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열한 개의 손

by 최용윤


열정은 성공의 열쇠지만 나눔과 희생은 성공의 완성이다-워런버핏


농구 엔트리(참가자 명단)는 12명이다. 12명의 선수를 사람들은 다 기억하지 않는다.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만 기억한다.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 골든스테이트의 스테판 커리와 같은 많은 득점을 하는 선수만 기억할 뿐이다.

우리 팀에도 많은 득점을 하는 선수가 있다. 이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실력이 좋아 득점을 많이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농구는 혼자 하는 개인 운동이 아닌 단체운동이다. 1 쿼터 10분씩 총 40분 동안 농구공을 혼자 가지고 있을 수 없다. 상대 팀 5명, 우리 팀 5명 총 10명이 시합을 뛴다. 10명이서 40분을 나누면 각자 농구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은 고작 5분뿐이다. 혼자서 5분 만에 30 득점을 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열한 개의 손’이 희생을 했기에 가능하다.


2003년 NBA 선수 은퇴 뒤 해설위원 등을 지내다 2014년 워리어스 감독으로 선임돼 40년 만에 워리어스를 우승시킨 스티브 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희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누는 쓸수록 물어 녹아 없어지는 하찮은 물건이지만 때를 씻어준다. 물에 녹지 않는 비누는 결코 좋은 비누가 아니다. 팀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이 없고 몸만 사리는 사람은 녹지 않는 비누와 마찬가지로 나쁘다.”

스티브 커 감독은 선수 모두에게 희생에 대해 가르쳤다. 나 또한 모든 선수에게 희생에 대해 가르친다. 시합이 끝나면 선수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늘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선수 모두 희생을 했기에 가능했다. 1포인트 선수는 슛보다는 픽(벽 만들어 우리 편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을. 슛 감이 좋지 않은 선수는 억지로 슛을 쏘지 않고, 슛 감이 좋은 선수를 위해 슛을 양보했기에 오늘 이 시합을 이길 수 있었다.”

마라톤 황영조 선수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이유는 페이스메이커 김완기 선수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완기 선수는 막판까지 전력을 다하며 레이스를 이끌었는데, 이때 다른 나라 선수들이 김완기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 오버페이스를 했기에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희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포츠이든 조직이든 가정이든 희생이 필요하다. 농구에서는 본인이 직접 골을 넣지 않고, 골을 넣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야구에서는 다른 선수가 홈을 밟을 수 있게 희생플라이, 희생번트라는 용어까지 있다. 선수들이 희생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보다 팀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의 저자 양준혁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야구하면서 선배들에게 자주 듣는 말. 요즘 애들은 자기밖에 몰라. 도무지 팀을 위해 희생할 줄 모른단 말야. (중략)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프로야구는 정말 많이 변했다. 야구만 잘하면 수억, 아니 수십억을 벌 수 있다. 해외 진출을 한다면 수백억 대 부자가 될 수 있다. 시장이 커지면 경쟁은 당연히 더 치열해진다. 몇 경기 부진하면 주전 선수라도 자리를 보장받기 어렵게 됐다. 그들에게는 팀 승리만큼이나 자신의 성취가 중요하다. 귀한 집 외동아들로 구김살 없이 자란 요즘 애들에게 이삼십 년 전 선배들의 마음가짐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그 대신 자신 있고 씩씩하게 자란 요즘 애들만의 장점을 더 크게 보자고 말하고 싶다. 귀하게 자란 요즘 애들에게 말하고 싶다. 팀을 위한 희생은 결코 개인의 손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팀의 승리는 개인의 성취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는 당신의 희생을 지켜보고 있다. 조금 늦거나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지만 희생은 훗날 보상을 받는다.”


선수 시절에 나는 희생에 대해 알지 못했다. 오르지 개인 성적에만 관심을 가졌다. 오늘 몇 점을 넣었는지. 몇 개의 리바운드를 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감독이 된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득점을 많이 한 선수보다는 이타적인(자기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의 이익을 더 꾀하는. 또는 그런 것)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눈길이 더 갔다.


얼마 전 휠체어농구 국가대표 선발전에 기술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내용은 12명 선수를 최종적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한 A선수에 대해 기술 의원들은 A선수가 과연 대표 팀에 뽑힐 실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나 또한 A선수를 실력으로만 본다면 뽑힐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조합해보면 뽑힐 수밖에 없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앞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12명의 선수로 팀을 구성하며, 5명의 선수가 코트에서 시합을 뛰는 게 농구다. A선수에 장점은 안·밖에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득점은 5명의 선수가 골고루 10점 이상 해주면 좋은데, 휠체어 농구는 그럴 수 없다. 모두 득점에만 관심을 가지면 팀은 유기적이지 못하다.


시계 안을 분해해서 들여다보면 톱니바퀴 크기가 제각각 인걸 볼 수 있다. 톱니바퀴가 모두 똑같은 크기로 자리 잡혀 있다면 시계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크기가 다르기에 위치 또한 다르다. 각자의 위치에서 큰 톱니바퀴와 작은 톱니바퀴가 서로 잘 맞물렸을 때 시계는 돌아가는 법이다.

팀이든 조직이든 시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해도 A선수가 뽑힐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선수를 숫자의 수치를 보고 평가하면 안 된다. 하지만 세상은 선수를 숫자의 수치를 보고 평가하여 선수에게 상을 준다. 득점 상, 리바운드 상, 어시스트 상, 기량 발전 상, 식스맨 상 기타 등등. 선수의 발전을 위해 상을 준다는 건 좋은 취지이다. 하나 안타까운 점은 수많은 상중에 희생 상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구단은 선수, 코칭스태프가 투표를 통해 한 시즌 동안 가장 팀을 위해 희생하고 리더십을 보여준 선수에게 ‘로이 캄파넬라’상을 준다.

비장애인 체육이나 장애인체육이나 희생 상을 만들어 수상했으면 한다. 희생 상이 만들어 짐으로써 선수는 자신의 의지에 따른 희생을 할 것이다. ‘선수의 의지에 따른 희생이냐’ 아님 ‘감독의 지시냐에 따른 희생이냐’에 따라 팀 분위기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영국의 철학자 제임스 앨런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적게 이루고 싶은 사람은 적게 희생하고 많이 이루고 싶은 사람은 많이 희생해야 한다.”

팀이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선수 모두가 희생이 필요하다. 선수의 희생의 따라 팀은 최고의 팀이 될 수도, 최하의 팀이 될 수도 있다. 희생이야 말로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한다.

똘똘 뭉친 팀이야 말로 진정한 팀이다. 말 그대로 진정한 팀은 한 골 넣기 위해 ‘보이지 않는 열한 개의 손’이 필요한 사실을 이해한 팀이 최고의 팀이다.

당신은 희생에 대해 알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팀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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