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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맛 레시피
04화
훗 개두릅
인생 맛 레시피
by
달삣
May 7. 2020
"두릅 두릅 두릅"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
생각하면 생각한 데로 마음먹으면 마음먹은 데로 길이
열린다는 걸
먹는 두릅을 통해 느꼈다.
올봄에는 두릅을 좋게 생각했더니 두릅이 여기저기서 들어온다. 친정엄마가 준 참두릅을 맛있게 먹고 두릅과 친해져서 엄나무순인 개두릅 맛을 궁금해하던 차에 청양에 사는 시누이가 집 앞 텃밭
울
타리 엄나무에서 뜯은 엄나무순을 가지고 놀러 왔다.
친정엄마와 나눠 먹어도 될 양이
여
서 전화를 했다."엄마 개두릅을 시누이가 줬는데 엄마도 드실래요?" 하니까 전화기 너머로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좋지 다음에 올 때 갖고 와 개두릅은 참두릅보다는 쓰다"라고 말씀하신다
식구들과 초밥 파티
해
서 먹고 시누네
가
청
양으로 내려가자 개두릅을 삶아 사진을 찍었는데 느낌이 싸하다.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참두릅보다 초록빛이 강한듯하고 해골 모양의 독약을 연상시키는 녹색의 이파리 들이다.
기대감을 갖고
초
고추장에 찍어 먹었더니
첫맛은
이건뭐 맛도 없고 쓰기만 하다.
"퉷"
무슨
마이싱 먹은 느낌
이
랄까! 쓴맛도 강도가 있는
지
이것은 참
매력 없이
쓰
다. 개
가 괜히 붙은 게 아니 었구먼
하
는 생각이 들었다.
"개 맛없다"
했는데 하나 더 입에 넣어 씹었더니 씹을수록 쓴맛이 엷어지며 아련하며 향긋한 맛이 올라
온
다. 몸이 오소소 떨
리
고 졸음이 쏟아졌다. 오랜만에 단잠을 자니 감기몸살 기운이 기분 탓인지 사라졌다.
가시 많은 엄나무는 예부터
귀신을 쫓아내고 건강을 지켜 준다고 하여 집 주위에 많이 심었다고
하
는데 한
여
름에 백숙에 엄나무를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다.
매력적인 것들이 흔하지 않듯 마력의 쓴 음식도 많지가 않다. 먹을 수 있는 것 중에는 봄나물 씀바귀 고들빼기 인삼 등이 있는데 먹으면 몸에는 유익하다. 소화기를 촉진하는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서 입맛이 없을 때 먹으면 좋다고 한다. 심장도 튼튼히 한다.
건강 생각해서 아들에게 주려고 삶은 엄나무순 꿀 요구르트 우유를 갈았다. 한 번에 치고 들어갔어야 쭉 마시는 건데
"
나물 먼저 먹어봐 "하고
초
고추장에 엄나물 삶은 걸 먼저 찍어 먹게 한 것이 실수
였
다.
"아유 비려서
못
먹겠어요.
저기
우유에
간 것도 안 먹을래요"
'
훗 개두릅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
"비리다고? 알싸
한
새싹 향이지.
우유에 간 것은 꿀 넣어서 맛이 좋아 먹어봐 쓴 게 몸에
좋다쟎니"꿀을
잔뜩 넣어서 먹을듯했는데
쓴맛을 몰래 주려다가
들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친정엄마도 어린 시절 쓴 것 먹일 때 단맛을 포장해서 먹이고는 했다.
"
하나도 안 써먹어봐 와 달다 달아 "마치 백설공주의 계모 표정으로 친절하게 해서 쓴 걸
먹였다. 입을
조금 벌리면 쑥 하고 쓴 게 들어왔었다.
그걸 받아먹고 우리들은"와 진짜 쓰다. 엄마 나빴어"하고 퉤하고 뱃었던기억이
있다.
그러고 나서 짓궂게 웃던 엄마의 웃음소리가 생각이 나는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자식에게
좋은걸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인 것이다.
생각하면 친정엄마는 사는 게 힘들 때마다 씀바귀 김치나
고들빼기김치 같은
쓴 김치를 담갔었다. 입맛을 찾고 살기 위해서였다.
그
리고는 먹고
힘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맛 중의 맛 쓴맛에는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깊고 숙연한 맛이 있다.
쓴맛은 기본 미각 중의 하나이지만 몸에서는 독약을 연상하게 하는 지독한 쓴맛이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앗 써! 먹고 죽는 거 아녀?" 하지만 쓴맛의 음식은 의외로 건강에는 좋다.
내 나이가 생에서 꺾어져 내려가는 나이가 되니 여러 쓴맛을 겪었고 쓴맛 끝에 오는 단맛이 귀하다는 걸 느끼고
쓴
맛의 힘이 되는 음식을 좋아하게 됐다.
예전에는 쳐다보지 않던 쓴 나물의
진 맛들을
알아가는 중이다.
keyword
감성에세이
배움
나물
Brunch Book
인생맛 레시피
02
엄마는 자꾸 술안주를 만들어준다.
03
초밥보다 오이소박이가 좋다는 여섯 살
04
훗 개두릅
05
옆에 있어도 늘 편안 사람
06
여름 끝자락 김밥
인생맛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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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본 골목길이나 시장통 구경하며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생맛 레시피에는먹는 맛과 사는맛이 닮아있다. 그걸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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