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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오투오 Apr 06. 2016

난 뭘 원하는 걸까

대체 뭘 하고 싶니 

4월이다. 

벌써. 


2016년이 되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는데, 벌써 병신년의 4분의 1이 지나가 버렸다. 


포부 넘치는 다짐으로 가득했던 새해 목표 종이는 이미 먼지가 쌓인 지 오래다. 

목표는커녕 하루하루 삶을 견뎌내느라 시간이 또 물 엎지르듯 흐르고 말았다. 


요즘 글이 뜸했던 이유는 바빠서도, 취직이 되어서도 아니다. 


그냥. 귀찮고 의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울한 건 아닌데, 의욕이 없다. 

자소서는커녕 기업 스케줄만 겨우 체크하고 있고, 그나마 좋아하던 게임도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 


이유가 짐작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또다시 찾아온 봄. 

여기저기 들리는 다른 사람들의 합격 소식. 

좋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친구들. 

그에 반해 면접은커녕 서류 통과도 자꾸 미끄러지는 나. 


좋은 소식이 계속 없다 보니 요즘은 한참 그런 생각에 빠지고 있다. 

사실 내 길이 이 길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내 능력을 이 기업들이 몰라주는 게 아니라 나 또한 내 능력을 몰라 아예 잘못된 곳에 넣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말. 


하지만 이런 질문에 부딪혀도 그다음 단계로 나가지를 못하겠다. 

그 뒤에 따라오는 '그렇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뭘까'라는 질문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나름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고 국어와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취미로는 만화책 읽기와 닌텐도 게임을 했었고, 악기 연주하는 것도 퍽 좋아했었다. 


대학교를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진학을 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도 주변의 반대와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와 끈기가 없어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뭔가 재미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서야 그냥 어디든 취직만 되면 다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보러 가며 최종 합격에 대해 생각해 보면 망설여진다. 

그러면서도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사고가 순환하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의 게으름과 무능력함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뒤처짐을 경멸하고, 싫어하면서도 어떻게 무엇으로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 


명언 책이나 유명 인사들의 말 같은 걸 보면 그들은 늘 정체되어 있는 삶을 경고한다. 


잘할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 


똑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기만 하기보다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무작정 부딪혀 보기라도 하라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난 정말 실패가 싫다. 

내가 내 능력에 한 확신이라도 있으면 도전해 볼 것도 같은데,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내 필력, 스토리텔링, 그림, 기획. 등등은 모두 평이한 수준이다.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조차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는데......

 

요즘 계속 이런 생각만 하다 보니 포스팅을 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일기 같이 하루하루 일상을 올리는 페이지이기는 하지만, 나름 공감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쓰기 위해 그 사적 내용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지만 요즘은 뭘 생각해도 나의 능력, 나의 상황, 내 미래. 

이렇게 생각이 축소되다 보니 아무래도 독자분들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내 고민을 떠넘기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걸까. 

분명 취직을 하고, 자신의 적성을 찾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아니면 적어도 저 셋 중 하나라도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자기 성찰이 아닌 자기 비난만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점점 내가 작아지는 것 같다. 

언젠가 이 모든 역경을 딛고, 

어느 곳에서건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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