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봉지만 보면 사라지는 아이

by gruwriting


- 아이가 착하고 순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요즘, 아이들이 착하고 순하다는 소릴 들으면 부모들은 좋아하나요? 자신의 아이가 반듯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나요? 저는 기분이 나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2호의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는데 슬쩍 마음대로 행동하는 걸 볼 때마다 그래, 그래도 니 생각이 있다는 거지? 이렇게 인정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사실 1호는 무슨 상황이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끝까지 물어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 조그만 머릿속에서 분명한 이유가 하나라도 이해되면 더 이상 사람을 귀찮게 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차이점을 보자면, 반면 2호는 1호와 비슷하면서도 자기 나름의 고집이 있어서 그 표현은 행동으로 드러나곤 합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아 보입니다. 참 비슷한 듯 다른 특성이 참 신기합니다.






엄마는 천하장사가 아니에요


아이 둘을 데리고 엄마가 어딘가로 나가야 한다면 꽤나 신경 쓸 것들이 많습니다. 모든 신경이 곤두서 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고, 몸도 마음은 잔뜩 긴장을 각오해야 합니다. 예전엔 지금처럼 온라인이 발달되지 않던 때라 뭐 하나를 하더라도 나가야 합니다. 시장을 가나 공공기관을 가거나 은행을 들르거나 병원을 가야 하거나...... 무조건 직접 가야 했습니다. 짧은 거리도 아이들 짐을 챙겨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을 가야 할 땐 같이 놀아주며 아이들이 잠들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엄마들은 업고 안고 해야 합니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움직이는 반경이 넓어집니다. 아이들이 눈앞에서 사라질 확률도,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그만큼 올라갑니다. 엄마의 체력은 한계가 있지만 아이들의 체력은 순간마다 좋아져서 상대적으로 아이들을 감당할 수준이 벗어나는 시기가 옵니다. 그러면 엄마는 머리를 써야 합니다. 당근을 하나씩 챙겨야 했지만 그런 요령도, 이유도 몰랐습니다. 아이가 자꾸 어딘가로 향해가는 이유를... 이런 시행착오가 반복되며 부모들의 성격도 입체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직선에 가까운 사람이 엄마라니... 물리적이고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위험만 알았을 뿐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들은 그런 준비까지 필요합니다.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서,


엄마의 외출은 시간이 많이 들게 바뀝니다. 각자의 개성이 있는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려면 더더구나 만일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이동 중간에 어떤 요구를 할지, 잘 도착할 수 있을지, 혹은 길을 걷다가 울고불고 땡깡을 피우며 가는 길에 방해가 되거나 지연되지 않을지 등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실제 동네 병원을 가거나 은행을 가는데 길에서만 왕복 3~4시간이 걸린 경우도 종종 있어서 하염없이 그 속도에 맞추기엔 상상을 초월한 인내력도 필요합니다.) 1호는 그래도 말을 하면 알아듣고 싫어도 따라주는 편이지만 2호는 말을 알아들으면서도 고집이 있어서 그냥 길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그러면... 같이 주저앉아야 합니다. 길에 주저앉아 1호에게 옛날이야기를 하거나 놀이를 해야 합니다. 길위의 위험 상황에 신경 쓰면서 2호는 안중에 없다는 듯... 아무리 크게 울어도 소용없습니다.



고집이 세지만 좋아하는 걸 보면 무조건 따라가는 아이, 유괴 사건(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 공포감이 상당할 때 였습니다.)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때라 눈앞에서 아이가 사라졌을 때 순간은 지금도 생각하기 싫습니다. 번잡한 사거리의 은행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날 방송을 하고 도움을 청해 보지만 찾을 수 없었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1호를 맡겨두고 은행 밖을 나와서야 살펴봅니다. 한 블록을 돌아선 횡단보도 앞, 모르는 어른을 따라가는 2호를 발견합니다. 자신들도 모르게 따라온 아이를 보고 다행히 멈춰 선 사람들은 아이를 달래는 듯합니다. 아, 문제는 '새우깡' 봉지였습니다. 모르는 아기가 따라온 것을 발견한 낯선 사람들은 과자를 쥐어 주며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과자 봉지 하나쯤 준비해서 나갈걸.






매번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엄마는 자신의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자신의 내면은 고사하고 잠도 불규칙해서 자신의 몸 자체도 돌볼 틈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대부분의 엄마들은 밖에서 일을 합니다. 한정된 시간과 떨어진 체력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육아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큰 다행입니다. 육아는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생활에 대한 답답함과 피곤함으로 아이들을 틀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제한을 하는 부모들을 봅니다. 그때마다 들려오는 아이가 착하고 순하다는 말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순하고 착한 것은 천성일 순 있지만 그것이 그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된 것만 아니라면 그냥 자유롭게 아이들 스스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부모들에겐 필요한 과정 아닐까요? 깨지고 터져봐야 사는 법도 알게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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