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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May 09. 2022

인터랙티브 아트

관객과 상호교감으로 기존의 성역에 도전하는 예술

 기술의 발달은 사회, 도시, 시장, 문화 모든 영역에 변화를 만들어 낸다. 나아가 무언가를 제공하는 주체와 제공받는 주체 사이에 역할도 변화시킨다. 그동안 사회는 권력의 위계에 따라 명령하는 자와 따르는 자로 구분되고, 도시는 공공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로 이분되어 왔다. 또한 이들 사이에는 엄격하게 구분된 계급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장은 최종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도시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의사결정하는 숙의민주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요구는 사용자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아주는 플랫폼 기술, 시민과 행정이 상호 교감하는 분산 민주주의 기술을 발달시켰다. 문화 예술도 예외 없이 이러한 상호 교감기술을 활용하는 인터랙티브 아트가 2010년대 중반부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개념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란 고도의 테크닉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예술이다.  

작가와 예술작품, 관객의 소통이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미술처럼 관객이 소외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의도를 드러내지 않는다. 메시지를 찾고 작품을 만드는 건 오로지 관객의 몫으로 돌린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관객이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완성이 된다. 관객이 참여한다는 뜻은 작가가 작품 속에 관객의  참여에 의해 변화되도록 작품을 구현한 후, 관객이 수행하여 작품을 완성한다는 의미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이 직접 작업에 참여하여 관객 스스로가 작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관객으로부터 훨씬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1990년대 컴퓨터 기반 상호작용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술의 큰 현상이 되었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초기 사례 중 일부는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대부분의 아트는 1990년대 후반까지 예술 세계에 공식적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이십 년 동안 장르의 경계가 흐려지고 하이브리드 아트가 성행하면서 인터랙티브 아트도 본격화되었다. 여기에 다양한 입력 센서와 인터페이스 발달, 로봇을 포함한 메카트로닉스의 예술적 활용, 통신 등 대화형 기술 발달도 한몫을 하였다.

     

기술과 구현

상호작용 예술이라고도 불리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위한 기술은 관객의 ‘입력’이 없으면 작업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는 수학이나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함수 Y=F(X)와 같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관객의 입력(X)에 따라 작업이 완성되어 출력(Y)된다. 관객의 반응을 입력받는 장치는 센서가 담당한다. 전자 장치로 구성된 센서는 인간이 가진 오감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다양한 센서를 통해 입력된 신호는 아두이노(Arduino), 라즈베리파이 등의 장치를 통해 변환되고, 변환 값에 따라 반응하도록 설계된 규칙에 따라 출력해주는 주는 과정이 인터랙티브 아트의 과정이다.

센서는 출력해주는 신호의 형태에 따라 디지털 센서와 아날로그 센서로 구분되는데 아두이노에는 아날로그 핀과 디지털 핀리 구분되어 있어 각각의 핀으로 그에 맞는 신호를 입출력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센서로 통해 읽은 정보를 처리하여 다양한 장치로 출력하고, 다시 그러한 출력에 반응하는 값을 센서를 통해 받아들이면서 상호작용 한다.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

인터랙티브 아트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주로 입력과 출력의 형태에 따라 구분되어진다. 인터랙트 아트는 대화형 댄스·음악·드라마, 기계·전기·비디오 게임·컴퓨터 등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상호작용 아트, 설치 아트, 인터랙티브 아키텍처, 인터랙티브 필름,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입력 요소에 따른 대표작들을 살펴보자.


카메라를 이용한 상호작용:

인터랙티브 아트에서 입력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관객의 움직임이다. 최근에 깊이 인식 카메라(Depth sensing camera) 등 카메라 기술과 이미지 처리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세, 손, 머리, 발의 위치 등 다양한 입력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인터랙티브 아트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움직임을 이용하여 상호작용을 만드는 작가 크리스 밀크(Chris Milk)가 대표주자이다. 그의  성역의 배반(The Treachery of Sanctuary) 작품은 관객이 작품 앞에 서면 깊이 인식 카메라로 관객의 형상 및 각 관절의 위치를 파악해서 수많은 새가 달려들게 한다거나 관객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등의 효과를 주는 작업이다. 미술관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오래된 성역(Sanctuary)에 도전한다.

