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추천 나만의 여행지가 있다면

가까이가기 질문상자 글쓰기 6

by 로사 권민희

여행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이토록 기분이 달라진다니. 마법 같은 단어다. 모든 이들에게 여행은 이런 변화의 느낌을 담고 있을까 궁금하군. 머릿속에 가장 먼저 찾아온 여행은 올해 초 자기 탐사 여행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다녀온 것이다. 12월 31일 오전에 한국에서 출발해서 경유지인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대기시간 동안 주변 여행을 마치고, 미국에 도착하니 여전히 12월 31일. 호텔 바깥에서는 새해를 축하하는 불꽃이 터졌다. 인생에서 가장 길고 특별한 12월 31일이었다.

2020년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이틀간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가족, 연인 단위 여행자를 보았다. 혼자 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대부터 혼자 여행을 즐겼던 나로서는 낯선 시간과 공간이었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는 15살 남자 쌍둥이 중학생이었다. 우리 셋은 그 드넓은 공간을 구석구석 다니며 해리포터와 슈렉, 트랜스포머 등 영화의 주인공이 잠시 되어보았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우버를 타고 이동해서 이틀간 그곳에서 만난 진귀한 볼거리들을 구경하며 친구가 되었다.


이후 9일간 우리는 아봐타 코스를 하면서 자신의 의지, 주의, 신념 등의 개념을 살펴보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훈련하기 시작했다. 코스 때마다 사람들의 독특한 의식 세계를 만나는데 15살 인생을 함께 느끼고, 목표를 설정하는 귀한 순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다. 올랜도는 이 같은 내면 탐사 여행을 위해 지난 7년간 17번의 비행을 한 곳이라서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하다.


특별함으로 치면 제주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 뭔가 삶에서 막혀있을 때 잠시 비행기를 타고 Take off 하는 순간을 경험하면 걱정과 불안이 쑥 가라앉는 기분이다. 국내 여행지 중에서 왠지 바다 건너 라는 느낌적 느낌. 조금만 이동하면 사방에 바다를 만나고 원시림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지난 2월에는 제주에서 눈을 보겠다며 느닷없이 짐을 꾸려 비행기를 탔다. 제주 선흘에 사는 예술가 은혜 언니 집으로 가는 길은 서바이벌 게임 같았다. 유니버셜보다 리얼리티가 살아있었다고 할까? 나머지 이틀은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제주 투어였으니 그날 저녁은 정말 드라마였다.


돌아보니 제주 방문은 늘 내게 드라마 같은 에피소드를 남겼는데 6살에 아빠는 육 남매가 총출동해 여객선을 타고 건너간 제주에서의 한 달여의 여행 후 돌아온 집은 숙식을 하면서 모든 것을 훔쳐간 좀도둑으로 인해 텅 비어 있었다. 윗집 아줌마는 친척인 줄 알았다고 증언. 그 후로 우리 가족은 제주로 일체 가지 않았다.


고등학교 간부수련회로 간 제주에서는 태풍을 만났는데 안전불감증이었던 우리는 그 거센 비바람을 뚫고 한라산 백록담까지 등반을 했다. 지금도 그때 사진을 보면 아찔하다. 해안선에 주차한 관광버스에는 새우 해초 같은 것들이 날아와 창문에 붙었고, 바람에 버스가 흔들리는 것을 본 최초의 자연재해 현장이었다.


2010년이었던가 제주 올레 0길 개통 기념행사에서 몸풀기를 진행하러 내려간 제주에서 비로소 평화를 만났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모두 넘어서 걷고 또 걸었던 그날. 탤런트 이정섭 님과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배우 커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분들은 잘 살고 계시겠지? 서명숙 이사장님 안은주 국장님 등등 그때 연결해준 영화 언니 등등 제주의 평화를 내게 선물해준 사람들로 기억된다.


그 좋은 느낌으로 2011년 유정언니랑 여름휴가 여행, 둘이 갔지만 각자 취향대로 흩어져 결국 따로 올라왔던 여행. 그때 한창 유행이던 만화가가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와 티베트 풍경. 몽돌 하우스 등등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저지오름, 산방산 탄산온천 커플, 중문 해변에서 열린 공연과 우연한 만남들 그 여행도 참 사연이 많았구나. 제주 너는 참으로 강렬한 기억을 많이 품고 있구나야.


2012년 여름과 겨울, 2013년 겨울, 2014년 대추씨 활동과 연결된 제주 4~5회 방문. 황준욱 선생님과의 연결, 김다, 영교와 함께한 시간, 그리고 제주에서 듣게 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 그러고 보면 나는 죽음에 대한 비보를 특별한 장소에게 들었구나. 문경, 제주, 경주 내가 사랑했던 장소들 그래서 그 장소를 떠올리면 그 강렬한 감정들을 느끼곤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2월의 제주 여행이 그토록 설렜던 것은 꽤 오랜만의 방문이기도 했지만 그곳과 연결된 여러 강렬한 기억들이 움직인 때문이기도 했구나 알게 된다.

제주 얘기를 줄줄 하다보니 막상 적고 싶었던 '추사 김정희 유배길'에 대한 얘기를 할 기력이 떨어져버렸다. 잠시 쉬었다가 아마 이건 언젠가 할 기회가 또 있겠지만 누구도 그 여행지를 떠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던 나만의 여행 루트이다. 프리랜스 기자로 주가를 올리더 20대 후반. 모 주간지에 부록으로 들어가는 여행 기사를 만들기 위해 홀홀 단신으로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해남, 순천 등의 옛길을 찾아다니던 콜럼버스 빙의 했던 약 3박 4일간의 걷기 여행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아찔하다. 그 용감함과 대범함은 어디서 비롯되었던 것일까? 정말 3박 4일간 사람이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옛길을 걸으며 느꼈던 그 고요함과 완전한 일체감. 언젠가 소중한 누군가 생기면 꼭 함께 가보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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