎드려뻗쳐한 적도 있었고, 더 심한 날은 1.5리터 PT병뚜껑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뻗쳐서 그 자리에서 빙빙 돈 적도 있다. 병뚜껑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뻗쳐하고 나면 머리에서는 동그란 병뚜껑 모양으로 상처가 생겨 피가 난적도 있다. 또 어떤 날은 코치 선생님께 귀싸대기를 맞은 적도 있다. 그 날 하도 맞아서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그런 상태 인대도 코트에 다시 들어 가 게임을 뛰었다. 그러면 두 번 다시 맞기 싫어 나는 게임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코치 선생님은 정신 차렸다고 생각해 그 후로 때리지는 않았다.


한국 감독 중에 맞으면 잘한다고 생각하는 감독들이 간간이 있다.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 선수 모두는 맞으면서 운동하고 싶지 않다. 어느 누가 맞으면서 운동하고 싶겠는가? 그런데도 지도자들은 못하면 맞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맞으면서 운동을 한 선수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 그 당시 맞기 싫어서 플레이를 잘하는 거지 본인 스스로 생각해서 나온 플레이는 아니다. 그저 동물적으로 살기 위해 했던 동작뿐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농수선수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드물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축구선수 출신 감독, 행정가인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센터백 홍명보는 그의 책『영원한 리베로』에서 폭행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구타나 폭행은 일시적인 ‘반짝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결국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폭력으로 길들여져 있다면 ‘진정한 복종’ 은 나올 수 없고 모든 것이 가식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로는 아마추어와 또 다르다. 모두 다 이성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일뿐더러 결혼한 가장도 많다. 사실 한국에서 축구생활을 하며 이러한 일이 없었다고는 부정하지 못하겠다. 학창 시절에 운동선수들은 이러한 구타를 성공을 위한 혹독한 ‘통과의례’로 여기며 참는 게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악습’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러한 형태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진행된다는 게 더 무서운 일이다.”


폭행을 일삼는 감독한테 배운 선수는 그대로 보고 배워 후배들을 폭행을 하며 또 훗날 감독이 됐을 때 선수들한테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대로 폭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폭행은 비장애인 체육뿐만 아니라 장애인 체육 또한 폭행을 일삼는 감독들이 있다.


농구단에 부임하여 선수들의 성향을 알기 위해 선수 한 사람 한 사람 면담을 한 적 있다. 그때 H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 “감독님이 시키시는 훈련은 무엇이든지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을 기어 올라가라는 훈련만 시키지 말아 주세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비장애인 운동선수가 종종 계단 훈련을 하긴 한다. 나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이 계단운동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절단 장애인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척수 장애인은 무리다. 하지가 마비라 계단운동을 하면 다리가 질질 땅에 끌린다. 그렇게 되면 분명 욕창이 생겨 훈련을 못하게 된다. 욕창은 장애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심각하면 수술을 하고 몇 달간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도 계단 훈련을 시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수에게 좀 더 자세히 물어보니 훈련을 가장한 얼차려였다. 그리고 거기에 폭행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그래서 선수에게 딱 잘라 말했다. “어떤 이유건 절대로 폭행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내 가치관과 맞지 않아 난 절대로 선수들에게 폭행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비해 현재는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시대는 점점 빠르게 변화하였다. 그런데 아직까지 폭행을 하나의 훈련이라고 빙자 삼아 지도하는 감독들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2019년 초·중·고 운동선수 63,211명 대상으로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발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언어적, 물리적은 물론 성폭력까지 당하고 있었다.

언어폭력은 9,035명, 신체폭력은 8,440명 성폭력은 2,212명으로 인권침해 및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그리고 신체폭력은 일반학생보다 1.7배가 높게 나왔다. 더 심각한 건 인권침해 및 폭력을 경험했는데도 불고하고 신고하는 운동선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초등학교 남자 배구선수는 “미워서 맞는 것이 아니니깐 맞아도 괜찮아요. 아니 그냥 운동하면서 맞는 거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고, 또 초등학교 여자 태권도 선수는 “코치님에게 맞는 이유는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맞는 것이기 때문에 맞는 건 상관없다.”라고 대답했다.


어릴 적부터 일상화된 폭력 문화 속에 맞으면서 훈련했기에 폭력은 훈련이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건 절대 아니다. 폭력은 실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절대 안 된다. 나는 운동하면서 코치님과 선배들한테 많이 맞아봤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농구에 대한 의욕만 상실시켰다.


“나는 폭력을 반대한다. 왜냐면 폭력이 선을 행한 듯 보일 때, 그 선은 일시적일 뿐이고, 그것이 행하는 악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다. 절대 신체적 폭력은 물론 언어적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 폭력으로 인해 실력이 좋아졌다면 앞으로도 계속 폭력을 이용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단지 일시적으로 실력이 좋아진 거지 지속적으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운동이 싫어지게 된다. 그러면 선수는 감독을 동반자가 아닌 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감독과 선수는 적이 아닌 동반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 감독과 선수가 같이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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