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토닉과 섬 카페

인생 맛 레시피

by 달삣

예전에 명동성당 뒤편 삼일로 창고극장 옆에 허름한 섬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삼십 촉 전구가 한지에 싸여 있었고 테이블 몇 개 없던 카페였는데 주황빛 조명이 참 아늑했었다.

거기서 사이프러스 향 나는 진토닉을 친구와 먹었는데 정말 진토닉이 머리까지 꽉 찬 적이 있었다. 술도 잘못 먹으면서 씨그램 진을 한병 시켜 놓고 호기를 부렸었다. 알코올 도수가 40 도면 도수가 높은 술이다. 토닉과 레몬을 넣어 만든 진토닉은 첫맛은 상큼했었다.


주황색 불빛이 어스름하게 닿는 벽에는 한지에 섬 그림이 있고 시가 쓰여있었다.



사람들 사이엔


섬이 있다.


그곳에 가고 싶다.


- 정현종_


술이 정말 이빠이( 나빠요. 왜래어쓰면 하지만 이 단어가 가장 적절해서 한번 써 봤어요) 먹은 기억이 있는데 거길 나와 삼일로 고가 밑을 흔들흔들 걸으면 그 섬이라는 시가 흔들리며 피어났는데 정신은 또렸해졌었다.


그 친구와는 그 섬 사이를 갔을까 물어보진 않았다.


친구와 진탕 먹은 그 칵테일은 지금까지 먹지 않는다. 요즘 고맙게도 브런치 이웃 분들이 공감해주시거나 좋은글을 만나면 섬과 섬 사이의 그곳에 잠깐 머무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우연히 들어온 브런치 세계에서 글을 쓰며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는데도 많은 위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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