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너 내 동료, 아니 친구가 돼라
20대 때는 다양한 모임에 참석했었다. 취미를 공유하는 친목 모임부터, 정기적으로 독서하고 만나는 모임까지. 그때는 요즘처럼 어플로 모이지 않고, 네이버 카페나 다음 카페를 통해 정모나 벙개처럼 만나서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모이곤 했었다. 하지만 결혼 전부터 참여하던 독서 모임을 마지막으로 약 8년 간 새로운 모임에 나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3040 모임에 나가기 전까지 걱정이 많았다. 그동안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이직한 회사에서 친해진 사람들을 제외하곤 없었고,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건 8년 만에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걸까.
내가 나간 모임은 총 7명이 모이는 자리였는데,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했다. 저녁 7시에 만나서 막차시간까지 놀 정도로 첫 만남부터 이상하게 편안했다. 비슷한 연령대에 비슷한 회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인지 말이 잘 통했고, 공유하는 추억도 비슷비슷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화법과 적당한 유머감각을 가진 선량한 사람들이어서 좋았다.
나뿐만 아니라 그날 모인 다른 6명도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원래 1회성 모임이었지만, 우린 그 후로 단톡방을 만들어서 다 같이 친해지는 모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여자 멤버 중 가장 빨리 친해진 건 R과 H였다.
가장 빨리 친해진 건 모임을 주최한 R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와인을 즐기는 여자분이었는데, 긴 생머리와 뚜렷한 이목구비로 첫인상부터 눈에 띄는 분이었다. 전시회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나와 취미가 맞아서 금방 마음이 잘 통했다. 시원시원하고 밝은 성격도 멋있다고 느꼈다.
다른 여자 멤버인 H는 캐주얼한 옷차림의 마른 체형을 가진 분이었다. 누가 봐도 진취적이고 외향적인 분이셨는데, 얼마 전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창업을 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나보다 나이가 5살 많았는데, 오히려 나보다 어려보여서 놀랐었다.
남자분들은 다들 내성적인 분들이라 첫날에는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다.
Y는 그날 나온 분 중 가장 어려 보였는데, 편한 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어깨가 넓어서 평소 운동을 하나보다 생각했었다. 내향적인데도 수줍게 웃는 모습이 귀엽다고 느꼈었다.
K는 은행에서 일한다고 들었는데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나타나서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었을 뿐 딱히 다른 인상은 없었다.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으로 봤을 때, 평소 외모에 꽤 신경을 쓰는 사람인가 보다 했을 뿐이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분들이라, 그들의 삶을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뒤처지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될 만큼 하나같이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었다. 새로운 모임에서 이렇게 바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니, 역시 난 운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누군가가 내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운이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거다.
좋은 남편이라 믿었던 배우자가 세 번의 외도를 하고, 결국 이혼하고, 사랑하며 키우던 고양이들과도 헤어진 삶이라니.
10대, 20대 때도 운이 좋은 삶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었다. 나중에 이것만 따로 묶어도 책 한 권은 금방 나오겠구나 싶을 일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남들이 뭐라 하든, 난 늘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무사히 잘 지나왔고, 언제나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여러 사람들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으며 살아왔다.
이혼을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었던 것도, 이혼 후 마음이 많이 힘든 순간이 문득문득 찾아와도 긍정적인 마음을 잊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도 모두 운이 좋은 일이라 믿는다.
운이 좋은 내 삶에 새로 찾아온 이 인연들과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되는 계절이었다.
*이 브런치북의 완결편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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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와 일부 이어지는 조니워커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