*크리스 밀크(Chris Milk), 성역의 배반

컴퓨터 상호작용 예술 : 

컴퓨터 시스템과 상호 작용은 하드웨어 장치, 인간-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대화형 모드에서 상호 작용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인터페이스는 대화형 시스템의 기본 개념이다. 사이버네틱스의 선구자인 로이 애스콧(Roy Ascott)은 텔레매틱스와 예술이 상호 작용하는 프로젝트를 많이 만들어 왔다. 특히 디지털 상호작용 예술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접속성, 몰입, 상호작용, 변형, 시각적 발생 등을 살려 정신적인 요소와 기술적인 요소를 작품을 통해 동시에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이런 정신과 기술이 결합된 관점에서 ‘테크노에틱스(technoetics)’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로이 애스콧, LPDT2

환경을 이용한 대화형 예술: 

자연 현상(날씨, 햇빛) 또는 인위적 환경(소음, 오염)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따른 결과값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환경을 이용한 대화형 예술은 건물의 외벽에 따르는 환경변화에 따라 반응하도록 작품을 만들거나, 바람과의 상호 작용하는 에올리언 하프(Aeolian harp)를 설치하기도 한다. 태양에 따라 열리고 닫힐 수 있는 광전 다이어프램(Diaphragm)을 장착하여 빛으로 대화하는 방식의 작품들도 있다. 로댕박물관 정원에 10개의 자연석을 배치하고, 해 질 무렵 자연석 위에 그늘진 구석과 주위를 밝히는 조명을 설치하여 '평온과 시(詩)'를 강조하는 에릭 사마크(Erik Samakh)의 '반딧불이 돌(Firefly Stones)’ 은 환경을 이용한 대화형 예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에릭 사마크(Erik Samakh)의 반딧불이 돌(Firefly Stones)


관객의 걸음으로 그림 그리기(Painted Earth):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Moniker의 작품이다. 지구라는 커다란 캔버스 위에 나의 움직임으로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비유를 실제로 구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갈릴레오 레퍼런스 센터(Galileo Reference Centre)의 오프닝을 축하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참여자의 걸음 속도에 맞게 잉크의 번짐과 흐름이 반응하는 작품은 완성된 후에 해당 지역에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가상의 잉크를 통한 드로잉은 실시간으로 실제 지형지물들의 상태와 유기적으로 반응한다. 100대가 넘는 기기들이 연결되어 구현되는 작품으로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지구에 그림을 그리는 경험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Moniker, 지구 걷기(Painted Earth)


인터랙티브 아트의 한계

인터랙티브 아트는 행위-작동-확인 과정에 관람자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이 과정에서 작품이 전하고 싶은 의미나 가치보다 순간적이고 단편적 행위만을 남긴다. 작품들은 어떤 해석의 여지도 없이 단순한 반복으로 짜인 행위-작동-확인 과정으로 인해 예술이 아니라 한순간의 체험되면서 예술의 본질 중에 하나인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빈약해진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이런 이미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해답 없는 실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다중적이고 풍성한 의미를 전달하는 예술적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처음 사진이 예술의 범주에 들어올 때도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를 포착(기입. 입력)해서 감광(도출, 출력)되지만 그 사진들 중에 어떤 사진은 예술이 된다. 만드는 과정이나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를 창조하는 역량의 문제이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어떻게 예술적 이미지를 만들어낼지가 인터랙티브 아트의 숙제이다.


[참고] (22. 5. 10 기준)

 예술과 IT (LG CNS)

 살아 움직이는 예술, 인터랙티브 아트 (2019)

 디지털 인터랙티브 작품의 한계점 (2018)

 크리스 밀크, 성역의 배반(The treachery of sanctuary)

 ▪Moniker 디자인 스튜디오

 ▪IoT 기술 탐한 상상력, 예술 프로슈머 시대 열다 (2017)

 ▪인터랙티브 아트(번역)  (영어 원문)

 ▪The Search of the Glow: Art Installation by Ling-Li Tseng

 ▪자연주의 현대미술 거장 에릭 사마크 "돌로 자연의 의미 표현" (연합뉴스, 2017)

 ▪로이 애스콧 모이스트 미디어 그리고 의식


추가 보론.

- 예술에서 상호교감의 중요성:박대양 관장은 작품과 관객이 여러 형태로 소통하고 재창조되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해답을 인터랙티브 아트에서 찾았다.( 가평 인터랙티브 아트 전용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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