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팀의 상황을 인지하고 상황에 맞는 계획을 세울 줄 알아야 한다.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세운 계획은 팀을 깊은 늪 속에 빠지게 하는 것과 같다.
지금은 신인선수를 발굴 육성하여 10~50대로 구성된 선수가 16명이나 된다. 하지만 내가 부임할 당시만 해도 농구팀은 30~40대로 구성된 선수가 7명이 전부였다. 선수도 부족한데 환경은 더 열악했다. 선수 전부는 직장인이었다. 낮에는 생업으로, 밤에는 휠체어 농구선수로 활동했다. 장애인 체육은 비장애인 체육처럼 시스템이 잘 가쳐져 있지 않다. 비장애인 체육은 국가대표-후보선수-청소년대표-꿈나무-체육영재의 4단계 또는 5단계 구조로 양성하는 반면, 장애인 체육은 국가대표-후보선수-신인선수 3단계 구조로 나눠 양성한다. 그 이유는 선천적 장애가 아닌 후천적 장애가 많아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국 장애인 수는 267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5.6%며, 이 중 후천적 장애인의 비율은 88.1%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 발굴부터 육성하는 데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모든 종목의 감독들은 선수 발굴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보니 대한 장애인 체육회에서는 선수 한 명이 하계 2 종목, 동계 2 종목 총 4의 종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 팀 선수도 4개 종목까지는 아니지만 2~3개 종목을 선택하여 활동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훈련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선수하던 시절에는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전술훈련-수비 훈련-체력훈련-볼 컨트롤 훈련 등등 나눠서 훈련을 했다. 하지만 실업팀이 아닌 우리 팀은 훈련할 시간이 제한적이라 주 3회 2시간밖에 훈련을 하지 못한다. 이것도 선수들이 회사 업무로 야근이 없을 때의 이야기다. 이렇다 보니 선수를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내 머릿속은 항상 시간을 단축시켜 최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만 모색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게 모든 훈련은 공과 함께 하는 거였다. 모든 훈련을 공과 함께 했더니 훈련시간 단축, 볼 컨트롤 향상은 물론 선수들이 즐겁게 농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소년 축구를 35년간 110회 우승을 시킨 정한균 순천 중앙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은『한겨레』김창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성적을 내는 비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지도자가 내게 와 어떻게 가르치냐고 물어본다. 식당의 주방장은 자기 노하우를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지만 나는 다 공개한다. 공 없이 마라톤·육상 선수시키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100% 공 가지고 훈련하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내 축구의 핵심이다. 주간 훈련 계획표를 보면 모든 게 공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월요일 70m 거리의 골대를 왕복하면서 패스·드리블을 하면, 화요일엔 콘을 세운 뒤 변형 패스, 수요일엔 3인 1조 슈팅, 목요일엔 트래핑·컨트롤·터치 교육, 금요일엔 16가지의 드리블 훈련을 한 뒤 토요일 연습 경기에서 확인하는 식이다. 공을 갖고 하면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뛴다. 벌도 드리블 하면서 골대 돌아오기다. 성장기 아이들은 체력을 많이 쓰면 고장 날 수 있는데, 이렇게 공과 함께 하면 체력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축구 과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휠체어 농구는 빠르게 변화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그 속에서 한국 휠체어 농구도 빠르게 변화시켜야 한다. 휠체어 농구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방법은 리더가 지속적으로 훈련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작가인 루돌프 플레시는 “늘 해오던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깨달음이 바로 창의력이다.”라고 말했다.
본인의 철학만을 고집하여 지도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배운 정보를 훈련에 녹여 선수들을 지도해야 한다.
나는 스탠딩 농구도 접해봤고, 휠체어 농구도 접해봤다. 둘의 장점만을 섞어 선수들에게 창의적으로 지도한다. 창의적으로 지도하면서 실패도 많았다. 실패를 하면 또 다른 방법으로 지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훈련 계획을 하나 둘 변화시킨 게 지금의 ‘공과 함께’라는 원칙이다. 이 원칙으로 선수들을 지도한다.
후안 카를로스 쿠베이로·레오노르 가야르도의 저서『스페셜 원 무리뉴』에서는 무리뉴가 선수들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훈련이 공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체력 훈련, 전술 훈련, 기술 훈련 등으로 나누어 편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축구는 이 모든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공을 사용하며 축구의 피지컬적인 측면, 전술적인 측면, 기술적인 측면의 훈련을 90분에 걸쳐 동시에 진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훈련방법이다.”
우리 팀 훈련은 공과 함께 시작하여, 공과 함께 끝이 난다. 그 예로 1대 1 드리블 술래잡기를 통해 워밍업을 한다. 1대 1 드리블 술래잡기는 선수에게 재미를 주면서 체력훈련, 드리블 훈련, 사람을 이용한 픽(벽) 훈련, 휠체어 조작훈련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훈련 메뉴다.
어떤 종목이든 기본기는 탄탄해야 한다. 특히 구기 종목은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기에 공에 대한 기본기 훈련은 더욱더 필요하다.
성공한 운동선수들은 팀 훈련 전이나 후에 홀로 남아 기본기 훈련을 1시간 이상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축구의 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훈련장의 조명이 꺼질 때까지 혼자서 기본기 훈련을 하기로 유명하다. 매일 3,000개의 복근 운동은 물론 볼 컨트롤 훈련을 수백 번씩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세계 최고의 선수, 단 한 명만이 수상한다는 FIFA 발롱도르(FIFA Ballon d'or)를 3회나 수상할 수 있었던 거다. 지금의 호날두를 있게 한 원동력은 매일 꾸준히 하는 기본기 훈련 덕분일 것이다. 그만큼 기본기 훈련은 중요하다.
장애인 선수는 후천적 장애로 인해 늦은 나이에 운동선수를 시작한다. 우리 팀 선수도 대부분 늦게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볼에 대한 기본기가 약하다. 시간이 부족해 매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모든 훈련에 공과 함께 하는 거다.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에 반복하는 운명에 처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과거에 실수했던 훈련을 똑같이 가르치지 않는다. 변화가 없는 훈련을 가르치는 것은 변화가 없는 그저 그런 팀으로 만드는 것과 똑같다. 나는 그저 그런 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언제나 ‘공과 함께’라는 원칙으로 훈련을 지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