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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비엣남 Aug 11. 2021

다시 쓰는안데르센, 성냥팔이 소녀.

눈의 여왕의 죽음,

 지독히도 추운 날이었다. 거리두기니 뭐니 때문에 연말 분위기도 나지 않는데 거기다 오래간만에 내리는 눈 때문 길거리에 나지막이 들리는 캐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고요한 정적을 깨는 전화 한 통이 울리기 시작한다.  한 남자가 자다 일어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사람이 죽었다고?" 새벽 두 시 삼십육 분, 숙직실의 어둠보다 밝은 핸드폰 액정에서 시간이 튀어나와 한 남자의 머리에 새겨진다. "어디라고? 강삼역 3번출구 근처 한산포차 뒷 골목이라고? 알겠다." 


한 남자가 현장에 도착하니 흰색 제복을 입은 남자 두 명과 검은 패딩을 입은 남자가 떨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거 누가  찾은거고?" "아 팀장님 오셨습니까? 의경 애들이 주취자인 줄 알고 갔는데 숨을 안 쉬어서 서에 연락했다고 합니다" 

세 남자의 뒤편 골목에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 한 명이  쓰려 저 있었다. 몸을 드러내 보이는 얇은 상의와 짧은 스커트는 이 날씨에 맞지 않는 복장이며 거리를 덮고 있는 어둠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짧은 흑색 단발 때문이지 그녀의 흰색 피부는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요새 방범 순찰을 이 시간까지 하나?" "연말이라고 특별 방범 돌렸다고 하네요." "야 의경아, 여기 뭐 이 사람 물건 주슨거 있나 따로? 지갑이나 핸드폰이나 같은거"  "네 팀장님 따로 주운건 없고 주위에서 성냥 몇 개를 주었습니다. 이 여자가 판촉용으로 돌린 것 같더라고요." 의경이 팀장에게 인어 모양이 세겨진 보라색 작은 성냥갑 하나를 건네준다. '머메이드 클럽' 그리고 뒤편에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다. '엄지'  


"병식아 나 말고 서에 다른 애들은 불렀나?" "팀장님이 당직 중이라서 먼저 연락드렸고요 현장 통제랑 감식반이랑 해서 지금 다 요청한 상태입니다." "야 의경아 다른 건 뭐 특별히 할 이야기는 있나? 없다고? 병식아 날 추운데 애들 태워 보낼 차 하나 더 부르고 마 니들 아마 내일 오전에 따로 불러서 더 이야기할 거니까 단디 준비하고 있으라. 그리고 날 추운데 차오기 전까지 편의점 가서 뜨뜻한 커피나 한잔 하고 있던지"  


의경들은 편의점으로 이동을 하고 팀장은 죽은 여성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오래간만에 내린 눈 때문에 쓰러진 여성 위로 눈이 조금씩 덮여 간다. 추워 보이는 그녀의 복장과 다르게 그녀의 표정은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공주 아니, 여왕이 잠을 잔다면 이런 모습일까...  새하얀 피부색과 대조되는 그녀의 새빨간 립스틱과 어설픈 눈 화장을 보면 공주와 여왕보다는 홍등가의 여성이 떠오른다. 


팀장은 갈색 재킷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아 시부럴 불을 두고 왔네 병식아 라이터 있나?" 병식은 라이터 말고 전자담배를 꺼낸다. "맛도 없는거 피내 낭만없는 새끼, 오래 살아라 오래, 아 의경시켜서 라이터나 좀 사 오라고 할껄," 담배를 입에 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침 때문인지 내리는 눈 때문인지 담배가 축축해지자 현장에 떨어져 있던 보라색 성냥갑을 주워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성냥의 작은 불씨와 담배 불이 찬 밤공기에 온도를 더한다. "병식아 사인은 뭔거 같냐?" "감식반이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특별한 외상 흔적인 보이 지를 않습니다. 동사 아닐까요?" 팀장은 입에 담배를 물고  그녀를 자세히 들어다 본다. 그녀의 피부는 작은 생채기 하나 없지 희게 빛나고 있다. 상의에서 작은 흰색 가루와 붉은 자국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병식아 근처에 핫도그 파는 집 있나?" "팀장님 핫도그요? 이 동네 월세가 얼만데 핫도그 집이 있습니까, 예전에 노점상들 많을 때는 있었지만 최근에 시장 바뀌고는 단속해서 요즘은 없어요." "이 친구 저녁을 여기서 안 먹었네...  가기 전에 좋은 거나 좀 먹지." "네 팀장님?" "흰색은 설탕이고 저 붉은 점은 케첩이야. 케첩이랑 설탕을 같이 먹는 음식은 핫도그 아니냐? 이 근처에 없다며? 그러면 저녁은 여기서 안 먹고 왔겠지, 저녁인지 야식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팀장님 배달시킨 거 아닐까요?" "어디 특정 장소에서 배달을 시켰으면 옷을 갈아입기 전에 알았기야, 그리고 옷을 바꿔 입었겠지, 복장을 보니 누군가에게 많이 아주 어필해야 하는 것으로 비는데.. 성냥 받을 사람들이 옷에 뭐 묻어 있는 건 좋아하겠나,. 거다가  이 날씨에 새벽까지 저 복장으로 일 시키는 고용주면 국밥 한 그릇 사줄 여유는 당연히 없을기고 환복하고 성냥갑 돌리기 전에 배가 고프니 뭘 허겁지겁 먹다 보니 흘린 거 아이겠나" 


