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감정을 한식 반찬으로 말한다.

인생 맛 레시피(표현의맛)

by 달삣

"따르릉따르릉"

엄마에게서 아침 여덟 시에 전화가 왔다.

홀로 있는 엄마 전화가 아침에 오면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는다. 혼자 있는 노인에게 뭔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다.


"오늘 별일 없으면 딸기 잼 하고 더덕 무침해놨어 가지러 와"

'휴 안심이다' 안녕하시다는 거다.

"올 때 숏 빵 사 와"

"숏 빵? 아! 식빵 알겠습니다."


딸기잼과 더덕구이는 어감 자체도 기운을 주지만 실제로 루비 같은 영롱한 딸기잼 유리병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더덕구이도 더덕의 쌉싸름한 맛과 매콤 달달한 고추장 양념이 참기름 맛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빨간색의 음식을 만들어 줄 때는 엄마의 기분이 좋을 때다.


한때 엄마의 음식 보따리를 거부한 적이 있었데 꼭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주인공이 총알을 피하듯 했다.


"전에준 김치도 많아요"

"반찬 가지러 갈 시간이 없어요"

"엄마 요즘 집에서 밥 잘 안 먹어서 반찬이 남아돌아 안 줘도 돼"


시어머니 살아 계실 때는 피하는 총알의 숫자가 더 많았다. 양쪽에서 날아오는 음식 보따리들이라니 쩝.

부모님들이 던져주는 김치 보따리 떡 전 나물 등 밑반찬들이 냉장고를 점령하여 정작 우리가 쓸 냉장고 하나를 더 들여놔야 할 형편이었다.

노인들은 고집에 세서 우리가 싫다고 거부해도 자꾸 뭘 만들어 준다. 한쪽에 꽂히면 그 면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나도 그렇게 되지 않게 조심할 일이다.


지난시댁 가족모임에서 청양 시누에게

"엄마가 뭘 자꾸 뭘 만들어 줘"하니까

" 그래도 그때가 좋은 거야"하는데 아무래도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 남편이 직접 요리하는 걸 좋아하면서도 " 감사히 그냥 받아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고 꼭 전화해"하는 것이다.


왜 엄마는 그렇게 음식을 주는 것인가 생각해보았다. 식을 나눠먹으며 감정을 소통하고 싶은 것이다. 세월 속에 나이가 드니까 알겠다. 외롭기 때문이고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나 아직 안 죽었다. 너희들에게 도움을 줄 거야"

한번 그렇게 마음먹으면 엄마들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엄마는 자식들이 안쓰러워 북돋아줄 때는 북어찜이나 낙지볶음을 을 만들어 주고 본인이 힘들면 쓴 김치 종류인 고들빼기김치를 만들어 본인도 먹고 주위에 나눠준다.


지금 생각하면 친정엄마는 사는 게 버겁고 슬을 극복할 때 씀바귀 김치나 고들빼기김치를 담갔었다. 입맛을 찾고 살기 위해서였다.


고들빼기는 생긴 것도 만만치가 않다. 잎이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 까칠해 보인다. 그걸 소금에 절이는데 날짜가 길수록 쓴맛이 줄고 먹을 수 있는 맛에 가까워진다.


고들빼기김치 담그는 방법은 소금에 절여 쓴맛을 빼는 것인데 6일 정도 소금 1컵에 물 20컵 정도를 희석한다. 그다음에 깨끗이 씻어서 달달한 배와 액젓 등으로 맛을 낸다.친정엄마는 사는 게 힘이 부칠 때 기를 쓰고 먹고 기운을 낸다.


작년에 사돈이지만 친언니 같이 지낸 우리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다음은 내 차례인가 보다"말을 되뇌고는 했는데 그것이 모두 몸으로 왔다. 숨이 가빠져 심장 조영술을 했는데 정상이었다.


그 아픈 와중에 어떻게 고들빼기김치를 담갔는지 새벽 경동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고들빼기김치를 담갔었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시장에 나가보니 고들빼기가 나왔기에 김치 담갔어 시누네랑 나눠 먹어 많이 했어"시누가 엄마를 잃고 힘들어하는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


시누이 이름이 경희인데"경희 언니 챙겨줘"우체국 택배로 청양에 사는 시누이에게 부쳤다. 며칠 뒤 언니에게 감사의 전화가 왔다.


"쓴 고들빼기김치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싶어, 어머니한테 잘 먹고 기운 냈다고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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