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기쁨과 슬픔
기억하고싶은 어제는 이미 지났지만 그 마음의 여운을 여기에 조금 남겨본다.
생각하면 한편으로 너무 설레였다가 바로 너무 두려움으로 달려가는 일이다.
창업의 하루하루란 것은.
희열과 두려움 양 극단을 오가는 동요는 내 일의 한복판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
이건 아마도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살면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감정일 것이다.
그때도 일의 기쁨과 슬픔이 여전히 있었지만 진폭은 지금이 훨씬 크다.
실패는 누구나 한다.
누구나 살면서 힘든 일을 겪는다.
이건 아마도 진리일 것이다.
그런데 판가름이 나는 지점은 의외의 곳이었다.
힘든 시절을 겪고 난 뒤 말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뒤안길에서 역설적이게도 진짜가 탄생한다.
실패하고 그대로 주저앉거나 깔고 뭉갤 것인지,
내가 왜 그런 실패와 실수를 했는지 냉정하게 헤아려보고 훗날의 에너지와 뗄감으로 삼을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작년은 햇수로 창업 2년차에 접어든 해, 때때로 너무 초라했지만 그것조차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이 선행되어야 다음의 시절이 온다는 것을 배웠다.
창조의 질서 같은 것,
말하지 않아도 알게되는 순리같은 것,
이제는 조금 안다고 깝치지 않게 되는 것..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지고 치이고 상처받고 내동댕이쳐지고
도저히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내 힘으로 되는게 아니었구나를 알아갔던 시간.
그래서 힘들었던 시절은 오히려 너무 귀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실패나 과정의 시간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
있는 그대로를 마주하는 방법.
그리고 내가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것을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어제는 어떤 일로 그 마음이 너무 벅차올라 2월의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오후,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겨울햇빛 아래를 걷고 걸었다.
내가 해야할 역할을 할때, 그것이 씨를 뿌리는 것이든 물을 주는 것이든
내게 맡겨진 그 일을 한다면 자라게 하시는 건 그분이심을 믿는다.
내가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사계절을 돌보아 열매까지 얻으려는 생각은 어쩌면 처음부터 가당치않은 생각이었다.
내 힘을 빼는 것,
힘을 빼도 될 일은 된다는 것을 배운 어제의 일기.
그 깊은 절망을 상쇄하고도 남는 높은 기쁨의 시절을 지나고 있다.
나는 생이 너무 좋다.
이 삶이 너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