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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Jul 10. 2018

행복의 넓은 문,
덕행의 좁은 문

과연 행복과 덕행은 양립할 수 없는가.

앙드레 지드 <좁은 문>


이 책을 서너 번 읽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사촌 간의 결혼에 충격을 받았고, 중학교 때에는 사촌 간의 결혼에 다시 충격을 받았고, 대학생 때에는 처음 읽는 것 같아서 충격을 받았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면서 항상 앙드레 지드, <좁은 문>을 손꼽는 것은 어린 시절에 처음으로 읽은 문학책이 주는 막연한 그리움, 동경, 자부심과 결부된 기억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좁은 문>이 단순한 그리움과 동경이 아닌 인생과 행복 그리고 구원이라는 조금은 흐릿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신을 사랑한 여자와 인간을 사랑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잊지 못하는 여자의 비극적 이야기

소년기에 아버지를 여읜 제롬은 어머니와 함께 시골의 외삼촌 집에서 해마다 휴가를 보낸다. 그 시골 마을에서 사촌 알리사와 사랑에 빠지고 그 둘은 사랑과 결혼을 묵약한다. 그러나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하나님과의 사랑에서 멀어짐을 느끼고, 제롬은 알리사의 멀어짐에 불안해한다. 그럼에도 그 둘의 사랑은 더 깊어만 가고 그 깊음이 더할수록 알리사의 멀어짐과 제롬의 불안함 역시 깊어만 간다.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을 지켜만 보는 알리사의 동생 쥘리에트는 사촌오빠인 제롬을 남몰래 사랑한다. 그렇지만 그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희생과 같은 결혼을 하게 된다.

쥘리에트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알리사는 제롬을 더 사랑하지 못하고 그만 생을 마감하게 된다. 알리사 죽음 이후 쥘리에트를 찾은 제롬에게 쥘리에트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도록 권유한다. 그러나 알리사를 잊지 못하는 제롬을 보며 쥘레에트는 다시 한번 더 슬픔에 빠진다.


*덕행으로 가는 좁은 문, 행복으로 가는 넓은 문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힘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니라.
누가복음 13장 24절

구원에 이르는 길은 오로지 하나님을 향한 사랑으로서만 가능하다. 그러한 확고한 믿음 앞에 세상에 대한 애정과 집착은 다소 불순하게 보인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뜨거운 사랑은 곧 하나님과 이별을 예고하기도 한다. 돈, 명예, 성공뿐만 아니라 연인, 배우자, 자식보다 가장 먼저는 하나님이라고 한다. 나도 그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오로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구원의 확신, 믿음이 없고서야 어떻게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알리사뿐만 아니라 제롬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고 수많은 목회자들 또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서 넓은 문을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인가.

나는 네 곁에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 하지만 우리가 행복을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p.139

진정 행복과 덕행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인가.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에 불안함을 느낀다. 아마도 그것은 제롬의 미성숙함 때문일 것이다. 제롬은 알리사 앞에서 성숙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 역시 사랑의 확신을 가지고 못하고 막연한 감정에 이끌려 알리사를 대한다.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은 신이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남자를 너무나도 사랑한 여자와 그 여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미성숙 남자의 만남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둘의 미성숙함 때문이라고.

덕행으로 가는 좁은 문과 행복으로 가는 넓은 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문은 양립할 수 있으며 같을 수도 있다. 다만 그 문을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더욱더 성숙한 사랑을 하여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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