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희 Aug 10. 2024

나에 대한 호기심

8월 5일 질문 : 당신의 삶에서 가장 멋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조금 부끄럽지만 뒤끝이 있는 성격이야. 곱씹으면서 복수를 꿈꿀 때가 많아. 억울한 것을 참지 않는 편이지. 그렇다 보니 화가 많았어. 남들은 모르지만 내 안에 적이 상당히 많아. 감사함보다는 적개심을 자주 저축하기도 해. 어벤저스인 건가? 솔직히 들여다본 내 성격의 모나고 취약한 점이야.

턱관절에 힘이 주어지고, 뭔가 숨이 잘 안 쉬어질 때는 성질이 난 것이지. 웃고 있지만 눈꼬리가 마음 안쪽에서는 올라가기 시작할 때도 있어. 못난 모습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 성격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았지만, 미성숙하고 어린 모습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많아졌어. 나의 취약함으로 인해 자기 비하로 빠지기보다 객관화해서 인정할 때, 인격이 조금 성장한 것 같아.

가족들의 임종을 여러 번 잘 보낸 경험도 있다는 게 내 삶의 독특한 점이야. 네 번의 상주를 하면서 다양한 종교의 방식을 경험했고, 함께하는 가족들과 화합했어. 아름다운 이별의 이벤트를 만들어 낸 창조력 분야에서도 탁월했던 거 같아.

지난주 출근길에 내 어깨도 불편했지만 보조기구를 끌고 어렵게 올라오는 어르신을 도와준 순간의 나도 대견했어.  8월로 다가온 공간 오픈을 준비하며 매일 마음을 가다듬고, 정성껏 사람들과 연결하고 돌아온 저녁의 나도 쓰담쓰담.

리더의 마음공부는 강인하고 잘하는 면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자신의 취약함을 잘 이해하고, 용기 내어 드러내기도 하고, 그 측면이 전부가 아니니 더 큰 관점에서 여린 모습을 품을 수 있을 때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질 것이라고 생각해. 취약성이 자신의 정당화가 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도 중요하지.

세상이 인정하는 기준에는 많은 부분 들어맞지 않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중심으로 살아온 것도 인정해주고 싶어.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은 나 자신이 참 좋아. 무엇보다 몸치이지만 춤을 20년 이상 배우고 춰 온 댄서라는 것을 떠올리면 내가 참 재밌지. 여러 면에서 스스로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있는 내가 참 멋져!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의 스승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