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잠 좀 자자

by gruwriting


- 아이들과 끝도 없는 대화를 한다는 게, 가능한가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고학년이 되고 사춘기에 가까워질수록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힐 시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부모들은 한창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느라 바쁜 시기이고, 아이들 역시 학교생활로 생활 범위도 친구의 범위도 한창 넓어지는 시기입니다. 서로 자신의 삶에 바쁘기도 하고 새로운 것에 먼저 신경을 집중하느라 아이들의 안테나는 늘 밖을 향해 있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아무리 친근한 가족이었더라도 청소년기를 거치고 성인이 되면 서로서로 대면대면해집니다.







식탁이... 너무, 시끄러워


말하기 좋아하지도 않고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대화하는 건 좋아합니다. 특히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밥을 먹으며, 혹은 간식을 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그런 관계가 있어서인지 특별한 사춘기의 순간도, 성장하며 각자의 길을 가는 아이들의 일상도 제법 같이 공유하곤 했습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 부모들 입장에서 가끔 피곤하긴 합니다. 하지만, 어른들과는 다른 아이들 나름의 피곤함도 같이 재잘거리다 보면 공감도 되고 신기하게도 함께 이야기할 것이 많습니다. 나름 아이들 방식의 문제 해결 과정도 경험할 기회가 됩니다. 아, 우리 때보다는 많이 복잡한데도 다들 단순화해서 잘 대응하는구나...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도, 피곤하지만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서도 잠시 식탁에 같이 앉아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습니다.



아이들과 모여서 떠들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시간이 훌쩍 지납니다. 새벽... 그러면 시간을 정해 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2시까지다 정말!... 아니, 진짜 마지막, 딱 3시까지만 하고 자자. 찐!! 마지막, 정말!!... 주말이면 그래도 부담이 덜한데 주중엔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기도 합니다. 원래 그렇게 서로 지내서 다들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가고 친구들을 보면서 친구들은 더 이상 부모들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그냥 우리 집만의 것이었다는 걸요. 식탁은 늘 시끄럽고 요란합니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떠들지 말라고 가르치던 부모들의 교육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작은 과일 한 접시를 앞에 두고, 가끔은 과자파티처럼 간식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합니다. 각기 서로 다른 분야라 들을수록, 이야기할수록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나 보면,


연습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의외로 많고, 사소한 것들이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일 때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자주 경험합니다. 사람의 태도, 언어, 표정들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닌 이유입니다. 특히 나이를 먹은 사람들의 것은 그 사람의 삶 자체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자신의 한결같은 성품을 유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이끌어가는(세상은 그냥 누군가에 의해 그냥 살아지는 게 아니기에) 연습이 잘 누적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을 잘 견디고 공들여 만들면 결과는 스스로 기대했거나, 혹은 주위에서 예측하던 수준을 보통은 훌쩍 뛰어넘게 됩니다. 그래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도 매일 자신의 것을 꾸준히 하는 사람을 절대 이기지 못하는가 봅니다.



사람들의 다양성을 밖이 아니라 집에서 종종 느낍니다. 얼마 되지 않는 가족 구성이지만 그 안에서 어쩜 그리도 다 다른지, 관심분야와 문제 해결 방식, 미래의 계획과 준비 과정들, 하는 일에 따라 얼마나 생각이 다를 수 있는지, 나이를 먹으며 얼마나 생각이 변해가는지 서로서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다 가끔 거꾸로 아이들의 조언을 듣기도 합니다. 수동적으로 정보를 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삶에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도 어깨너머로 배웁니다. 겉으로 보기엔 황당해 보이지만 치열한 내면의 고민 끝에 이루어지는 그들의 과감함에 감탄하곤 합니다. 덕분에, 엄마나 어른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볼 기회도 갖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도 습관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습관입니다. 언제든 어느 때든 함께한다는 것은 분명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행위지만 가장 잘 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음과 현실이 정 반대로 작동하는데 이유가 있겠지만, 이젠 면대면이던 카톡이던 영통이던 방법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마음과 의지가 얼마나 현실로 실현되느냐는 문제일 뿐입니다. 사소하고 작은 것을 잘하고 또 자주 하는 사람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끝도 없이 대화를 한다는 게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각 개체로써 서로의 특징을 잘 만들어가면 절대적으로 가능합니다. 아이들이 자라 모든 관심이 밖으로만 향해 있다고 서운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마냥 귀엽기만 하던 아이가 어른으로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니 부모로서도 인생의 한 과정으로 같이 지나가면 됩니다. 그러면, 정말 좋은 친구처럼 왕수다를 떨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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