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자꾸 술안주를 만들어준다.

인생맛 레시피

by 달삣

봄에는 새싹 나물을 먹어야지 여름을 건강하게 난다고 하는데 요번 봄에는 사포닌 성분이 많은 두릅에 끌렸다.


두릅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엄나무 끝에서 자라는 새순인 개두릅과 땅에서 자라 줄기가 굵고 잔털이 많은 땅두릅이 있고 두릅나무 끝에서 자란 새순 여린 참두릅이 있다.


먹기에좋은 참두릅을 찾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시장에 가도 손이 가는 참두릅은 눈에 띄질 않았다.


그러던 중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엄마가 오이소박이 가져가라는데 전화 안 받았어? 엄마네 같이 갈까?

"아니 조금 해서 너만 주려나 봐 너 혼자 갔다 와"하고 핸드폰을 끊었다.


조금 섭섭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여동생이 용돈을 많이 주니 더 마음이 갔나 은 생각이 들었다.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한동안 안 먹던 술을 꺼내어 냉장고 속에 북어찜을 안주로 꺼냈다. 이것도 엄마가 해준 것이었는데 간장과 설탕의 비율이 딱 맞아 입에 착 감겼다.


마치 TV에 나오는 능인 샘 해밍턴 아들 둘째 벤트리가 예능프로에서 동치미 마시며 "찾았다" 하는 완 맛을 가지고 있었다.


달달한 맛 로즈 샹그리아와 짭조름한 북어찜은 환상 궁합이었다. 병무늬처럼 동글동글한 폭죽이 입안에서 보글보글 피어난다.햇볕이 참좋다.


자식들은 어버이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효도를 한다는 옛말이 있는데 그만큼 어버이의 사랑과 축복으로 자식들이 힘을 얻는다. 그런데 편애를 받으면 골이 나는 것이다. 맏이라서 늘 나 먼저 챙겨 줬는데 그냥 모르는척했다.


동생이 다녀오고 그다음 주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이소박이 해놨어 갖다 먹어 집에 와"


그동안 섭섭한 마음이 다 풀려서


"뭐 사갈까"했더니 그냥 오라고 한다.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엄마와 나눠 먹을 참두릅이 있나 하고 시장 한 바퀴를 돌았는데 개두릅과 땅두릅만 있었다. 엄마에게 줄 산 낙지와 딸기만 사가 지고 엄마네로 갔다.


"왔니 오이소박이 덜 동안 좀 앉아 있어"

주방에서 엄마가 치통에서 오이소박이를 덜어 담는데 거실 바닥에 앉아서 물 마시다가 우연히 엄마의 몸빼바지 밑으로 근육이 없어진 다리를 보았다. 얇아진 종아리를 보니 울컥해졌다.


요즘 로나 때문에 돌아다니질 하는 것과는 다른 나이 든 세월 속에 종아리가 부쩍 가느러 진 것이다. 노인들은 근력 떨어지면 안 되는데 걱정이 되면서도 겉으로 괜히 짜증스러운 소리를 냈다.


"다 큰 자식들 반찬은 뭐하러 자꾸 만들어 엄마 어련히 안 해 먹을까"명스럽게 말지만 사실은 엄마 손맛 음식은 안 주면 삐지는 맛이 있다.


엄마는 오이소박이를 담고 냉장고에서 또 뭔가를 꺼낸다. 내가 찾던 억세지 않은 여린 참두릅이었다 여린 새싹이 두릅나무 꼭대기에 맨 먼저 볕을 볼려구나온 그 가시 품은 먹음직한 두릅이었다.



"두릅은 참두릅이 맛있지 밑둥지를 다듬고 끓는 물에 20초만 삶아서 초고추 장해서 먹어봐, 조금 있으면 억세 져서 맛없어"


요즘은 심심해서 일주일에 자식들을 한 명씩 따로 부른다고 했다. 그러면 일주일에 한 명씩은 볼 것이 아닌가 예전에는 한 달에 한번 형제들이 모였는데 말이다. 엄마의 작은 장난기였다.


다 큰 자식들이 엄마에게 오히려 반찬을 해줘야 한다고 하면 " 아직 나 쌩쌩하다' 이런 재미도 없으면 안 되지 " 반찬을 천천히 담는다.


엄마들의 손맛에는 세월의 있기 때문에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집에 와서도 얇아진 엄마의 종아리가 자꾸 생각이 났다. 마가 알려준 데로 20초 두릅을 삶고 초고추장 양념을 해서 맥주 한 캔만 먹으려고 했는데 마시고 난 빈 맥주이 계속 늘어난다.


두릅은 알싸하면서도 씁쓸하고 아련하고 야리야리한 맛이 났다. 샘 해밍턴 아들 벤트리처럼 "찾았다"하는 맛이 난 것이다.


예전에 볕 좋은 숲 공원에서 노인이 두릅을 뜯어서 동그마니 앉아 매만지고 산삼 다루듯 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래 저래 엄마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술을 부르게 하는데 오랫동안 남편 없이 홀로 살아온 고생스러운 여자의 일생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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