"그리고 지갑이나 이런 거 하나도 없제?" "네 팀장님, 지금 손에 쥐고 계시는 보라색 성냥 밖에 안 들고 있더라고요." 머메이드 클럽, 엄지, 보라색 성냥갑에는 주소 전화 같은 너무 기본적인 정보도 생략이 되어 있다. 어떠한 정보도 없어서 판촉용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정확히 짜 맞춘 사격형의 만든 모서리와 영롱한 보라 색감을 보면 일반적인 성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담배에 불이 꺼지자 팀장은 보라색 상자를 열서 다시 성냥을 꺼낸다. 불을 붙인다.


" 병식아 이 근처 지리 좀 아나? 이 근처에 가까운 여고 어디에있노?" "팀장님 여고요? 왜 그러세요?" "이 친구 어리다, 화장한 거 봐라, 삐둘삐둘하이 막 그릿네 눈 주변 보이" "아이고 팀장님, 요즘 애들 화장이 얼마나 빠른데요, 중학생만 해도 전문 갑니다. 그것만 보고 어떻게 어리다고 하십니까" 


"그 카이 카는 소리 아이가, 중학생도 잘하는데 야는 화장을 어른처럼만 할라고 했지 하나도 안 맞는다 아이가. 평소에 화장도 안 해본 아가 갑자기 화장한 거지 그리고 이 치마 이거 교복 치마 아이가?" 팀장이 여성의 치마를 뒤집자 Clever라는 교복 상표가 드러난다. "성인 여성이 뭐 취향이 독특하거나 돈이 없어가 예전에 옷장 뒤진 거 아이면 교복 맞다. 내일 눈뜨면 이 근방에 핫도그 파는 포장마차 있는 여고, 아이다, 여고 앞에 포장마차 없는 데가 있나 모르겄네, 여튼 사진 돌리가 신원 확인 해봐라 먼저."   


"음... 그리고 멍청하이 골빈아는 아닌거 같으니 참고하고 최근에 분위기가 좀 바뀟다거나 경제적으로 문제 겪은 ? 이런거 위주로 해서 한번 물어보고." " 네? 아니 이 시간에 이 거리에서 저옷으로 판촉물 돌리면 보통 애는 아닌거 아닙니까?" "아이다 아이다, 잘봐라 야는 그래 안 생깄다 아이가, 공주처럼 생깄네, 묘하고 참하게,,, 이런아가 먼 사연이 있으니 일하는거 아이겄나" " "팀장님, 지금 관상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요즘 멀쩡하게 생긴 애들이 사고 얼마나 치고 다니는데.."


 "야 울었다, " 


"네?" "눈밑에 잘봐라, 까만게 좀 번짔제? 옆드려 있으니 눈 맞은건 아닐끼고, 손으로 찍어 보이 짭짤하던데  이날씨에 땀은 아닐거고,,  그라이 눈물 아니겠나, 얼어 죽기전에 울었다, 머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날씨에 집에도 못가고 저런 옷 입고 저 성냥을 돌렸다는건데... 병식아 니는 할 수 있나 이 날씨에?" "네? 저는 맞아 죽어도 못하죠.." "글체? 나도 글타 이래 입어도 이래 추운데... 그람 진짜 이거 안 하면 자를 누가 때려죽일라고 한거 아이가?"


"팀장님 그러면 인신매매 뭐 그런거 생각하십니까?"  "병식아 요즘 세상에 인신 매매가 어디있노, 80년대 생각 하는거 아이가. 누가 납치해서 댈고 있었으민 아를 이런데 풀어 났겠나 도망가게," 팀장은 담배를 입에 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요새 세상에서 사람을 움직일라면 꿈을 팔아야 한다이, 꿈" "네 꿈요?" "그래 드림, 드림을 팔아야지,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긴하다만, 요즘 세상에는 보통 돈이 꿈이긴 하지" 


"엄지야 니꿈은 뭐길래 이 추운날에 고생하러 밖에를 나왔노.."


차가운 밤거리에 회색 차량 하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멈춘다. "병식아 아들 왔는갑다, 상황 설명 잘 해줘라이, 내가 이야기한거 확실히 기억하고."


팀장은 보라색 상자를 열어 성냥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다.  머메이드 클럽, 뒤편에는 엄지라는 두 글자뿐 아무리 둘러봐도 바뀌는 건 없다. 글씨 위 그림을 자세히 들어다 보니 성냥 속이 인어는 한쪽 다리에는 발, 한쪽 다리에는 지느러미가 붙어 있는 사람 발도 인어의 지느러미도 아닌 모양이다. 


"인어가 사람이 될라카나..." 

"아니면 누가 사람을 인어로 만들어가 물 밖을 못나가게 하는기가... 엄지야 니는 사람이가 물고기가..."


팀장은 괜히 타버린 성냥 꾸러미를 움켜쥔 채로 뻣뻣하게 얼어있는 그 소녀의 옆에서 성냥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혼자 중얼거린다.  성냥불은 더 커져가지만 눈처럼 흰 소녀는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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