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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Aug 16. 2023

방구석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 30대 후반, 그 애매한 나이에 대하여


37살, 적지 않은 나이. 이 나이에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뻔한 멘트는 내가 경험한 현실에서는 잘 먹히지 않았다. 회사는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40 대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지 않고, 정부조차 청년희망적금의 가입 연령을 35 세로 해놓았다. 내가 지금 청년이라고 부르짖어 봤자, 정부조차 날 ‘당신은 청년이 아니니 물러나세요.’라고 공식적으로 선포하는데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니 무슨 소리인가. 나이는 하나의 계급이고 권리다.


이 계급 사회에서 이미 좀 밀려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간단했다. 이 나이를 직시하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만들려는 마음을 먹은 뒤 내 현실을 돌아봤다. 지금의 나는 새 친구를 사귈 수 있을만한 매력이 있는 사람일까.


외모 관리를 하지 않아도 반짝이던 나이는 이미 지나버렸다.

왜 나는 이제야 싱글들의 세상에 다시 나온 걸까.

왜 전남편과 미련하게 시간을 끌어서 젊은 나이를 다 보내 버렸을까.

그런 뒤늦은 후회도 들었다. 내가 30 대 중반에만 이혼했어도 훨씬 많은 선택과 시도를 해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런 후회는 해봐야 의미 없다는 걸 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다시 한번 나를 돌아봤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먼저 외모를 살펴봤다.

거울 속 나는 30 대 후반 치고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지만, 어디까지나 30 대 후반 ‘치고는’이다. 결혼 전 꾸미지 않아도 저절로 반짝거리던 외모는 간데없고 늘어난 주름과 모공, 다크서클, 탄력을 잃은 살결까지.

그래, 인정하자. 지금의 나는 누가 봐도 평범했다.

다행히 꾸준히 운동을 해와서 체형은 20대 때와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달리기를 오래 해온 덕분인지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장점이었다.


사회인으로서의 내 모습도 살펴봤다.

사회에서의 모습은 이혼 후 많이 달라져있었다. 직급이 높아지며 연봉도 결혼 전에 비해 꽤 올랐고 주변의 신뢰도 얻어 훨씬 안정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모아놓은 다른 재산은 없지만 (주택담보대출이 40년 남은) 내 명의의 아파트는 하나 있다.

노후 대비는 안되어 있지만 그래도 성실하고 사치를 안 부리니까, 앞으로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성인은 되어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 객관적 상황이었다.




그럼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은 무리는 어디일까를 생각해 봤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결국 어떤 새로운 무리에 소속되어야 하니까.

갑자기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나랑 왠지 잘 맞을 것 같아서 “저, 실례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인데요. 저랑 친구가 되지 않으시겠어요?” 하며 말을 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이비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나는 나랑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소위 말하는 골드미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자기 관리하며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 한 마디로 내 또래의 직장인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 외의 직업군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잘 모르기도 했다.


다행히 세상엔 나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건지 아니면 Z 세대 덕분인지,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말한 '인덱스 관계(깊은 친구 관계가 아닌 목적에 맞는 일회성 만남과 관계 맺기)'를 위한 다양한 모임 플랫폼이 나와 있었다. 수많은 모임들 중 하나를 골라 나가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전에 내 목적을 분명히 했다.


오직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여러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굉장한 행운일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모임을 통해서 평생의 연인까지 만든다는 건 감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돌싱이 싱글들이 모여있는 모임에서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따위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그렇게 마음먹고 나가는 게 속 편했으니까.


그 무렵의 나를 만남에 소극적이게 만든 일이 하나 있었다.



돈 걱정 없이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닐 때 내가 멋진 성인이 되었구나 싶다. 물론 가끔은 돈 걱정을 한다. 아니, 어쩌면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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