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또 얼마나 계획을 하고 얼마나 성과가 있었을까요? 너무 이른 연말 워딩이지만 또다시 골치 아플 생각이 미리 머릿속을 휘돌아 나가느라 인상이 찡그려집니다. 예전과는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명절엔 가족들이 모입니다. 그래봐야 일 년에 한두 번인데도 왜 다들 한결같이 불편할까요? 잠시 반갑고, 두고두고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이유는 뭘까요? 명절에 즐거운 사람이 주변에 없는 걸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학교 다닐 때 대부분 하루 일과표나 방학 계획표를 짜본 기억들이 있으시죠? 난 계획표를 짤 때마다 강압적이라고 느껴져서 싫었고 무엇보다 그렇게 '주어진 그 계획'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의아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든 시간표를 보면 생활이 계획된 시간이 거의 같았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쉬고 놀고 자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가 없을 텐데 희한했습니다. 나중에야 형식적인 계획이라 그랬다고 이해하긴 했지만, 얼마나 거짓을 그럴싸하게 포장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웠더라면 어땠을까요?
부모는 어디까지 자식을 기르고 책임지는 걸까요? 부모가 돼서 자식들이 갈길(?)을 가지 못하면 질책을 해야 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어떤 것이 잘 가는 것이고 어떤 것이 잘못 가는 걸까요? 부모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시간 속에서 세상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 갈등이 불가피한 면도 생깁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보고 따라가려고 해도 완전히 다음 세대와 같은 생각을 갖긴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다른 건 인정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자식들의 세상을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예전엔 이십 대 중후반이면 무조건 결혼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 그 정도 나이에 결혼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다르고, 개념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경제력이 더 절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결혼 제도를 따라갈 만큼 자식들의 삶이 녹록지 못한 것도 한 몫합니다.
나고 자라고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나이를 더 먹으면 당연히(?)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자식을 낳고 그렇게 살다가 모두 죽습니다. 그 안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빼고 그 무렵이 되면 그런 행동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사회의 틀이 그렇게 돌아가니 그건 일견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정에서 선택은 순전히 개인의 몫이라 옆에서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가끔, 엄마는 말합니다. 자식들이 놓치고 지나가면 옆에서 알려주고 바로 가게 해야 한다고... 어디를 말인가요? 성인이 되어 자신의 밥벌이를 하고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자식들에게 뭘 바로 잡으란 걸까요? 그것이 부모의 구실이고 그렇지 못하면 부모 노릇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런가요? 성인이 된 자식들과의 관계는, 어릴 때 자기 방어를 하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혹은 처음 자전거를 타다 핸들 조절을 못해서 사고가 나기 전 달려가 바로 잡아주는 방식의 관계와는 달라야 합니다.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잔소리 듣는 것이고, 나 조차도 하기 싫은 것이 잔소리입니다. 성인으로써 부모와 자식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인데 일방적인 훈수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착한 자식보다는 성깔 있고 자기 고집이 있는 자식이 되라고 키웠고 실제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고 있습니다. 만나서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나면, 이제 졸업하면 취직해야지... 이제 취직했으니 결혼해야지... 이제 결혼했으니 아기를 낳아야지... 애들 키우려면 돈 많이 벌어야지... 끝도 없습니다. 옆에서 듣는 사람도 피곤한데 본인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나는 어차피 명절을 연휴로 보낸 지 꽤 오래되었고 전후 잠깐 들러보고 말지만 그래도 시기만 되면 또 쿠사리 먹을 일에, 답답합니다.
산다는 게 시간표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어른들이 왜 그럴까요? 삶에 시간표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누구나 나고, 죽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표의 공백에는 나름의 이야기들이 들어가고 계획이 들어갑니다. 가끔 틀어지기도 하고 자주 수정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보편적인 일반인들의 삶이란 촘촘히 피곤한 상태의 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전체 삶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걸 깨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보려면 주변의 수많은 성화와 잔소리가 폭주합니다. 어지간한 개성을 갖지 않으면 대체로 나이를 먹으며 못 이기는 척 주저앉습니다. 그래서 다들 나이 먹으면, 내가 왕년에는... 를 외치는 걸까요? 한때나마 꿈을 위해 파닥거리던 시절이 있었다고?
오랜만에, 자주 만나지 못해서 자세한 안부를 모르거든 차라리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자신과 자식들이 어떻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한정하지 않는다면 웃으며 할 이야기들이 제법 많습니다. 어수룩한 안부나 걱정으로, 어른 노릇이랍시고 상대방의 속을 긁는 것은 그만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요? 모쪼록 제법 긴 추석 연휴 잘들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