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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7. 2019
영알못의 영어 PT 첫걸음
저기요, 당신도 영어 PT 할 수 있어요.
사실 내가 영어 PT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제안 PT는 기껏해야 여섯 번에 그나마 그중 한 번은 실패한 정말 애송이 중에 애송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잘하나? 아니다. 이 또한 끽해야 캐나다 시골 마을로 교환학생 1년 다녀온 게 전부. 외국 대학을 졸업한 신입이 넘쳐나고 네이티브처럼 'You Know'를 내뱉는 현업 종사자들도 판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망함을 무릅쓰며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이런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격려를 전하고 싶어서. 내 처음의 순간에는 영어 PT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상사가 아닌 '실패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팀장이 있었다. 내가 도전해볼 수 있게 만들어준 한 마디를 건네준 격이다. 그래서, 난 도전의 순간에 다른 이의 격려가 얼마나 필수적인지 깨닫고 공감한다.
더욱 분명하고 확실한 영어 PT 공략법도 있을 거다. 다만, 나는 '내가 이렇게 해보니 조금 낫더라' 하는 수준의 것을 함께 나눠보고 싶을 뿐이다. 어디에선가 갑작스레 영어 PT를 맡게 되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누군가가 몇 년 전의 내가 들었던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격려와 함께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팁을 전해주고 싶을 뿐, 딱 그뿐이다.
Step 1. 이 몸이 읽고 읽어 10번은 고쳐 읽어.
너무 뻔하지만 어쩔 수 없다. 프로젝트에 따라 팀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제안서를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쓰는 경우는 드물다. 즉, 다른 팀원이 쓴 파트를 비롯 전체 PPT 파일의 흐름을 먼저 파악해야 발표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적어도 10번은 파일을 '전체보기'로 넘겨봐야 흐름이 이해되고 강조해야 할 포인트가 드러나곤 했다.
Step 2. One Message and One Keyword, Enough.
듣는 사람이 PT가 끝나고 기억났으면 하는 워딩 혹은 핵심 메시지를 정하세요. 심사위원이 PT 끝난 후 그들만의 미팅을 가진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때, “그 팀 있잖아요. 그 힙트로란 단어로 슬로건 만들었던 팀”이라고 할 수 있게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 좀 더 쉽죠?!
Step 3. 스크립트, 어디까지 써봤니?
스크립트는 가능한 처음부터 끝까지 쓰세요. 단, 스크립트를 쓰는데 집중하기보다 입으로 PPT를 설명하고, 자기 입에서 나오는 문장을 받아 적는 식으로 하면 좋아요. 스스로 입에 잘 붙는 단어는 따로 있더라고요. 스크립트는 혹시 PT 중 멘붕 사태가 왔을 때,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내비게이션 정도일 뿐이니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
Step 4.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말해볼까요.
이제 PPT 화면을 띄우고 중얼거리면서 계속 말하세요. 목이 마르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요.
퇴근할 때는 4분 할로 출력해서 지하철에서 화면을 보면서 이야기해요. 주변 보기 민망하다고요? 어차피 저 사람들 나 신경도 안 써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안 했던 내 모습을 저는 너무 신경 쓰일 것 같아서, 그냥 술 취한 여자인척 하고 중얼중얼거렸습니다..::
Step5. 어차피 처음은 떨릴 거라면, 리허설에서 떨자.
꼭 함께 준비한 팀원들과 시뮬레이션 PT를 하세요. 낯간지러운 과정이지만 예상 질문 답변을 하는데 효과적이고, 혼자 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 같이 해보는 것은 해보면 아시겠지만 심장 떨림이 천지차이랍니다! 그리고 반드시 제가 놓친 부분이 있기 마련이더라고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니, 팀원들과 짐을 나누어 보아요.
분명 더 나은 방법도 효율적인 방식도 있을 거예요. 주변의 선배와 전문 서적으로부터 더 좋은 방법을 찾기를 바라요. 그저 이렇게 무식하게 준비한 사람도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얻었으니, 여러분은 더 좋은 결과를 가질 거예요. 그러니, 함께 일단 시작해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