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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넷 Feb 03. 2022

누락과 TMI 사이의 줄다리기, 회의록

AE의 일 3. 깔끔한 회의록 작성법

출근 첫날, 오전 고객사 회의를 동석하게 됐습니다. 경력 입사자기도 했고 공석이 오래 지속되었기에 고객사에 상견례를 서둘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도 낯선 제 명함을 들고 옆 자리 사수 이름도 헛갈린 채 참석하게 된 회의, 처음 듣는 히스토리, 용어들 그리고 분위기를 무시한 채 익숙한 연기를 하며 장단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복귀 후 열린 메시지.

"르넷, 회의록 작성해주세요. "


한동안 답변을 입력하지 못하고 깜빡이는 커서와 함께 눈을 깜빡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회의 내용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머릿속이 깜깜해졌으니까요.


결국, 동석한 선배 과장님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써서 첫 출근의 당혹감을 이겨냈었죠.


시작하는 AE라면, 사실 보도자료나 플랜보다는 회의록을 더 많이 쓸 수 있어요. 회의록을 막내에게 요청하는 이유는 사수들의 리소스를 더 생산적인데 쓰기 위함도 있지만 회의록을 작성하며 업무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쓰는 단어들 그리고 진행 흐름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게 회의록입니다.


그럼, AE에게 일상이 될 이 회의록은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오늘은 기본은 할 수 있는 회의록 작성법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please) Dos

Do1. 회의록은 회의시간에 쓰는 것입니다.

간혹 신입 AE에게 회의록을 요청드리면 나절 후에 겨우 초안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2시간 회의가 끝난 후, 녹취록을 듣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기 때문에 최소 2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러면 일과시간의 절반을 회의와 회의록 작성에 쓰게 되는 셈입니다. 잘해도 티는 안 나고 잘 못하면 티 나는 업무에 하루 리소스에 50을 쓰는 거죠. 비효율적입니다.


회의록은 회의를 하면서 쓰는 겁니다. 폭풍 타이핑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회의 후 업무에 참고해야 할 포인트를 적으라는 겁니다. 그럼, 그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딱 5개만 기억하고 이 분류를 채워 넣는다고 생각하면 회의시간 동안 길을 잃지 않고 회의록을 작성할 수 있을 거예요.


JOINER: 참석자

TPO: 회의 시간/ 장소 / 목적

DONE : 결과 또는 피드백 위주

WILL DO :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TBD : 논의가 완료되지 않은 어젠다


Do2. 주어진 양식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보통은 위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내부 또는 고객사 회의록 양식이 있습니다.


회의 시작 전 사수에게 회의록 양식을 공유해줄 수 있는지 당당하고 정중히 요청하세요. 아마 사수는 기꺼이 양식을 포워딩하며 생각할 겁니다.


'아, 이번 신입. 느낌이 좋은데?!'


Do3. 최후의 보루, 녹취를 놓치지 마세요.

주어진 양식에 맞추어 회의록을 정리한다 해도 분명  작성하기 애매한 부분이 생깁니다. 이건 시작하는 AE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그렇습니다. 우리는 각자 원하는 대로 듣고 이해하려는 본능이 있는 '사람' 이니까요.


그렇다고 공란으로 두자니 일을 덜한 것 같고, 사수에게 일일이 묻자니 일을 잘 못한 것 같아 찜찜하다.


이때 지할 것이 녹취파일입니다. 녹취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외부 노출이 되지 않도록 유의한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습니다.


(please) Don't


Don't 회의록은 녹취록이 아닙니다.

간혹 녹취파일에 기반해 회의록을 작성하면 녹취록을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ex) 르넷 : 00 000 000

        DY : 000000


딕테이션 하며 녹취록을 만들어오는 겁니다. 회의 내용의 진위여부를 가르는 것이 아니고서야 이런 녹취록은 의미가 없습니다. 회의록은 녹취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녹취록을 회의록으로 제출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인데요. 회의 내용을 정리할 재간이 없거나 두렵거나입니다. 본인이 회의록을 작성하며 빼먹거나 잘못 기재해 일이 문제가 생길까 봐 정확히 기재하는 건데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걸 검수하라고 있는 게 사수니까요. 여러분은 사수가 검토할 수 있는 적정한 결과물을 주면 되는 겁니다.


Don't 회의록은 기획안이 아닙니다.

 회의록에 본인의 의견을 적어오는 경우 있습니다. 신입 또는 비기너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생각이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나 회의록은 기획안이 아닙니다.


회의록은 논의한 내용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기점으로 업무를 추진하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본인의 생각을 회의록 내 기재하는 것은 문서를 읽는 독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따름입니다.


꼭 본인의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건이라면 회의록을 보고하며 메일 바디 또는 메시지로 함께 전달해보세요. 그럼, 보고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전후 맥락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겁니다.

Don't 회의록은 하루를 넘기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밝혔듯, 회의록은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업무를 추진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 간의 최종 확인이 필요하고 그 조율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회의록인 거죠.


즉, 고객사 컨펌을 받고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에이전시의 입장에서 회의록은 빠르게 보고 되는 것이 유리합니다. 에이전시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회의록은 당일 보고가 원칙입니다. 회의는 짧을수록 좋고 회의의 완결은 회의록이니까요.


ㅡㅡㅡㅡㅡ

오랫동안 기다려온 설 연휴가 끝나고 피알러들은 이제 본격 회의 시즌일 겁니다. (항상 그렇긴 하지만) 신규 고객사 수주를 위한 RFP 미팅, 봄에 예정된 행사 준비를 위한 실무 미팅 또는 22년 플랜을 위한 회의 등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럼, 오늘도 쏟아지는 회의 속에서 여러분의 멘탈이 떠내려가지 않는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칼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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